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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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 6개월 만에 시위 재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반년 동안 중단했던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다시 시작하며 정부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번 시위는 단순한 지하철 승하차를 넘어 20여 년 만에 시내버스 탑승 투쟁까지 병행하며 이동권 보장을 위한 전방위적인 집단행동에 나선 모양새다. 장애인 단체 측은 기획예산처의 내년도 예산 편성 시기에 맞춰 장애인 권리 예산의 실질적인 반영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도심 곳곳의 교통 혼잡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오전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서 진행된 시위에는 수십 명의 활동가가 참여해 장애인 등급제 폐지와 예산 증액을 촉구했다. 이들은 시청역에서 출발해 서울역까지 이동하며 시민들에게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 단체 행동은 지난 지방선거 기간 정치권의 유보 요청을 수용해 시위를 멈춘 지 6개월 만에 이루어진 것으로, 정부의 예산 논의가 본격화되는 시점을 겨냥해 투쟁의 동력을 다시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하철뿐만 아니라 버스 정류장에서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전장연은 혜화동 일대에서 시내버스 탑승을 시도하며 교통약자법의 전면 개정을 요구하는 정기 시위를 예고했다. 휠체어 탑승 설비 의무화와 발달장애인을 위한 서비스 기준 신설 등을 골자로 하는 법안 처리가 지연되자, 매주 수요일마다 버스 운행을 막아서는 방식의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로 인해 도심 주요 간선도로의 정체가 반복되면서 시민들의 불편 호소도 잇따르고 있다.

 

시위를 주도하는 박경석 상임대표는 과거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약속했던 장애인 권리 보장이 예산 뒷받침 없이는 공염불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해병대 전역 후 사고로 장애를 입은 뒤 수십 년간 장애인 인권 운동에 헌신해 온 인물로, 이동권 쟁취를 위한 연대회의 등을 이끌며 법제도 개선을 요구해왔다. 그는 지역 사회에서 장애인이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예산 확보라고 강조하며 기획예산처 장관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시위 방식에 대한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출근 시간대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하는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타인의 생업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가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휠체어 리프트 사고 이후 시작된 이동권 투쟁이 20년 넘게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일상을 볼모로 잡는 방식이 대중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번 시위 재개에 대해 이전보다 훨씬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다. 공사 측은 철도안전법 위반 여부를 엄격히 따져 무관용 원칙에 따라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시위대가 열차 운행을 고의로 지연시키거나 승객의 안전을 위협할 경우 즉각적인 제지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강경 대응 기조 속에 전장연이 정기적인 시위를 강행하기로 하면서 당분간 출근길 대치 국면은 계속될 전망이다.

 

 

 

판소리와 포크의 만남…구례 가을밤 울린 ‘시인의 마을’

추임새와 박수가 이어졌다. 전통 판소리의 깊은 울림에 이어 익숙한 포크음악이 흐르자 관객들은 노래와 함께 호흡하며 구례의 가을밤을 즐겼다.지난 17일 밤 열린 구례 동편제소리축제에서는 지역 명창들의 판소리와 가수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공연이 한자리에서 펼쳐졌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전통 소리와 한국 대중음악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가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무대를 선사했다.이날 구례 명창들의 공연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무대는 박정선 명창의 ‘적벽가’였다. 박 명창은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가 다급하게 달아나는 장면을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 힘 있는 소리로 풀어냈다.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고, 관객들은 추임새와 박수로 소리꾼의 무대에 호응했다. 판소리 특유의 해학과 긴장감이 무대를 채우면서 관객들은 이야기 속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꼈다. 소리꾼의 목소리와 몸짓에 관객의 반응이 더해지며 공연은 무대 위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객석과 함께 만들어지는 경험으로 이어졌다.공연의 분위기는 정태춘·박은옥 부부가 무대에 오르면서 또 한 번 달라졌다. 오랜 시간 삶과 시대의 이야기를 노래해 온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의 시선이 집중됐다.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시인의 마을’의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석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노래의 첫 소절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반응에는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노래에 대한 반가움이 담겼다. 앞선 판소리 무대에서 추임새로 공연에 참여했던 관객들은 이번에는 익숙한 선율을 따라가며 노래가 전하는 감정에 집중했다. 한 곡의 노래가 오랜 세월 쌓인 기억을 불러내고, 무대와 객석 사이에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정태춘·박은옥은 ‘북한강에서’ 등 자신들의 노래를 들려주며 공연의 여운을 이어갔다. 화려한 무대 연출 속에서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결국 노래에 담긴 이야기와 이를 전하는 목소리였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다시 듣고 싶은 노래가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자 객석은 박수로 화답했다.판소리와 포크음악은 표현 방식과 음악적 형식에서 차이가 있지만, 사람들의 삶과 시대를 이야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판소리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소리와 이야기로 전해왔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 역시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며 청중과 소통해 왔다.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이 한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었던 이유다.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지역으로, 동편제 판소리 문화가 이어져 온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지역 명창들의 전통 소리를 감상한 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를 만나는 구성은 이번 축제의 특별한 장면으로 남았다. 지역의 전통문화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가 한자리에서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첨단 조명과 대형 LED 화면이 설치된 무대 위에서는 오래된 판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어 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을 담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전통과 현대를 구분하는 경계보다 서로 다른 음악이 관객에게 어떤 감동을 전하는지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 무대였다.전통문화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서만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장르와 어우러질 때, 전통은 또 다른 방식으로 생명력을 얻는다. 판소리의 추임새와 대중가요를 향한 박수가 같은 밤에 이어진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구례 동편제소리축제의 가을밤은 그렇게 전통과 현대의 음악이 함께 만드는 공연장으로 변했다. 명창의 소리에 관객들은 “얼씨구”와 “좋다”를 외쳤고, ‘시인의 마을’이 시작되자 큰 박수로 화답했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에서 출발한 음악은 사람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통해 하나로 이어졌고, 관객들은 그 울림을 함께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