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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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찢고 나온 세포들, 유미의 세포들 뮤지컬 개막

 누적 조회수 35억 뷰를 기록한 전설적인 웹툰 '유미의 세포들'이 무대 위 화려한 선율을 입고 관객들의 심장을 두드리고 있다. 지난달 말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유미의 세포들'은 서른 살 직장인 유미의 일상과 사랑을 그녀의 머릿속 세포들의 시선으로 풀어낸 독창적인 작품이다. 9일 열린 프레스콜 현장에서는 원작의 아기자기한 감성을 뮤지컬 특유의 역동적인 연출로 승화시킨 장면들이 공개되며 새로운 '인생 뮤지컬'의 탄생을 예고했다.

 

작품의 중심축인 유미 역은 배우 김예원과 티파니 영이 맡아 각기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두 배우는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사랑의 설렘과 이별의 아픔, 그리고 직장 생활의 고단함을 섬세한 감정선으로 그려냈다. 특히 불안한 현실 속에서도 자신만의 속도를 찾아가는 유미의 성장 서사는 관객들에게 깊은 위로를 건넨다. 티파니 영은 회차를 거듭할수록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깊어진다며, 관객들과 함께 울고 웃는 무대 위 호흡에 대한 벅찬 소감을 전했다.

 


이번 뮤지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베일에 싸여 있던 '109 세포'의 존재다. 최재림과 정택운이 연기하는 이 캐릭터는 세포들의 정신적 지주이자 극의 활력을 책임지는 인물로 설정됐다. 최재림은 캐릭터의 정체를 끝까지 비밀에 부치면서도, 명칭이 유미의 생일인 1월 9일에서 유래했다는 힌트를 던져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압도적인 성량과 위트 있는 연기로 무대를 장악하는 이들의 활약은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유미의 프라임 세포인 '사랑 세포'의 입체적인 변화 역시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어내는 지점이다. 유리아와 김소향은 1막의 발랄한 모습부터 2막에서 상처 입고 방황하는 모습까지 폭넓은 감정의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특히 자존감을 회복해 나가는 과정을 담은 넘버 '아임 더 프라임'은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를 관통한다. 사랑에 집착하던 세포가 스스로의 가치를 깨닫고 유미와 교감하는 과정은 객석에 묵직한 감동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양정웅 연출은 원작의 방대한 서사를 뮤지컬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 압축하면서도, 세포들의 개성을 살린 시각적 연출에 공을 들였다. 무대 위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세포들의 군무와 감각적인 영상미는 관객들로 하여금 유미의 머릿속을 직접 탐험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평범한 일상을 특별한 무대로 바꾼 이러한 시도는 웹툰과 드라마를 이미 접한 팬들에게도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오며 뮤지컬만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결국 이 작품은 타인의 시선이 아닌, 자신의 우주에서 온전한 주인공으로 서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유미와 세포들이 함께 겪는 좌절과 극복의 여정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잊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탄탄한 원작의 힘에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진 이 무대는 관객들에게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자아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제공한다. 유미의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세포들의 뜨거운 합창은 오는 8월 23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