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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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짐 들 때 '울컥', 밑 빠지는 증상 주의보

 일상생활 중 무거운 물건을 들 때마다 하복부가 묵직해지며 무언가 밖으로 튀어나올 듯한 불쾌감을 느끼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최근 미국의 한 40대 여성이 10년 동안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원인을 찾지 못하다가 결국 '골반장기탈출증' 확진을 받은 사례가 알려지며 경종을 울렸다. 이 질환은 자궁이나 방광, 직장 등 골반 내 장기들을 지탱하는 근육과 인대가 약해지면서 장기들이 정상 위치를 벗어나 아래로 처지는 병이다. 초기에는 단순한 압박감에 그치지만, 방치할 경우 장기가 질 밖으로 완전히 돌출되어 보행 장애와 배뇨 이상을 초래하는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골반장기탈출증의 가장 대표적인 징후는 질 내부에 덩어리가 만져지거나 밑이 빠지는 듯한 이물감이다. 환자들은 흔히 소변이 자주 마렵거나 배변 후에도 잔변감이 남는 증상을 호소하며, 오래 서 있거나 기침을 할 때 증상이 더욱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아침에는 증상이 덜하다가 활동량이 많은 오후나 저녁에 돌출 부위가 뚜렷해지는 특성이 있어 진단 시기를 놓치기 쉽다. 누워 있을 때는 장기가 안으로 들어가 정상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진료 시 자신이 느끼는 증상이 어떤 자세와 상황에서 발생하는지 의료진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조기 발견의 핵심이다.

 


과거에는 주로 고령층의 전유물로 여겨졌으나, 최근 국내 통계에 따르면 40~50대 젊은 여성 환자도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다.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골반 근육이 손상된 이후 노화가 시작되면서 지지 조직이 급격히 약해지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비만이나 만성 변비, 무거운 물건을 반복해서 드는 생활 습관 등이 복압을 높여 질환의 진행을 가속화한다. 특히 식료품 매장이나 물류 현장에서 근무하며 허리를 자주 숙이는 여성들은 고위험군에 속하므로, 통증이 없더라도 질 입구에서 이물감이 느껴진다면 즉시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질환의 진행 단계는 장기가 내려온 정도에 따라 1기부터 4기까지 구분된다. 장기가 질 입구 안쪽에 머무는 초기 단계라면 케겔 운동으로 알려진 골반저근 강화 운동이나 의료기기인 '페서리' 삽입을 통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의 일부가 질 밖으로 돌출되는 3기 이상이거나 배뇨 장애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면 수술적 치료가 불가피하다. 최근에는 인공 그물망을 이용해 장기를 원래 위치에 단단히 고정하는 로봇 수술이나 복강경 수술이 활발히 시행되고 있어, 환자의 연령과 건강 상태에 맞춘 정밀한 치료가 가능해졌다.

 


수술 후 회복 과정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재발 방지를 위한 사후 관리다. 골반장기탈출증은 수술을 받더라도 근본적인 지지 조직의 약화 문제가 남아 있어 재발 가능성이 존재하는 질환이다. 회복기에는 복압을 높이는 무리한 운동이나 무거운 물건 들기를 철저히 금해야 하며, 만성 기침이 있다면 이를 먼저 치료해 골반에 가해지는 충격을 줄여야 한다. 또한 충분한 식이섬유 섭취를 통해 변비를 예방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골반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생활화하고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장기의 위치를 확인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완치에 가까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여성들에게 골반장기탈출증은 신체적 고통뿐 아니라 수치심과 우울감을 동반하는 심리적 질환이기도 하다. 많은 환자가 증상을 숨기거나 병명을 몰라 방치하다가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노화와 출산의 과정에서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며, 조기에 발견할수록 치료법이 간단하고 회복도 빠르다. '밑이 빠지는 느낌'을 단순한 피로로 여기지 말고, 자신의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적극적인 진단과 치료만이 여성으로서의 건강한 자존감과 삶의 질을 회복하는 유일한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판소리와 포크의 만남…구례 가을밤 울린 ‘시인의 마을’

추임새와 박수가 이어졌다. 전통 판소리의 깊은 울림에 이어 익숙한 포크음악이 흐르자 관객들은 노래와 함께 호흡하며 구례의 가을밤을 즐겼다.지난 17일 밤 열린 구례 동편제소리축제에서는 지역 명창들의 판소리와 가수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공연이 한자리에서 펼쳐졌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전통 소리와 한국 대중음악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가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무대를 선사했다.이날 구례 명창들의 공연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무대는 박정선 명창의 ‘적벽가’였다. 박 명창은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가 다급하게 달아나는 장면을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 힘 있는 소리로 풀어냈다.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고, 관객들은 추임새와 박수로 소리꾼의 무대에 호응했다. 판소리 특유의 해학과 긴장감이 무대를 채우면서 관객들은 이야기 속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꼈다. 소리꾼의 목소리와 몸짓에 관객의 반응이 더해지며 공연은 무대 위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객석과 함께 만들어지는 경험으로 이어졌다.공연의 분위기는 정태춘·박은옥 부부가 무대에 오르면서 또 한 번 달라졌다. 오랜 시간 삶과 시대의 이야기를 노래해 온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의 시선이 집중됐다.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시인의 마을’의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석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노래의 첫 소절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반응에는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노래에 대한 반가움이 담겼다. 앞선 판소리 무대에서 추임새로 공연에 참여했던 관객들은 이번에는 익숙한 선율을 따라가며 노래가 전하는 감정에 집중했다. 한 곡의 노래가 오랜 세월 쌓인 기억을 불러내고, 무대와 객석 사이에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정태춘·박은옥은 ‘북한강에서’ 등 자신들의 노래를 들려주며 공연의 여운을 이어갔다. 화려한 무대 연출 속에서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결국 노래에 담긴 이야기와 이를 전하는 목소리였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다시 듣고 싶은 노래가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자 객석은 박수로 화답했다.판소리와 포크음악은 표현 방식과 음악적 형식에서 차이가 있지만, 사람들의 삶과 시대를 이야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판소리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소리와 이야기로 전해왔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 역시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며 청중과 소통해 왔다.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이 한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었던 이유다.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지역으로, 동편제 판소리 문화가 이어져 온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지역 명창들의 전통 소리를 감상한 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를 만나는 구성은 이번 축제의 특별한 장면으로 남았다. 지역의 전통문화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가 한자리에서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첨단 조명과 대형 LED 화면이 설치된 무대 위에서는 오래된 판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어 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을 담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전통과 현대를 구분하는 경계보다 서로 다른 음악이 관객에게 어떤 감동을 전하는지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 무대였다.전통문화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서만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장르와 어우러질 때, 전통은 또 다른 방식으로 생명력을 얻는다. 판소리의 추임새와 대중가요를 향한 박수가 같은 밤에 이어진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구례 동편제소리축제의 가을밤은 그렇게 전통과 현대의 음악이 함께 만드는 공연장으로 변했다. 명창의 소리에 관객들은 “얼씨구”와 “좋다”를 외쳤고, ‘시인의 마을’이 시작되자 큰 박수로 화답했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에서 출발한 음악은 사람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통해 하나로 이어졌고, 관객들은 그 울림을 함께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