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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장승조, 안방극장 홀린 역대급 빌런

 배우 장승조가 한 작품 안에서 결이 다른 두 악인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안방극장의 공포를 자극하고 있다. 그는 매회 소름 끼치는 연기 변주를 통해 '장르 체인저'라는 수식어를 입증하며 시청자들의 몰입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중이다. 특히 최근 출연작들에서 보여준 1인 2역 연기는 단순한 변신을 넘어 인물의 본질을 꿰뚫는 치밀한 캐릭터 분석력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는다.

 

장승조의 악역 연기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지점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였다. 그는 겉으로는 완벽한 상류층 엘리트지만 이면에는 아내를 감시하고 가스라이팅하는 사이코패스 '노진표'와, 순진한 얼굴 뒤에 살벌한 본색을 감춘 조선족 '장강'을 동시에 연기했다. 별도의 특수분장 없이 오직 목소리의 고저와 눈빛의 온도 차이만으로 두 인물을 완벽히 분리해낸 그의 연기는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현재 방영 중인 SBS 금토드라마 '멋진 신세계'에서 장승조의 활약은 더욱 정교해졌다. 그는 현대극과 사극을 오가는 설정 속에서 감정을 절제한 지능형 빌런 '최문도'와 권력을 위해 혈육의 피도 마다하지 않는 냉혈한 '세자 이재'를 오가며 극의 입체감을 불어넣고 있다. 장승조가 화면에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극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서스펜스로 전환되는 긴장감은 드라마 흥행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열연에 힘입어 시청률 역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0일 방송된 '멋진 신세계' 8회는 전국 가구 기준 10.4%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수성했다. 특히 장승조의 본색이 드러나는 장면에서는 순간 최고 시청률이 13.7%까지 치솟으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대중은 그의 연기를 보며 "아름다운 얼굴 뒤에 숨겨진 악마성을 가장 잘 표현하는 배우"라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장승조는 두 작품 연속으로 1인 2역 악역이라는 쉽지 않은 도전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배우로서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선한 눈매에서 뿜어져 나오는 서늘한 살기는 그가 구축한 빌런만의 독보적인 색깔을 완성했다. 로맨틱한 이미지에 갇히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파괴하며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그의 행보는 후배 배우들에게도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

 

빌런 연기의 새 지평을 열고 있는 장승조의 활약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극이 후반부로 치달을수록 두 인물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그가 보여줄 연기적 에너지는 더욱 폭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배우 장승조가 출연하는 '멋진 신세계'는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밤 9시 50분 SBS를 통해 방송되며, 그의 소름 돋는 두 얼굴은 OTT 플랫폼을 통해서도 전 세계 팬들과 만나고 있다.

 

 

 

정약용의 500권 저술 산실, 다산초당의 인문학

는 결과가 아니라, 발길 닿는 구간마다 깃든 땅의 역사와 대화하며 천천히 걷는 과정에 있다. 그중에서도 전남 강진을 지나는 남파랑길 83코스는 조선의 대유학자 다산 정약용의 고립과 깊은 사유가 층층이 쌓인 공간으로 여행자들을 이끈다. 약 17.5km에 달하는 이 길의 중심에는 야생 차나무가 무성해 '다산'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만덕산이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강진 유배 시절 다산의 삶은 만덕산 자락의 백련사와 그곳에서 만난 혜장선사와의 인연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1805년 봄, 유배객 신분으로 처음 백련사를 찾은 정약용은 주지였던 혜장과 학문적 깊이에 감복하며 신분을 초월한 우정을 쌓기 시작했다. 절망적인 유배 생활 속에서 혜장은 다산에게 지적인 동반자이자 정신적인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1808년 다산이 백련사 인근의 다산초당으로 거처를 옮긴 후 두 사람이 수시로 오갔던 800m의 산길은 오늘날 '우정길'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도보 여행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전한다.다산초당은 단청조차 없는 소박한 목조 건물이지만, 그곳에 머문 11년 동안 정약용은 '목민심서'와 '경세유표' 등 500여 권에 달하는 방대한 저술을 남겼다. 유배라는 물리적 억압조차 그의 사유의 깊이를 가둘 수 없었음을 증명하듯, 초당 곳곳에는 선비의 여유와 기품이 흐른다. 만덕산 능선에서 내려다보이는 강진만의 풍경은 고독한 유배객의 시선을 넓혀주었을 것이며, 지천에 널린 야생 차나무는 그의 호가 된 '다산'의 유래가 되어 오늘날까지 그 향기를 전하고 있다.강진을 지나 해남으로 발길을 옮기면 달마산 미황사에서 땅끝탑으로 이어지는 남파랑길 90코스가 여행자를 맞이한다. 이 구간의 하이라이트는 기암괴석 사이에 제비집처럼 자리 잡은 도솔암이다. 정유재란 당시 소실되어 400여 년간 빈터로 남아있던 이곳은 2002년 법조 스님의 원력으로 복원되었다. 헬기조차 접근하기 힘든 험지에 암자를 세우기 위해 산 아래에서 자재를 미리 깎고 단청까지 칠해 올라와 조립한 '사전 제작 방식'의 서사는 수행자의 지독한 정진을 짐작하게 한다.한 칸 남짓한 작은 규모의 도솔암은 거대한 바위 성벽에 둘러싸여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은 남해의 일출과 서해의 낙조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천혜의 명당으로, 암자 앞마당에 서면 탁 트인 바다와 달마산의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무가 밀려오는 날이면 마치 구름바다 위에 떠 있는 신선의 거처와 같은 풍경을 연출하며 보는 이의 넋을 잃게 만든다. 작은 공간 안에 고요와 수행의 서사를 압축해 놓은 도량의 품격은 길 위에서 지친 여행자의 마음을 정화해 주기에 충분하다.코리아둘레길 남도 구간은 이처럼 유학자의 고뇌와 수행자의 원력이 교차하는 인문학적 성지다. 길은 단순히 흙과 돌로 이루어진 통로가 아니라, 시대를 앞서간 인물들이 남긴 사유의 흔적을 따라 걷는 시간 여행의 통로가 된다. 완주라는 목표에 매몰되지 않고 발걸음을 늦출 때 비로소 보이는 풍경들은 우리 국토가 간직한 깊은 서사를 들려준다. 만덕산의 차 향기와 달마산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는 이 여정은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휴식과 성찰의 의미가 무엇인지 묵묵히 웅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