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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숙박세 도입 지자체 62곳, 엔저 혜택 끝났나

 일본 도쿄가 호텔과 여관 투숙객에게 부과하던 숙박세를 기존 정액제에서 숙박 요금에 비례하는 정률제로 변경하기로 최종 확정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총무상은 도쿄도가 제출한 이러한 내용의 숙박세 개편안을 승인하며 오버투어리즘 대응과 관광 재원 확보에 힘을 실어줬다. 그동안 엔저 현상과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일본을 즐겨 찾던 한국인 관광객들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번 개편으로 인해 도쿄 내 숙박 비용 체계는 내년 4월부터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개편안의 핵심은 1박당 100~200엔 수준이었던 고정 세금을 숙박 요금의 3%로 일괄 전환하는 것이다. 다만 저가 숙소 이용객을 배려해 면제 대상 기준은 기존 1만 엔 미만에서 1만 3,000엔 미만으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도쿄 내 주요 비즈니스 호텔이나 관광지 인근 숙소 가격이 대부분 이 기준을 상회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다수 여행객이 세금 인상의 영향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동안 과세 사각지대에 있었던 에어비앤비 등 민박 형태의 숙소도 새롭게 부과 대상에 포함되면서 저가 여행의 매력은 더욱 반감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인상 폭을 계산해 보면 체감 난도는 더욱 높다. 1박에 1만 5,000엔인 호텔을 이용할 경우, 기존에는 200엔만 내면 됐던 숙박세가 450엔으로 두 배 이상 껑충 뛴다. 고급 호텔이나 료칸을 이용할수록 세금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구조다. 도쿄도는 이번 개편을 통해 연간 약 1,8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도쿄도가 한 해 관광 시책에 쏟아붓는 예산의 상당 부분을 충당할 수 있는 규모로, 관광객 증가에 따른 행정 비용을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도쿄뿐만 아니라 일본 전역에서 숙박세 도입과 인상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이번에 도쿄와 함께 숙박세 신설 승인을 받은 지자체는 왓카나이시, 후지요시다시, 나고시 등 총 7곳에 달한다. 이로써 일본 내 숙박세를 운영하는 지자체는 불과 1년 만에 17곳에서 62곳으로 급증했다. 대표적 관광지인 교토시는 이미 숙박세 상한선을 최대 1만 엔까지 대폭 올린 바 있으며, 관광객 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함에 따라 더욱 공격적인 과세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일본 지자체들이 이처럼 세금 인상에 열을 올리는 배경에는 '오버투어리즘'에 대한 위기감이 자리 잡고 있다. 관광객 폭증으로 인해 지역 주민들의 생활권이 침해받고 교통 혼잡이 극심해지자, 이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가격 장벽을 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교토시는 숙박세 인상에 이어 관광객 전용 버스 요금을 시민 요금의 두 배 이상으로 책정하는 '차등 요금제' 도입까지 검토 중이다. 이는 단순히 세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 관광객의 질적 관리를 통해 지역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결국 엔저 효과에 기대어 누려왔던 일본 여행의 경제적 이점은 각종 세금과 요금 인상으로 인해 점차 상쇄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를 시작으로 한 숙박세 정률제 전환은 일본 내 다른 주요 관광 도시들로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여행 업계 전문가들은 일본 여행을 계획하는 소비자들에게 숙박 예약 시 세금 포함 여부를 꼼꼼히 확인하고, 늘어난 부대비용을 예산에 미리 반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본 관광 정책의 패러다임이 '유치'에서 '관리'로 급격히 선회하면서, 한국 여행객들의 발길에도 변화가 생길지 귀추가 주목된다.

 

 

 

판소리와 포크의 만남…구례 가을밤 울린 ‘시인의 마을’

추임새와 박수가 이어졌다. 전통 판소리의 깊은 울림에 이어 익숙한 포크음악이 흐르자 관객들은 노래와 함께 호흡하며 구례의 가을밤을 즐겼다.지난 17일 밤 열린 구례 동편제소리축제에서는 지역 명창들의 판소리와 가수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공연이 한자리에서 펼쳐졌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전통 소리와 한국 대중음악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가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무대를 선사했다.이날 구례 명창들의 공연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무대는 박정선 명창의 ‘적벽가’였다. 박 명창은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가 다급하게 달아나는 장면을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 힘 있는 소리로 풀어냈다.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고, 관객들은 추임새와 박수로 소리꾼의 무대에 호응했다. 판소리 특유의 해학과 긴장감이 무대를 채우면서 관객들은 이야기 속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꼈다. 소리꾼의 목소리와 몸짓에 관객의 반응이 더해지며 공연은 무대 위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객석과 함께 만들어지는 경험으로 이어졌다.공연의 분위기는 정태춘·박은옥 부부가 무대에 오르면서 또 한 번 달라졌다. 오랜 시간 삶과 시대의 이야기를 노래해 온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의 시선이 집중됐다.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시인의 마을’의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석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노래의 첫 소절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반응에는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노래에 대한 반가움이 담겼다. 앞선 판소리 무대에서 추임새로 공연에 참여했던 관객들은 이번에는 익숙한 선율을 따라가며 노래가 전하는 감정에 집중했다. 한 곡의 노래가 오랜 세월 쌓인 기억을 불러내고, 무대와 객석 사이에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정태춘·박은옥은 ‘북한강에서’ 등 자신들의 노래를 들려주며 공연의 여운을 이어갔다. 화려한 무대 연출 속에서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결국 노래에 담긴 이야기와 이를 전하는 목소리였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다시 듣고 싶은 노래가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자 객석은 박수로 화답했다.판소리와 포크음악은 표현 방식과 음악적 형식에서 차이가 있지만, 사람들의 삶과 시대를 이야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판소리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소리와 이야기로 전해왔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 역시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며 청중과 소통해 왔다.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이 한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었던 이유다.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지역으로, 동편제 판소리 문화가 이어져 온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지역 명창들의 전통 소리를 감상한 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를 만나는 구성은 이번 축제의 특별한 장면으로 남았다. 지역의 전통문화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가 한자리에서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첨단 조명과 대형 LED 화면이 설치된 무대 위에서는 오래된 판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어 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을 담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전통과 현대를 구분하는 경계보다 서로 다른 음악이 관객에게 어떤 감동을 전하는지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 무대였다.전통문화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서만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장르와 어우러질 때, 전통은 또 다른 방식으로 생명력을 얻는다. 판소리의 추임새와 대중가요를 향한 박수가 같은 밤에 이어진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구례 동편제소리축제의 가을밤은 그렇게 전통과 현대의 음악이 함께 만드는 공연장으로 변했다. 명창의 소리에 관객들은 “얼씨구”와 “좋다”를 외쳤고, ‘시인의 마을’이 시작되자 큰 박수로 화답했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에서 출발한 음악은 사람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통해 하나로 이어졌고, 관객들은 그 울림을 함께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