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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보다 재건축…이재명표 공급 공식 바뀐다

이재명 대통령이 집권 2년 차 부동산 정책의 핵심 방향으로 세제 개편, 대출 규제, 공급 확대를 제시했다.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전세 중심의 주거 구조를 조정하는 한편, 재건축·재개발 등 도심 공급을 늘려 시장을 정상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세제와 금융 규제, 공급 등을 조만간 한꺼번에 정리하려 한다”며 “세제 문제는 7월이 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다음 달 세법개정안을 통해 다주택자와 투기성 고가 주택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 개편 방안을 검토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보유세와 관련해 “우리나라 보유세는 대체로 낮다”며 “여러 채를 갖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 아니라, 상응하는 부담을 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낮은 보유 부담이 투기 수요를 키우고 부동산 기대수익률을 높였다는 인식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비거주 주택 혜택 축소 등이 거론된다.

 


다만 보유세만 올릴 경우 매물 잠김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보유세 강화와 함께 양도소득세·취득세 등 거래세 완화가 병행돼야 시장에 매물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보유 부담은 높이고 거래 문턱은 낮추는 방식의 종합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세제도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인식도 다시 확인됐다. 그는 최근 전세난과 관련해 “전세는 대한민국에만 있는 일종의 사금융”이라며 “전세 물량이 줄어드는 것은 정상화 과정”이라고 말했다. 또 “전세대출을 많이 내준 것이 집값 상승과 전세사기의 주된 원인”이라며 전세대출 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전세대출이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진단에는 공감하면서도, 전세 축소가 월세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년 새 30% 넘게 줄었고, 월세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세가 줄고 월세화가 빨라질 경우 청년·서민층의 주거비 부담과 내 집 마련 장벽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계대출 관리도 강화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민간부채가 너무 많아 언젠가 대형사고가 날 수 있다”며 “신용대출과 부동산담보대출을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미 대출 규제가 상당 부분 시행된 만큼 추가 규제의 시장 충격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기존 대출 회수나 총량 관리가 강화될 경우 유동성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공급 대책은 신도시보다 도심 정비사업에 무게가 실린다. 이 대통령은 “그린벨트를 훼손해 신도시를 만드는 것은 쉽지만 지방이 죽는다”며 “재건축·재개발, 자투리땅 개발 등을 통해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후속 대책은 정비사업 인허가 단축, 사업성 개선, 지연 사업장 정상화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서울의 착공·준공 물량이 크게 줄어든 점도 공급 확대 필요성을 키우고 있다. 올해 1~4월 서울 주택 착공과 준공 실적은 모두 전년보다 감소했다. 정부는 기존 공급 예정지의 사업 속도를 높이고, 착공이 지연된 수도권 사업장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2년 차 전략은 투기 수요를 줄이고 실수요 중심으로 시장을 재편하는 데 맞춰져 있다. 다만 보유세 강화, 전세 축소, 대출 규제, 도심 공급 확대가 동시에 추진되는 만큼 정책 간 균형이 중요하다. 세 부담은 높아지는데 공급 속도가 따라오지 못하거나, 전세 축소가 월세 부담으로만 이어질 경우 시장 불안은 다시 커질 수 있다.

 

정약용의 500권 저술 산실, 다산초당의 인문학

는 결과가 아니라, 발길 닿는 구간마다 깃든 땅의 역사와 대화하며 천천히 걷는 과정에 있다. 그중에서도 전남 강진을 지나는 남파랑길 83코스는 조선의 대유학자 다산 정약용의 고립과 깊은 사유가 층층이 쌓인 공간으로 여행자들을 이끈다. 약 17.5km에 달하는 이 길의 중심에는 야생 차나무가 무성해 '다산'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만덕산이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강진 유배 시절 다산의 삶은 만덕산 자락의 백련사와 그곳에서 만난 혜장선사와의 인연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1805년 봄, 유배객 신분으로 처음 백련사를 찾은 정약용은 주지였던 혜장과 학문적 깊이에 감복하며 신분을 초월한 우정을 쌓기 시작했다. 절망적인 유배 생활 속에서 혜장은 다산에게 지적인 동반자이자 정신적인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1808년 다산이 백련사 인근의 다산초당으로 거처를 옮긴 후 두 사람이 수시로 오갔던 800m의 산길은 오늘날 '우정길'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도보 여행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전한다.다산초당은 단청조차 없는 소박한 목조 건물이지만, 그곳에 머문 11년 동안 정약용은 '목민심서'와 '경세유표' 등 500여 권에 달하는 방대한 저술을 남겼다. 유배라는 물리적 억압조차 그의 사유의 깊이를 가둘 수 없었음을 증명하듯, 초당 곳곳에는 선비의 여유와 기품이 흐른다. 만덕산 능선에서 내려다보이는 강진만의 풍경은 고독한 유배객의 시선을 넓혀주었을 것이며, 지천에 널린 야생 차나무는 그의 호가 된 '다산'의 유래가 되어 오늘날까지 그 향기를 전하고 있다.강진을 지나 해남으로 발길을 옮기면 달마산 미황사에서 땅끝탑으로 이어지는 남파랑길 90코스가 여행자를 맞이한다. 이 구간의 하이라이트는 기암괴석 사이에 제비집처럼 자리 잡은 도솔암이다. 정유재란 당시 소실되어 400여 년간 빈터로 남아있던 이곳은 2002년 법조 스님의 원력으로 복원되었다. 헬기조차 접근하기 힘든 험지에 암자를 세우기 위해 산 아래에서 자재를 미리 깎고 단청까지 칠해 올라와 조립한 '사전 제작 방식'의 서사는 수행자의 지독한 정진을 짐작하게 한다.한 칸 남짓한 작은 규모의 도솔암은 거대한 바위 성벽에 둘러싸여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은 남해의 일출과 서해의 낙조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천혜의 명당으로, 암자 앞마당에 서면 탁 트인 바다와 달마산의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무가 밀려오는 날이면 마치 구름바다 위에 떠 있는 신선의 거처와 같은 풍경을 연출하며 보는 이의 넋을 잃게 만든다. 작은 공간 안에 고요와 수행의 서사를 압축해 놓은 도량의 품격은 길 위에서 지친 여행자의 마음을 정화해 주기에 충분하다.코리아둘레길 남도 구간은 이처럼 유학자의 고뇌와 수행자의 원력이 교차하는 인문학적 성지다. 길은 단순히 흙과 돌로 이루어진 통로가 아니라, 시대를 앞서간 인물들이 남긴 사유의 흔적을 따라 걷는 시간 여행의 통로가 된다. 완주라는 목표에 매몰되지 않고 발걸음을 늦출 때 비로소 보이는 풍경들은 우리 국토가 간직한 깊은 서사를 들려준다. 만덕산의 차 향기와 달마산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는 이 여정은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휴식과 성찰의 의미가 무엇인지 묵묵히 웅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