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생활문화

권오상, 조각의 정답을 '허공'에서 찾다

 사진을 오려 붙여 입체물을 만드는 독창적인 기법으로 현대 미술계에 파란을 일으켰던 권오상 작가가 이번에는 형태가 아닌 '비어 있음'에 주목했다.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파티클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Passing Through The Void : 허공을 통과하며'는 조각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작가의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그동안 피사체의 외형을 정교하게 재구성하는 데 집중해왔던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조각의 안과 밖을 관통하는 빈 공간, 즉 '허공'을 작품의 핵심 재료로 끌어들였다.

 

이번 전시는 권오상의 예술 세계에서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물의 구체적인 형상을 재현했던 과거의 '데오도란트 타입' 연작에서 한발 나아가, 신체를 연상시키는 모호한 추상적 형태와 역사적 조각의 도상들을 낯설게 조합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에서 처음으로 추상 작업을 전면에 내세운 이번 개인전은 작가가 조각이라는 매체를 대하는 태도가 더욱 유연하고 철학적으로 변모했음을 보여준다. 관람객들은 익숙한 사물과 풍경이 해체되고 재구성된 작품들 사이에서 조각의 새로운 경계를 경험하게 된다.

 


전시장의 공기를 지배하는 것은 작품 곳곳에 뚫린 구멍과 여백이다. 권오상은 이 구멍들을 단순한 공백이 아니라 작품의 내부와 외부 세계를 연결하는 조형적 통로로 정의한다. 이는 중국의 기암괴석인 태호석에서 '용이 지나가는 길'이라 불리는 구멍의 의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결과다. 작가에게 빈 공간은 형태를 깎아내고 남은 부산물이 아니라, 그 자체로 존재감을 가지며 주변 공간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능동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작가의 대표적인 작업 방식인 '사진 조각'의 진화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평면 이미지를 층층이 쌓아 올려 부조의 형식을 취한 '릴리프' 시리즈와 공간과 형태의 역학 관계를 탐구한 와상 신작들은 조각이 가진 물리적 무게감을 덜어내는 대신 시각적 깊이를 더했다. 특히 새롭게 선보이는 헬멧 신작 3점은 작가 특유의 세밀한 사진 배치와 추상적 공간미가 결합하여 조각의 안팎을 넘나드는 독특한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권오상 작가는 조각에서의 빈 공간이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고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핵심적인 장치라고 설명한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비워둔 공간은 관람객 각자의 기억과 감정이 채워질 수 있는 여백이 된다. 이는 작가가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관람객이 작품의 허공을 통과하며 자신만의 고유한 서사를 만들어가길 바라는 예술적 배려이기도 하다. 이러한 소통 방식은 조각이라는 장르가 가진 정적인 이미지를 동적이고 개방적인 것으로 변화시킨다.

 

후지필름 코리아가 후원하는 이번 전시는 오는 8월 9일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예술과 기술, 사진과 조각의 경계를 허물어온 권오상의 실험은 성수동이라는 현대적인 공간과 어우러져 관람객들에게 신선한 영감을 제공하고 있다. 형태의 완결성보다 비어 있는 공간의 가능성에 주목한 이번 전시는 현대 조각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며 미술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백수해안도로부터 굴비까지…영광 힐링 로드

이 어우러진 풍경은 바쁜 일상에 지친 여행객들에게 깊은 위로를 건넨다. 영광은 이제 잠시 스쳐 지나가는 경유지가 아니라, 바다와 산, 그리고 유구한 역사가 빚어낸 맛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체류형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다. 여름의 문턱에서 영광이 제안하는 힐링의 시간은 느린 걸음 속에서 비로소 완성된다.영광 여행의 서막을 여는 백수해안도로는 총 16.8km에 달하는 드라이브 코스로, 서해안 최고의 경관을 자랑한다. 차창 밖으로 스치는 기암괴석과 광활한 칠산바다의 물결은 그 자체로 예술 작품이다. 하지만 진정한 매력은 차에서 내려 해안 노을길을 직접 걸을 때 나타난다. 3.5km의 목재 데크 산책로를 따라 파도 소리를 벗 삼아 걷다 보면, 노을전시관과 어우러진 붉은 하늘이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러한 수려한 경관은 이미 대한민국 자연경관대상 최우수상을 통해 그 가치를 입증받은 바 있다.바다의 시야는 111m 높이의 칠산타워에 올랐을 때 더욱 넓어진다. 전남 최고 높이를 자랑하는 이곳 전망대에서는 칠산 앞바다의 올망졸망한 섬들과 활기찬 어촌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타워 아래 포구에서는 삶의 현장이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전망대 위에서는 영광의 관광 지도가 입체적으로 펼쳐진다. 바다와 사람이 만나고, 어업과 관광이 공존하는 현장은 영광이 가진 생태 자원의 풍요로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산으로 발길을 옮기면 불갑산의 고즈넉한 정취가 기다린다. 백제 불교의 시작점인 불갑사를 품은 이 산은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으며 여행객을 유혹한다. 특히 7~8월이면 노랑과 분홍빛 상사화가 산자락을 수놓기 시작해 9월의 붉은 꽃무릇으로 이어지는 장관을 연출한다. 산사와 숲길, 그리고 저수지의 수변 풍경이 어우러진 이곳은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기에 더없이 좋다. 영광의 강점은 이처럼 바다와 산, 종교 문화가 인접해 있어 하루 안에 다채로운 경험이 가능하다는 점이다.여행의 완성은 법성포의 깊은 맛과 가마미해수욕장의 시원함에서 찾을 수 있다. 바닷바람이 빚어낸 영광굴비 정식은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지역의 역사와 기억을 맛보는 과정이다. 식사 후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가마미해수욕장의 울창한 소나무 숲 아래서 즐기는 휴식은 여름 피서의 정점을 찍는다. 반달 모양의 백사장과 잔잔한 파도는 가족 단위 관광객들에게 아늑한 쉼터를 제공하며 호남 3대 피서지로서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영광군은 이제 백수해안도로 일대를 정식 관광지로 지정하고 숙박과 먹거리, 체험 시설을 확충하며 '머무는 관광'으로의 대전환을 꾀하고 있다. 단순히 낙조를 구경하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영광의 밤을 경험하고 지역의 문화를 깊이 있게 체험하는 공간으로 진화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 대신 오래 머물며 여운을 남기는 여행을 지향하는 영광의 변신은 체류형 관광 도시로서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서해안의 보석 같은 이 도시는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로 깊어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