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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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박근혜, 보수 결집 총력전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막판으로 치닫으면서 전·현직 대통령들이 각 진영의 사령탑 역할을 자처하는 유례없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이었던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은 당의 공식 선거대책위원회를 무색하게 할 만큼 전국 단위의 광폭 행보를 보이며 보수 표심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맞서 이재명 대통령은 국정 철학을 공유하고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방식으로 지지층을 결집하며 사실상 여권의 선거전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영남권을 중심으로 충청과 강원 등 전국 각지를 돌며 자당 후보들을 위한 지원 사격에 매진하고 있다. 당 차원에서는 개인적인 행보라며 거리를 두는 모양새지만,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실질적인 총괄선대위원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서울과 경기, 부산을 오가며 측근 인사들의 유세 현장을 직접 방문해 힘을 보태고 있으며, 성동구 서울숲 방문 등 수도권 표심을 자극하는 일정을 소화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러한 전직 대통령들의 전면 등판을 바라보는 시선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보수 진영 내부에서는 흩어졌던 지지층을 하나로 묶어 승기를 굳힐 수 있는 기회라고 반기지만, 일각에서는 형사처벌 전력이 있는 인물들의 등장이 중도층의 이탈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특히 과거의 유산에 기대는 선거 전략이 혁신을 바라는 유권자들에게 자칫 '과거로의 회귀'라는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이 국민의힘의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여권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소통 행보를 통해 선거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전국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지역 현안을 챙기는 동시에,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활용해 투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연일 내놓고 있다. 취임 1주년에 맞춰 치러지는 이번 선거가 현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을 띠는 만큼, 이 대통령은 자신의 국정 운영 성과를 적극적으로 알리며 주권자들의 심판이 아닌 지지를 호소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대통령들의 활약과 대조적으로 양당 지도부의 위상은 급격히 위축된 상태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유세 도중 발생한 잦은 말실수와 구설로 인해 당의 지지율에 부담을 주는 상황이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당내 계파 갈등과 무소속 후보의 약진으로 인해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 거대 양당의 수장들이 텃밭에서조차 고전하거나 후보들과 불협화음을 내는 사이, 선거의 무게중심은 자연스럽게 전·현직 대통령들에게로 옮겨갔다.

 

문재인 전 대통령 또한 조용한 행보 속에서도 이재명 정부에 힘을 실어달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범여권 결집에 일조하고 있다. 특정 지역의 정치 독점 타파를 강조하며 경쟁의 필요성을 역설한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은 선거 막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처럼 전·현직 대통령 4인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선거판에 개입하면서, 이번 지방선거는 당 대표들의 정책 대결이 아닌 대통령들의 대리전이자 진영 간 자존심 대결로 치러지고 있다.

 

 

 

정약용의 500권 저술 산실, 다산초당의 인문학

는 결과가 아니라, 발길 닿는 구간마다 깃든 땅의 역사와 대화하며 천천히 걷는 과정에 있다. 그중에서도 전남 강진을 지나는 남파랑길 83코스는 조선의 대유학자 다산 정약용의 고립과 깊은 사유가 층층이 쌓인 공간으로 여행자들을 이끈다. 약 17.5km에 달하는 이 길의 중심에는 야생 차나무가 무성해 '다산'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만덕산이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강진 유배 시절 다산의 삶은 만덕산 자락의 백련사와 그곳에서 만난 혜장선사와의 인연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1805년 봄, 유배객 신분으로 처음 백련사를 찾은 정약용은 주지였던 혜장과 학문적 깊이에 감복하며 신분을 초월한 우정을 쌓기 시작했다. 절망적인 유배 생활 속에서 혜장은 다산에게 지적인 동반자이자 정신적인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1808년 다산이 백련사 인근의 다산초당으로 거처를 옮긴 후 두 사람이 수시로 오갔던 800m의 산길은 오늘날 '우정길'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도보 여행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전한다.다산초당은 단청조차 없는 소박한 목조 건물이지만, 그곳에 머문 11년 동안 정약용은 '목민심서'와 '경세유표' 등 500여 권에 달하는 방대한 저술을 남겼다. 유배라는 물리적 억압조차 그의 사유의 깊이를 가둘 수 없었음을 증명하듯, 초당 곳곳에는 선비의 여유와 기품이 흐른다. 만덕산 능선에서 내려다보이는 강진만의 풍경은 고독한 유배객의 시선을 넓혀주었을 것이며, 지천에 널린 야생 차나무는 그의 호가 된 '다산'의 유래가 되어 오늘날까지 그 향기를 전하고 있다.강진을 지나 해남으로 발길을 옮기면 달마산 미황사에서 땅끝탑으로 이어지는 남파랑길 90코스가 여행자를 맞이한다. 이 구간의 하이라이트는 기암괴석 사이에 제비집처럼 자리 잡은 도솔암이다. 정유재란 당시 소실되어 400여 년간 빈터로 남아있던 이곳은 2002년 법조 스님의 원력으로 복원되었다. 헬기조차 접근하기 힘든 험지에 암자를 세우기 위해 산 아래에서 자재를 미리 깎고 단청까지 칠해 올라와 조립한 '사전 제작 방식'의 서사는 수행자의 지독한 정진을 짐작하게 한다.한 칸 남짓한 작은 규모의 도솔암은 거대한 바위 성벽에 둘러싸여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은 남해의 일출과 서해의 낙조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천혜의 명당으로, 암자 앞마당에 서면 탁 트인 바다와 달마산의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무가 밀려오는 날이면 마치 구름바다 위에 떠 있는 신선의 거처와 같은 풍경을 연출하며 보는 이의 넋을 잃게 만든다. 작은 공간 안에 고요와 수행의 서사를 압축해 놓은 도량의 품격은 길 위에서 지친 여행자의 마음을 정화해 주기에 충분하다.코리아둘레길 남도 구간은 이처럼 유학자의 고뇌와 수행자의 원력이 교차하는 인문학적 성지다. 길은 단순히 흙과 돌로 이루어진 통로가 아니라, 시대를 앞서간 인물들이 남긴 사유의 흔적을 따라 걷는 시간 여행의 통로가 된다. 완주라는 목표에 매몰되지 않고 발걸음을 늦출 때 비로소 보이는 풍경들은 우리 국토가 간직한 깊은 서사를 들려준다. 만덕산의 차 향기와 달마산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는 이 여정은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휴식과 성찰의 의미가 무엇인지 묵묵히 웅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