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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메모리 싹쓸이"…스마트폰 출하량 11% '쇼크'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증설 열풍이 메모리 반도체 공급망을 장악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이 유례없는 출하량 절벽에 직면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6년 2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요 메모리 제조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AI 서버용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에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단가가 낮은 스마트폰용 부품 공급을 후순위로 밀어낸 결과다. 부품 원가 상승 압박을 견디지 못한 제조사들이 제품 가격을 인상하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기 시작한 것이다.

 

부품 가격 상승의 직격탄은 가격 민감도가 높은 중저가 보급형 시장에 집중됐다. 그동안 박리다매 전략을 취해온 제조사들은 원가 상승분을 제품가에 반영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곧바로 수요 위축으로 이어졌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으로 인한 물류비 상승과 글로벌 인플레이션까지 겹치며 소비자들의 실질 구매력은 바닥을 쳤다. 업계 전문가들은 단순한 수급 불균형을 넘어 스마트폰이 '필수재'에서 '고가 사치재'로 변모하며 시장 구조 자체가 수익성 방어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삼성전자는 점유율 24%를 기록하며 글로벌 1위 자리를 수성했다. 인도와 중동 등 주요 전략 시장에서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한 것은 물론, 경쟁사 대비 낮은 가격 인상 폭과 적극적인 프로모션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특히 올해 초 출시된 갤럭시 S26 시리즈의 흥행이 브랜드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자체 반도체 생산 역량을 보유한 수직 계열화 구조 덕분에 부품 수급난 속에서도 플래그십 모델의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며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강화했다.

 

애플 역시 사상 처음으로 분기 점유율 20% 고지에 올라서며 견고한 브랜드 파워를 과시했다. 애플은 주요 제조사 중 유일하게 제품 가격을 동결하며 아이폰 17 시리즈의 판매 호조를 이끌어냈다. 다만 메모리 공급 우선순위에서 밀린 구형 모델의 판매가 부진했고,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의 할인 행사 효과가 예년만 못해 출하량 증가 폭은 3% 수준에 머물렀다. 고가 정책을 고수해온 애플조차 최신 기종에 메모리 자원을 집중 배정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공급난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반면 샤오미와 오포, 비보 등 중국 주요 3사는 출하량이 두 자릿수 이상 급감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들은 중저가 제품 비중이 높아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타격이 상대적으로 컸으며, 가격 경쟁력을 잃은 제품들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았다. 반면 구글은 픽셀 10 시리즈의 인기에 힘입어 출하량이 16% 급증했고, 화웨이 역시 자체 생태계를 강화한 메이트 80 시리즈 등을 앞세워 6% 성장하는 등 틈새시장에서의 지각변동도 감지되고 있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메모리 공급 부족 사태가 2027년까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 하반기 출시될 폴더블 8세대와 차세대 아이폰의 최고 사양 모델 가격이 300만 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제조사들은 이제 출하량 경쟁보다는 수익성이 낮은 라인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리퍼비시 제품 판매를 확대하는 등 생존을 위한 체질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AI 서버가 삼킨 메모리 블랙홀이 풀리기 전까지 스마트폰 시장의 완연한 회복세는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