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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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의 대역전극, 16-19 뒤집고 싱가포르 접수

 한국 배드민턴의 간판 안세영이 싱가포르에서 열린 국제 대회에서 다시 한번 정상에 오르며 세계 최강자의 위엄을 과시했다. 안세영은 지난 5월 31일 싱가포르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2026 싱가포르오픈 배드민턴선수권대회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일본의 숙적 야마구치 아카네를 상대로 세트 스코어 2대 1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었다. 이번 우승으로 안세영은 해당 대회에서 2023년부터 3년 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했으며, 올 시즌에만 벌써 6번째 금메달을 목에 거는 기염을 토했다.

 

이번 결승전은 안세영의 몸 상태가 온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극적인 승부로 기억될 전망이다. 안세영은 전날 열린 중국의 천위페이와의 준결승전 도중 극심한 두통과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경기를 잠시 중단해야 했을 정도로 컨디션 난조를 겪었다. 결승 당일에도 경기 중간중간 통증을 참아내는 듯한 표정이 중계 화면에 포착되어 팬들의 우려를 자아냈으나, 안세영은 특유의 끈기 있는 수비와 과감한 공격을 앞세워 야마구치를 압박해 나갔다.

 


경기 초반 안세영은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1세트에서 야마구치의 실책을 유도하며 21대 11이라는 큰 점수 차로 승리해 우승에 한 발짝 다가섰다. 하지만 2세트 들어 야마구치의 반격이 시작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세트 초반 6대 1까지 앞서가던 안세영은 야마구치의 끈질긴 추격에 동점을 허용했고, 세트 막판 연속 실점을 내주며 경기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체력적 한계와 컨디션 저하가 겹친 상황에서 승부는 마지막 3세트로 이어졌다.

 

운명의 3세트에서 안세영은 왜 자신이 세계 1위인지를 실력으로 증명했다. 세트 후반 16대 19로 뒤처지며 패색이 짙던 상황에서 안세영의 무서운 뒷심이 발휘되었다. 집중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안세영은 순식간에 4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20대 19로 전세를 뒤집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마지막 매치 포인트 상황에서 야마구치의 범실이 나오자 안세영은 코트 위에 주저앉아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야마구치와의 상대 전적 역시 18승 15패로 벌리며 천적 관계를 더욱 공고히 했다.

 


일본 현지 매체들도 안세영의 벽을 넘지 못한 야마구치의 패배를 비중 있게 다루며 안세영의 실력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니혼테레비 등 주요 언론은 야마구치가 경기 막판 승기를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안세영의 폭발적인 추격에 역전을 허용했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특히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안세영을 상대로 최근 3경기 연속 패배를 기록한 점을 언급하며, 안세영이 야마구치에게 넘기 힘든 거대한 산이 되었음을 시사했다.

 

싱가포르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안세영은 쉴 틈 없이 다음 도전에 나선다. 안세영은 곧바로 인도네시아로 이동해 6월 2일 개막하는 BWF 월드투어 슈퍼 1000 인도네시아 오픈에 출전할 예정이다. 4월 아시아선수권과 5월 우버컵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국제 대회 3회 연속 우승을 달성한 안세영이 인도네시아에서도 금빛 행진을 이어갈 수 있을지 전 세계 배드민턴 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약용의 500권 저술 산실, 다산초당의 인문학

는 결과가 아니라, 발길 닿는 구간마다 깃든 땅의 역사와 대화하며 천천히 걷는 과정에 있다. 그중에서도 전남 강진을 지나는 남파랑길 83코스는 조선의 대유학자 다산 정약용의 고립과 깊은 사유가 층층이 쌓인 공간으로 여행자들을 이끈다. 약 17.5km에 달하는 이 길의 중심에는 야생 차나무가 무성해 '다산'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만덕산이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강진 유배 시절 다산의 삶은 만덕산 자락의 백련사와 그곳에서 만난 혜장선사와의 인연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1805년 봄, 유배객 신분으로 처음 백련사를 찾은 정약용은 주지였던 혜장과 학문적 깊이에 감복하며 신분을 초월한 우정을 쌓기 시작했다. 절망적인 유배 생활 속에서 혜장은 다산에게 지적인 동반자이자 정신적인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1808년 다산이 백련사 인근의 다산초당으로 거처를 옮긴 후 두 사람이 수시로 오갔던 800m의 산길은 오늘날 '우정길'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도보 여행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전한다.다산초당은 단청조차 없는 소박한 목조 건물이지만, 그곳에 머문 11년 동안 정약용은 '목민심서'와 '경세유표' 등 500여 권에 달하는 방대한 저술을 남겼다. 유배라는 물리적 억압조차 그의 사유의 깊이를 가둘 수 없었음을 증명하듯, 초당 곳곳에는 선비의 여유와 기품이 흐른다. 만덕산 능선에서 내려다보이는 강진만의 풍경은 고독한 유배객의 시선을 넓혀주었을 것이며, 지천에 널린 야생 차나무는 그의 호가 된 '다산'의 유래가 되어 오늘날까지 그 향기를 전하고 있다.강진을 지나 해남으로 발길을 옮기면 달마산 미황사에서 땅끝탑으로 이어지는 남파랑길 90코스가 여행자를 맞이한다. 이 구간의 하이라이트는 기암괴석 사이에 제비집처럼 자리 잡은 도솔암이다. 정유재란 당시 소실되어 400여 년간 빈터로 남아있던 이곳은 2002년 법조 스님의 원력으로 복원되었다. 헬기조차 접근하기 힘든 험지에 암자를 세우기 위해 산 아래에서 자재를 미리 깎고 단청까지 칠해 올라와 조립한 '사전 제작 방식'의 서사는 수행자의 지독한 정진을 짐작하게 한다.한 칸 남짓한 작은 규모의 도솔암은 거대한 바위 성벽에 둘러싸여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은 남해의 일출과 서해의 낙조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천혜의 명당으로, 암자 앞마당에 서면 탁 트인 바다와 달마산의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무가 밀려오는 날이면 마치 구름바다 위에 떠 있는 신선의 거처와 같은 풍경을 연출하며 보는 이의 넋을 잃게 만든다. 작은 공간 안에 고요와 수행의 서사를 압축해 놓은 도량의 품격은 길 위에서 지친 여행자의 마음을 정화해 주기에 충분하다.코리아둘레길 남도 구간은 이처럼 유학자의 고뇌와 수행자의 원력이 교차하는 인문학적 성지다. 길은 단순히 흙과 돌로 이루어진 통로가 아니라, 시대를 앞서간 인물들이 남긴 사유의 흔적을 따라 걷는 시간 여행의 통로가 된다. 완주라는 목표에 매몰되지 않고 발걸음을 늦출 때 비로소 보이는 풍경들은 우리 국토가 간직한 깊은 서사를 들려준다. 만덕산의 차 향기와 달마산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는 이 여정은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휴식과 성찰의 의미가 무엇인지 묵묵히 웅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