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타임

정치타임

홍준표 “대구 마지막 기회”…김부겸 지지 재확인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 지지 입장을 거듭 밝혔다. 홍 전 시장은 대구가 수십 년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원인을 산업구조 개편 실패에서 찾으며, 신공항 완성과 대기업 유치가 대구 재도약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홍 전 시장은 지난 31일 밤 자신의 SNS를 통해 “30여 년 전 대구 섬유산업이 몰락하기 시작했을 때 산업구조 개편을 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당시 대구 정치인들 누구도 제대로 나서지 않았고, 자리에만 머무는 사이 대구는 30년째 지역내총생산, GRDP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이 대구시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대구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 산업구조 개편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홍 전 시장은 “대구시장 시절 대대적인 산업구조 개편을 시작했고, 첨단기업 40여 개를 유치했다”며 “그 완성 단계로 대기업 유치를 구상했다”고 밝혔다.

 

홍 전 시장은 대기업 유치의 전제 조건으로 신공항을 꼽았다. 그는 “대기업을 유치하려면 하늘길을 열어야 했다”며 “그래서 신공항 추진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신공항이 물류와 교통 인프라의 중심 역할을 해야 첨단산업과 대기업 투자가 가능하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홍 전 시장은 자신이 시장직에서 물러난 뒤 대구가 확보했던 핵심 사업들이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구시장 시절 유치했던 데이터센터와 UAM 사업 등 조 단위의 대기업 핵심 사업들이 내가 그만둔 뒤 줄줄이 다른 지역으로 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업 이탈의 가장 큰 이유로 신공항 추진 불확실성을 들었다. 홍 전 시장은 “가장 큰 이유는 신공항이 무산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라며 “기업들은 인프라가 확실하지 않은 곳에 미래 핵심 사업을 맡기지 않는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홍 전 시장은 이런 이유로 김부겸 후보를 지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신공항을 완성시켜줄 사람으로 김부겸 후보를 꼽았다”고 했다. 정당을 떠나 대구의 미래를 위해 신공항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고 중앙 정치권과 협상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번 대구시장 선거가 단순한 지방선거가 아니라 대구의 미래를 결정할 중대한 분기점이라고 강조했다. 홍 전 시장은 “이번 대구시장 선거는 대구로서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며 “고향 분들이 어떤 결정을 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홍 전 시장의 김 후보 지지는 지역 정치권에서도 큰 파장을 낳고 있다. 보수 진영의 대표 정치인으로 꼽혀온 홍 전 시장이 민주당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만큼, 이번 선거 구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홍 전 시장의 메시지는 대구의 산업 침체를 끝내기 위해서는 정치적 진영보다 실질적 실행력이 중요하다는 데 맞춰져 있다. 그는 신공항 완성, 첨단산업 유치, 대기업 투자 확보가 대구 재도약의 핵심 과제라고 보고, 김부겸 후보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약용의 500권 저술 산실, 다산초당의 인문학

는 결과가 아니라, 발길 닿는 구간마다 깃든 땅의 역사와 대화하며 천천히 걷는 과정에 있다. 그중에서도 전남 강진을 지나는 남파랑길 83코스는 조선의 대유학자 다산 정약용의 고립과 깊은 사유가 층층이 쌓인 공간으로 여행자들을 이끈다. 약 17.5km에 달하는 이 길의 중심에는 야생 차나무가 무성해 '다산'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만덕산이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강진 유배 시절 다산의 삶은 만덕산 자락의 백련사와 그곳에서 만난 혜장선사와의 인연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1805년 봄, 유배객 신분으로 처음 백련사를 찾은 정약용은 주지였던 혜장과 학문적 깊이에 감복하며 신분을 초월한 우정을 쌓기 시작했다. 절망적인 유배 생활 속에서 혜장은 다산에게 지적인 동반자이자 정신적인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1808년 다산이 백련사 인근의 다산초당으로 거처를 옮긴 후 두 사람이 수시로 오갔던 800m의 산길은 오늘날 '우정길'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도보 여행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전한다.다산초당은 단청조차 없는 소박한 목조 건물이지만, 그곳에 머문 11년 동안 정약용은 '목민심서'와 '경세유표' 등 500여 권에 달하는 방대한 저술을 남겼다. 유배라는 물리적 억압조차 그의 사유의 깊이를 가둘 수 없었음을 증명하듯, 초당 곳곳에는 선비의 여유와 기품이 흐른다. 만덕산 능선에서 내려다보이는 강진만의 풍경은 고독한 유배객의 시선을 넓혀주었을 것이며, 지천에 널린 야생 차나무는 그의 호가 된 '다산'의 유래가 되어 오늘날까지 그 향기를 전하고 있다.강진을 지나 해남으로 발길을 옮기면 달마산 미황사에서 땅끝탑으로 이어지는 남파랑길 90코스가 여행자를 맞이한다. 이 구간의 하이라이트는 기암괴석 사이에 제비집처럼 자리 잡은 도솔암이다. 정유재란 당시 소실되어 400여 년간 빈터로 남아있던 이곳은 2002년 법조 스님의 원력으로 복원되었다. 헬기조차 접근하기 힘든 험지에 암자를 세우기 위해 산 아래에서 자재를 미리 깎고 단청까지 칠해 올라와 조립한 '사전 제작 방식'의 서사는 수행자의 지독한 정진을 짐작하게 한다.한 칸 남짓한 작은 규모의 도솔암은 거대한 바위 성벽에 둘러싸여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은 남해의 일출과 서해의 낙조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천혜의 명당으로, 암자 앞마당에 서면 탁 트인 바다와 달마산의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무가 밀려오는 날이면 마치 구름바다 위에 떠 있는 신선의 거처와 같은 풍경을 연출하며 보는 이의 넋을 잃게 만든다. 작은 공간 안에 고요와 수행의 서사를 압축해 놓은 도량의 품격은 길 위에서 지친 여행자의 마음을 정화해 주기에 충분하다.코리아둘레길 남도 구간은 이처럼 유학자의 고뇌와 수행자의 원력이 교차하는 인문학적 성지다. 길은 단순히 흙과 돌로 이루어진 통로가 아니라, 시대를 앞서간 인물들이 남긴 사유의 흔적을 따라 걷는 시간 여행의 통로가 된다. 완주라는 목표에 매몰되지 않고 발걸음을 늦출 때 비로소 보이는 풍경들은 우리 국토가 간직한 깊은 서사를 들려준다. 만덕산의 차 향기와 달마산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는 이 여정은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휴식과 성찰의 의미가 무엇인지 묵묵히 웅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