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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AI 시리, EU·중국서 퇴출… '반쪽 혁신' 논란

 애플이 오랜 침묵을 깨고 구글 제미나이 기술을 이식한 차세대 AI 에이전트 '시리'를 전격 공개하며 인공지능 시장의 판도 변화를 예고했다. 이번에 선보인 시리는 단순한 음성 명령 수행을 넘어 사용자의 이메일, 사진, 일정 등 기기 내부의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개인화된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을 갖췄다. 과거 티저 영상 공개 이후 개발 지연으로 인해 허위 광고 소송에 휘말리는 등 부침을 겪었던 애플은, 이번 iOS27 업데이트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지능형 비서를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혁신적인 기능 이면에는 높은 하드웨어 장벽이 존재한다. 새로운 시리는 온디바이스 AI 구동을 위해 최소 12GB 이상의 램(RAM)을 요구하는데, 이를 충족하는 모델은 최신 기종인 아이폰17 시리즈 중에서도 상위 모델인 에어와 프로에 한정된다. 결과적으로 불과 1~2년 전 최신형 모델을 구매했던 사용자들조차 일반 모델을 선택했다면 고도화된 AI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기술적 진보가 사용자 간의 디지털 격차를 심화시킨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장 분석 기관의 통계는 더욱 비관적이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사용 중인 아이폰 약 25억 대 가운데 34%에 달하는 8억 5,000만 대가 새로운 시리를 구동할 최소 사양조차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온디바이스 기반의 고급 기능을 온전히 누릴 수 없는 기기까지 합치면 그 숫자는 13억 대까지 늘어난다. 애플이 야심 차게 준비한 AI 혁신이 전체 사용자의 절반가량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개인정보 보호를 둘러싼 규제 당국과의 갈등도 애플이 넘어야 할 산이다. 사용자의 맥락을 읽기 위해 시리가 각종 앱 데이터에 접근하는 방식이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애플은 나름의 보안 설루션을 제시하며 대응에 나섰으나, 규제 당국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해 결국 유럽 시장 출시 명단에서 제외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는 사용자 데이터 주권과 서비스 편의성 사이의 해묵은 논쟁을 다시 점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중국 시장에서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중국 당국은 AI 서비스 출시 전 엄격한 알고리즘 등록과 보안 심사를 요구하고 있어, 애플은 현지 규제 대응을 위해 중국 내 iOS27에서도 시리의 핵심 기능을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유럽과 중국은 지난 한 해 동안 아이폰 전체 출하량의 35%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큰 전략 요충지다. 주요 시장에서의 서비스 차질 소식에 투자자들은 즉각 반응했고, 애플의 주가는 발표 직후 4% 넘게 빠지며 시장의 우려를 그대로 반영했다.

 

애플은 이번 시리 공개를 통해 AI 경쟁에서 주도권을 되찾으려 했으나, 기술적 제약과 지정학적 규제라는 이중고에 직면하게 됐다. 고사양 기기로의 교체를 유도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 오히려 기존 충성 고객들의 반발을 살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혁신적인 AI 에이전트가 전 세계 모든 아이폰 사용자에게 도달하기까지는 하드웨어 보급 속도와 각국 규제 환경의 변화라는 복잡한 변수들을 먼저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수만리 습지, 파괴 딛고 생태 보고로 부활

과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시킨다. 이곳은 병자호란 당시 의병을 일으켰던 백천 류함의 충절이 깃든 장소로, 탐방객들은 정자에 올라 호수를 바라보며 난세 속에서 선비가 지켰던 대의를 되새긴다. 류함이 남긴 격문 속에는 나라를 구하고자 했던 절박한 심경과 호남의 의로운 정신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 단순한 풍경 이상의 무게감을 전달한다.발걸음을 옮겨 도착한 무돌길 11길의 큰재는 과거와 현재의 삶이 교차하는 길목이다. 무등산 자락 깊은 곳에 위치한 이 고개는 예부터 산촌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광주와 화순을 오가던 소중한 통로였다. 해발 고도가 높은 탓에 겨울철이면 접근이 어려웠던 험로였으나, 오늘날에는 무등산 남사면의 웅장한 능선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조망점으로 변모했다. 고개 마루에서 내려다보이는 수만리 일대의 비경은 '한국의 알프스'라는 별칭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이국적이면서도 평화로운 정취를 자아낸다.큰재 아래 펼쳐진 수만리 생태공원은 인간의 손길로 빚어낸 자연의 휴식처다. 편백나무 숲과 습지원이 조화롭게 배치된 이곳은 맨발 걷기 길과 데크 산책로가 잘 갖춰져 있어 숲이 주는 치유의 힘을 온몸으로 느끼기에 충분하다. 특히 빽빽하게 들어선 편백나무 군락은 한여름의 무더위를 식혀주는 시원한 숲 터널을 형성하며 탐방객들에게 여유를 선사한다. 마을 주민들의 생활로였던 이 길은 이제 도시민들의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생태 관광의 핵심 기지로 자리매김했다.해발 409m에 위치한 중지마을은 무등산의 품에 가장 깊숙이 안긴 마을 중 하나다. 18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이 마을은 외지인 없이 고향을 지키는 주민들이 다랑이논을 일구며 살아온 삶의 터전이다. 마을 정자에서 만난 주민들은 과거 산비탈을 깎아 벼농사를 짓던 고단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길손을 반긴다. 장불재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한 덕분에 중지마을은 예나 지금이나 무등산을 오가는 사람들의 쉼터이자 역사를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중지마을을 지나 너와나목장 방향으로 향하면 자연의 놀라운 회복력을 목격하게 된다. 과거 흑염소 방목으로 인해 황폐해졌던 산비탈은 국립공원공단의 끈질긴 복원 노력 끝에 다시 생명의 습지로 거듭났다. 2022년부터 시작된 지형 복원과 자생식물 식재 사업은 훼손된 식생을 되살렸고, 이제는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는 건강한 생태계의 보고가 되었다. 다랑이논의 흔적을 간직한 채 본래의 모습을 되찾은 습지는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교육장이다.초여름 햇살을 머금은 숲길은 완만한 내리막을 지나 용연마을 정자에서 그 여정을 마무리한다. 활엽수 잎사귀 사이로 불어오는 산바람은 환산정에서 시작해 큰재를 넘어온 탐방객들의 땀방울을 씻어준다. 역사 속 선비의 절개와 험준한 고개를 넘던 민초들의 삶, 그리고 파괴된 자연을 되살려낸 현대의 노력이 무돌길이라는 하나의 선 위에 촘촘히 엮여 있다. 길 위에서 만난 풍경과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은 채 다시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준비를 마친 용연마을의 고즈넉한 풍경 속으로 잦아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