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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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올림픽공원 투표지 247만 장 재검표 수용

 제9회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초유의 선거 불신 국면이 중대 전환점을 맞이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7일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현장조사 과정에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임시 보관 중인 투표용지 247만 장에 대한 전면적인 공개 재검표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회의 의결을 전제로 한 결정이지만, 선관위가 외부 참관인과 언론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개표 방식으로 투표지의 무결성을 증명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번 사태의 엄중함을 인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44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해 9시간 안에 검증을 마치겠다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도 함께 제시되었다.

 

선관위가 재검표라는 강수를 둔 배경에는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올림픽공원 봉쇄 사태와 국민적 불신 해소가 자리 잡고 있다. 강동완 사무총장 직무대리는 이번 조치가 참정권 수호를 외치는 시민들을 포용하고, 보관 중인 투표지가 선거 당일의 결과와 다르지 않음을 확인하는 필수적인 절차라고 강조했다. 특히 핸드볼경기장이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지 못한 채 선거 관련 시설로 점거되어 있는 상황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실무적 판단도 작용했다. 선관위 측은 국조특위가 시점을 결정해준다면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재검표를 진행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피력했다.

 


정치권의 반응도 재검표 추진 쪽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그간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더불어민주당은 한병도 대표 직무대행의 발언을 통해 투표용지 247만 장에 대한 재검표와 수개표를 국조특위 차원에서 적극 검토하겠다고 공식화했다. 국민의힘 소속 윤상현 특위 위원장이 1차 현장검증 당시 강력히 요청했던 사안에 야당이 화답하면서, 여야 합의에 의한 재검표 실시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이는 선거 관리의 공정성 논란이 정파적 이해관계를 넘어 국가 민주주의 시스템에 대한 신뢰 문제로 번지는 것을 막으려는 여야의 공통된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다.

 

다만 재검표의 법적 효력과 절차적 정당성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개혁신당 이준석 위원은 단순한 정치적 재검표가 자칫 선거 불복의 선례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하며, 선관위가 명확한 검증 기준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철환 중앙선관위원장 직무대행 역시 현재 진행 중인 각종 선거 소송과의 연계성을 언급하며, 국정조사 차원의 재검표가 법적 효과를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투표용지의 무결성을 확인하는 과정 자체가 또 다른 법적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한편 국조특위는 재검표 논의와 별개로 오는 14일 열릴 1차 청문회 증인 채택을 두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행정안전부와 국방부 장관을 증인으로 세워 정부의 대응 부실을 따져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민주당은 선관위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청와대나 행정부로의 책임 전가는 정쟁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결국 장관들의 증인 채택 문제는 간사 간 협의로 넘겨졌으나, 노태악 전 선관위원장을 포함한 전·현직 위원 97명에 대한 증인 출석 요구안은 의결되었다. 특히 과거 자녀 채용 비리 의혹을 받았던 인사들까지 증인 명단에 포함되면서 선관위 조직 전반에 대한 고강도 검증이 예고되었다.

 

이번 재검표 수용 결정이 올림픽공원을 둘러싼 갈등을 봉합하고 선거 관리 개혁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선관위는 이번 절차를 통해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무너진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게 되었다. 재검표 현장이 언론에 투명하게 공개되고 수개표를 통해 의혹이 규명된다면 지리멸렬한 부정선거 논란을 종식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검증 과정에서 사소한 오류라도 발견될 경우, 한국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 시스템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판소리와 포크의 만남…구례 가을밤 울린 ‘시인의 마을’

추임새와 박수가 이어졌다. 전통 판소리의 깊은 울림에 이어 익숙한 포크음악이 흐르자 관객들은 노래와 함께 호흡하며 구례의 가을밤을 즐겼다.지난 17일 밤 열린 구례 동편제소리축제에서는 지역 명창들의 판소리와 가수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공연이 한자리에서 펼쳐졌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전통 소리와 한국 대중음악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가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무대를 선사했다.이날 구례 명창들의 공연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무대는 박정선 명창의 ‘적벽가’였다. 박 명창은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가 다급하게 달아나는 장면을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 힘 있는 소리로 풀어냈다.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고, 관객들은 추임새와 박수로 소리꾼의 무대에 호응했다. 판소리 특유의 해학과 긴장감이 무대를 채우면서 관객들은 이야기 속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꼈다. 소리꾼의 목소리와 몸짓에 관객의 반응이 더해지며 공연은 무대 위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객석과 함께 만들어지는 경험으로 이어졌다.공연의 분위기는 정태춘·박은옥 부부가 무대에 오르면서 또 한 번 달라졌다. 오랜 시간 삶과 시대의 이야기를 노래해 온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의 시선이 집중됐다.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시인의 마을’의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석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노래의 첫 소절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반응에는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노래에 대한 반가움이 담겼다. 앞선 판소리 무대에서 추임새로 공연에 참여했던 관객들은 이번에는 익숙한 선율을 따라가며 노래가 전하는 감정에 집중했다. 한 곡의 노래가 오랜 세월 쌓인 기억을 불러내고, 무대와 객석 사이에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정태춘·박은옥은 ‘북한강에서’ 등 자신들의 노래를 들려주며 공연의 여운을 이어갔다. 화려한 무대 연출 속에서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결국 노래에 담긴 이야기와 이를 전하는 목소리였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다시 듣고 싶은 노래가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자 객석은 박수로 화답했다.판소리와 포크음악은 표현 방식과 음악적 형식에서 차이가 있지만, 사람들의 삶과 시대를 이야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판소리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소리와 이야기로 전해왔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 역시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며 청중과 소통해 왔다.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이 한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었던 이유다.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지역으로, 동편제 판소리 문화가 이어져 온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지역 명창들의 전통 소리를 감상한 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를 만나는 구성은 이번 축제의 특별한 장면으로 남았다. 지역의 전통문화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가 한자리에서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첨단 조명과 대형 LED 화면이 설치된 무대 위에서는 오래된 판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어 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을 담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전통과 현대를 구분하는 경계보다 서로 다른 음악이 관객에게 어떤 감동을 전하는지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 무대였다.전통문화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서만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장르와 어우러질 때, 전통은 또 다른 방식으로 생명력을 얻는다. 판소리의 추임새와 대중가요를 향한 박수가 같은 밤에 이어진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구례 동편제소리축제의 가을밤은 그렇게 전통과 현대의 음악이 함께 만드는 공연장으로 변했다. 명창의 소리에 관객들은 “얼씨구”와 “좋다”를 외쳤고, ‘시인의 마을’이 시작되자 큰 박수로 화답했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에서 출발한 음악은 사람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통해 하나로 이어졌고, 관객들은 그 울림을 함께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