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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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당권 4파전, 김민석 vs 정청래 격돌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8·17 전당대회 대진표가 윤곽을 드러냈다. 후보 등록 첫날인 16일, 김민석·정청래·송영길·고민정 의원이 차례로 당대표 후보 등록을 마치며 본격적인 당권 레이스의 막을 올렸다. 이번 경선은 차기 총선을 진두지휘할 리더십을 뽑는 자리인 만큼, 주자들은 등록 직후부터 각자의 강점을 부각하는 메시지를 쏟아내며 기선 제압에 나섰다. 특히 당내 주류 세력의 지지를 얻기 위한 전략적 행보가 엇갈리면서 초반부터 뜨거운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유력 당권 주자로 꼽히는 김민석 의원은 '안정감 있는 리더십'을 전면에 내세웠다. 김 의원은 후보 등록 후 방송 인터뷰를 통해 대통령과의 원활한 파트너십과 2년 후 총선 승리를 이끌 수 있는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그는 청년이 주인이 되는 정당과 공정한 시스템 공천 등 4대 혁신 과제를 제시하며 비전 중심의 경쟁을 제안했다. 특히 상대 후보들에게 네거티브 공방 대신 정책 대결을 펼치자며 '공동 선언'을 제안하는 등 당내 통합을 중시하는 중도 실용주의적 행보로 차별화를 꾀했다.

 


반면 정청래 의원은 검찰개혁의 선명성을 강조하며 강성 지지층의 표심을 정조준했다. 정 의원은 후보 등록 당일 보완수사권 폐지를 주제로 한 토론회를 열고, 검찰개혁의 실패가 곧 총선 패배로 이어질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서도 보완수사권의 완전한 폐지를 공언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선 그는, 자신이 당내 경쟁자들로부터 공격받는 상황을 언급하며 동정론을 자극하기도 했다. 이는 당원들의 강력한 지지를 바탕으로 경선 판도를 흔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송영길 의원은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하며 완주 의사를 분명히 했다. 송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자신을 향한 '페이스메이커' 의혹을 부인하며 끝까지 필승을 위해 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당대표가 단순히 대통령의 뜻을 따르는 자리가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김민석 의원과의 대립각을 세웠다. 특히 고액의 기탁금까지 언급하며 중도 사퇴설을 차단하는 등 독자 노선을 걷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유일한 여성 후보이자 젊은 리더십을 표방한 고민정 의원은 호남 민심 공략으로 첫 행보를 시작했다. 고 의원은 청년들의 마음에 공감하고 그들을 키워낼 수 있는 '젊은 민주당'을 꿈꾼다는 포부를 밝히며 전북 지역 당원들과의 만남을 위해 길을 떠났다. 3박 4일간 이어질 호남 일정을 통해 민주당의 뿌리인 지역 당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고 의원의 가세로 이번 전당대회는 세대교체론과 안정론, 개혁론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는 양상을 띠게 됐다.

 

후보 등록이 마무리됨에 따라 민주당은 이제 전국 순회 경선이라는 대장정에 돌입한다. 김민석 의원의 통합 비전과 정청래 의원의 개혁 드라이브, 송영길 의원의 필승 의지와 고민정 의원의 청년 정치가 충돌하며 당심의 향방은 더욱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각 후보가 내세운 가치가 당원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에 따라 민주당의 미래 노선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본경선이 다가올수록 후보 간의 합종연횡이나 정책 대결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며, 이는 8월 전당대회의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