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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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라부터 한태숙까지, 연극 거장 5인 대학로 집결

 한국 연극사의 굵직한 궤적을 그려온 거장들의 대표작이 2026년 하반기 무대를 수놓는다. 서울문화재단은 오는 9월부터 12월까지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쿼드, 연극의 질문들 : 진화하는 텍스트' 프로젝트를 개최하고, 한국 연극의 미학적 지평을 넓혀온 연출가 5인의 시그니처 작품들을 새롭게 선보인다. 이번 기획은 인공지능과 첨단 기술이 지배하는 초기술 시대에 연극이라는 장르가 지닌 본질적인 가치와 인간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묻기 위해 마련되었다.

 

가장 먼저 관객과 만나는 작품은 김아라 연출의 '더 사운드 오브 맥베스'다. 2000년 야외극장에서 선보였던 실험적 시도를 26년 만에 재해석해 소리와 빛의 강렬한 충돌로 맥베스의 내면을 해부한다. 이어 김광보 연출은 '옥상 밭 고추는 왜'를 통해 한국 사회의 정의와 위선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일상적인 소재에서 묵직한 사회적 화두를 끌어내는 그의 연출력은 2017년 초연 당시의 충격을 오늘의 감각으로 재현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구순의 현역 연출가 김우옥이 45년 전 국내에 처음 소개했던 '혁명의 춤'은 이번 프로젝트의 백미로 꼽힌다. 1981년 초연 당시 파격적인 구조주의 연극으로 화제를 모았던 이 작품은 단 12마디의 대사만으로 혁명이라는 거대 서사를 몸짓과 빛의 언어로 풀어낸다. 서사 중심의 전통 연극에서 탈피해 신체의 움직임과 공간의 현장성을 극대화한 이 무대는,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을 뛰어넘어 현대 연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비극의 정수를 보여줄 이성열 연출의 '화염'과 한태숙 연출의 '서안화차'도 하반기 라인업을 든든하게 채운다. 레바논 내전의 비극을 다룬 '화염'은 증오의 대물림을 끊어내려는 인간의 의지를 처절하게 그려내며, '서안화차'는 인간의 집착과 불안을 독창적인 오브제와 공간 구성으로 형상화한다. 두 거장의 무대는 인간 내면의 심연을 탐구하며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예정이다.

 


대학로를 넘어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는 7월 4일부터 고전의 화려한 부활이 시작된다. 배우 최수종이 9년 만의 연극 복귀작으로 선택한 '오이디푸스'는 소포클레스의 비극을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2019년 황정민이 출연해 전석 매진 신화를 기록했던 대본과 연출을 바탕으로, 최수종과 양준모가 더블캐스트로 나서 운명에 맞서는 인간의 처절한 투쟁을 연기한다. 사극의 제왕으로 불리는 최수종이 무대 위에서 뿜어낼 압도적인 에너지는 벌써부터 연극계의 뜨거운 관심사다.

 

창단 50주년을 맞이한 극단76의 기념 공연도 놓칠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한국 민중연극의 산실인 극단76은 '리어의 역'에 이어 7월 8일부터 '관객모독'을 무대에 올린다. 1978년 초연 당시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걸고 물을 뿌리는 등 파격적인 형식으로 연극계에 파란을 일으켰던 이 작품은, 50년 세월을 관통하며 다져진 극단만의 내공을 선보인다. 거장들의 명작이 잇따라 귀환하는 2026년 하반기는 한국 연극의 과거와 현재를 잇고 미래를 조망하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이다.

 

 

 

수만리 습지, 파괴 딛고 생태 보고로 부활

과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시킨다. 이곳은 병자호란 당시 의병을 일으켰던 백천 류함의 충절이 깃든 장소로, 탐방객들은 정자에 올라 호수를 바라보며 난세 속에서 선비가 지켰던 대의를 되새긴다. 류함이 남긴 격문 속에는 나라를 구하고자 했던 절박한 심경과 호남의 의로운 정신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 단순한 풍경 이상의 무게감을 전달한다.발걸음을 옮겨 도착한 무돌길 11길의 큰재는 과거와 현재의 삶이 교차하는 길목이다. 무등산 자락 깊은 곳에 위치한 이 고개는 예부터 산촌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광주와 화순을 오가던 소중한 통로였다. 해발 고도가 높은 탓에 겨울철이면 접근이 어려웠던 험로였으나, 오늘날에는 무등산 남사면의 웅장한 능선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조망점으로 변모했다. 고개 마루에서 내려다보이는 수만리 일대의 비경은 '한국의 알프스'라는 별칭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이국적이면서도 평화로운 정취를 자아낸다.큰재 아래 펼쳐진 수만리 생태공원은 인간의 손길로 빚어낸 자연의 휴식처다. 편백나무 숲과 습지원이 조화롭게 배치된 이곳은 맨발 걷기 길과 데크 산책로가 잘 갖춰져 있어 숲이 주는 치유의 힘을 온몸으로 느끼기에 충분하다. 특히 빽빽하게 들어선 편백나무 군락은 한여름의 무더위를 식혀주는 시원한 숲 터널을 형성하며 탐방객들에게 여유를 선사한다. 마을 주민들의 생활로였던 이 길은 이제 도시민들의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생태 관광의 핵심 기지로 자리매김했다.해발 409m에 위치한 중지마을은 무등산의 품에 가장 깊숙이 안긴 마을 중 하나다. 18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이 마을은 외지인 없이 고향을 지키는 주민들이 다랑이논을 일구며 살아온 삶의 터전이다. 마을 정자에서 만난 주민들은 과거 산비탈을 깎아 벼농사를 짓던 고단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길손을 반긴다. 장불재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한 덕분에 중지마을은 예나 지금이나 무등산을 오가는 사람들의 쉼터이자 역사를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중지마을을 지나 너와나목장 방향으로 향하면 자연의 놀라운 회복력을 목격하게 된다. 과거 흑염소 방목으로 인해 황폐해졌던 산비탈은 국립공원공단의 끈질긴 복원 노력 끝에 다시 생명의 습지로 거듭났다. 2022년부터 시작된 지형 복원과 자생식물 식재 사업은 훼손된 식생을 되살렸고, 이제는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는 건강한 생태계의 보고가 되었다. 다랑이논의 흔적을 간직한 채 본래의 모습을 되찾은 습지는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교육장이다.초여름 햇살을 머금은 숲길은 완만한 내리막을 지나 용연마을 정자에서 그 여정을 마무리한다. 활엽수 잎사귀 사이로 불어오는 산바람은 환산정에서 시작해 큰재를 넘어온 탐방객들의 땀방울을 씻어준다. 역사 속 선비의 절개와 험준한 고개를 넘던 민초들의 삶, 그리고 파괴된 자연을 되살려낸 현대의 노력이 무돌길이라는 하나의 선 위에 촘촘히 엮여 있다. 길 위에서 만난 풍경과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은 채 다시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준비를 마친 용연마을의 고즈넉한 풍경 속으로 잦아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