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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엔비디아 GPU 5만 개로 'AI 팩토리' 세운다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8일 오전 현대자동차그룹 양재동 사옥을 전격 방문해 정의선 회장과 이틀째 머리를 맞댔다. 전날 서울 시내에서 비공식 오찬을 함께하며 신뢰를 확인한 두 사람은 이날 면담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자동차 제조와 로보틱스 등 실제 산업 현장에 이식하는 ‘피지컬 AI’ 협력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이번 방문은 하드웨어 제조 강자인 현대차와 소프트웨어 지능의 정점에 있는 엔비디아가 결합해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젠슨 황 CEO가 찾은 현대차·기아 양재 사옥은 최근 대대적인 리뉴얼을 통해 사람과 로봇이 공존하는 첨단 실증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사옥 로비와 회의실 등 임직원들의 업무 공간에는 식물 관리 로봇과 배달 로봇, 보안용 로봇들이 실시간으로 운용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평소 내부 검증을 거친 완벽한 기술만을 고객에게 선보여야 한다는 철학을 강조해 왔으며, 양재 사옥을 그룹의 로보틱스 전략을 시험하고 개선하는 거대한 실험실로 활용하고 있다. 젠슨 황 역시 이러한 실증 현장을 직접 살피며 자사 AI 플랫폼의 적용 가능성을 타진했다.

 


양사의 협력 역사는 지난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초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협력에서 시작해 현재는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과 자율주행 분야로 폭넓게 확장되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인 블랙웰 5만 개를 투입해 대규모 ‘AI 팩토리’를 구축하기로 합의하는 등 인프라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차량 내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검증하는 단계를 넘어, 공장 자동화와 로봇 운영 체제 전반에 엔비디아의 연산 능력을 이식하겠다는 거대한 구상의 일환이다.

 

정부와의 공조를 통한 국내 AI 생태계 조성도 이번 회동의 주요 성과 중 하나다.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손잡고 약 30억 달러를 투자해 국내에 AI 기술센터와 애플리케이션 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국내 피지컬 AI 기술의 고도화를 꾀하는 동시에 관련 분야 인재 양성에도 힘을 보탤 계획이다. 글로벌 기업 간의 민간 협력이 국가 차원의 기술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된 셈이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엔비디아의 드라이브 하이퍼리온 플랫폼과 현대차의 독자 소프트웨어 아키텍처를 결합하는 작업이 구체화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레벨 2 이상의 고도화된 자율주행 기술을 주요 차종에 순차적으로 적용하는 동시에, 핵심 주행 데이터와 AI 모델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인프라를 지렛대 삼아 그룹 내부의 소프트웨어 역량을 내재화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

 

이날 면담에서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포함한 로보틱스 협력의 후속 실행 방안도 비중 있게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바퀴 달린 이동 수단을 넘어 인간의 움직임을 닮은 로봇이 산업 현장과 일상에 투입되는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양사의 기술력을 어떻게 융합할지가 관건이다. 젠슨 황과 정의선 회장의 연쇄 회동은 미래 모빌리티와 로봇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역사적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이며, 양사의 동맹은 이제 이론을 넘어 실전으로 스트레이트로 이어진다.

 

정약용의 500권 저술 산실, 다산초당의 인문학

는 결과가 아니라, 발길 닿는 구간마다 깃든 땅의 역사와 대화하며 천천히 걷는 과정에 있다. 그중에서도 전남 강진을 지나는 남파랑길 83코스는 조선의 대유학자 다산 정약용의 고립과 깊은 사유가 층층이 쌓인 공간으로 여행자들을 이끈다. 약 17.5km에 달하는 이 길의 중심에는 야생 차나무가 무성해 '다산'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만덕산이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강진 유배 시절 다산의 삶은 만덕산 자락의 백련사와 그곳에서 만난 혜장선사와의 인연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1805년 봄, 유배객 신분으로 처음 백련사를 찾은 정약용은 주지였던 혜장과 학문적 깊이에 감복하며 신분을 초월한 우정을 쌓기 시작했다. 절망적인 유배 생활 속에서 혜장은 다산에게 지적인 동반자이자 정신적인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1808년 다산이 백련사 인근의 다산초당으로 거처를 옮긴 후 두 사람이 수시로 오갔던 800m의 산길은 오늘날 '우정길'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도보 여행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전한다.다산초당은 단청조차 없는 소박한 목조 건물이지만, 그곳에 머문 11년 동안 정약용은 '목민심서'와 '경세유표' 등 500여 권에 달하는 방대한 저술을 남겼다. 유배라는 물리적 억압조차 그의 사유의 깊이를 가둘 수 없었음을 증명하듯, 초당 곳곳에는 선비의 여유와 기품이 흐른다. 만덕산 능선에서 내려다보이는 강진만의 풍경은 고독한 유배객의 시선을 넓혀주었을 것이며, 지천에 널린 야생 차나무는 그의 호가 된 '다산'의 유래가 되어 오늘날까지 그 향기를 전하고 있다.강진을 지나 해남으로 발길을 옮기면 달마산 미황사에서 땅끝탑으로 이어지는 남파랑길 90코스가 여행자를 맞이한다. 이 구간의 하이라이트는 기암괴석 사이에 제비집처럼 자리 잡은 도솔암이다. 정유재란 당시 소실되어 400여 년간 빈터로 남아있던 이곳은 2002년 법조 스님의 원력으로 복원되었다. 헬기조차 접근하기 힘든 험지에 암자를 세우기 위해 산 아래에서 자재를 미리 깎고 단청까지 칠해 올라와 조립한 '사전 제작 방식'의 서사는 수행자의 지독한 정진을 짐작하게 한다.한 칸 남짓한 작은 규모의 도솔암은 거대한 바위 성벽에 둘러싸여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은 남해의 일출과 서해의 낙조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천혜의 명당으로, 암자 앞마당에 서면 탁 트인 바다와 달마산의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무가 밀려오는 날이면 마치 구름바다 위에 떠 있는 신선의 거처와 같은 풍경을 연출하며 보는 이의 넋을 잃게 만든다. 작은 공간 안에 고요와 수행의 서사를 압축해 놓은 도량의 품격은 길 위에서 지친 여행자의 마음을 정화해 주기에 충분하다.코리아둘레길 남도 구간은 이처럼 유학자의 고뇌와 수행자의 원력이 교차하는 인문학적 성지다. 길은 단순히 흙과 돌로 이루어진 통로가 아니라, 시대를 앞서간 인물들이 남긴 사유의 흔적을 따라 걷는 시간 여행의 통로가 된다. 완주라는 목표에 매몰되지 않고 발걸음을 늦출 때 비로소 보이는 풍경들은 우리 국토가 간직한 깊은 서사를 들려준다. 만덕산의 차 향기와 달마산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는 이 여정은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휴식과 성찰의 의미가 무엇인지 묵묵히 웅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