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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없는 리조트, 뇌가 쉬는 '진짜 휴식'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 소음은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다. 도로 위의 경적, 공사 현장의 굉음은 물론이고 손안의 스마트폰에서 쉴 새 없이 울려대는 알림음은 뇌를 끊임없는 과부하 상태로 몰아넣는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최근 여행업계는 고요함을 상품화한 '콰이어트케이션'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영국 BBC가 올해의 핵심 여행 트렌드로 꼽은 개념으로, 외부의 자극을 최소화해 신체와 정신의 회복을 꾀하는 휴식 형태를 의미한다. 소음 노출이 심혈관 질환이나 수면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는 과학적 경고가 잇따르면서, 이제 조용한 휴식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치유 과정으로 인식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강원도 홍천 종자산 자락에 위치한 웰니스 리조트 선마을이 이러한 흐름을 선도하고 있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리조트 전역에서 TV와 와이파이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의도적으로 디지털 소음을 차단함으로써 투숙객들이 온전히 자신의 내면과 자연의 소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실제로 선마을 내부의 소음도를 측정한 결과, 조용한 도서관 수준인 34.3dB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 주거지역의 평균 낮 소음도인 57dB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로, 소음 스트레스에 지친 뇌를 안정시키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선마을의 휴식은 기상 방식부터 남다르다. 자극적인 스마트폰 알람 소리에 의존해 억지로 잠에서 깨는 도심의 일상과 달리, 이곳에서는 객실 통창으로 들어오는 햇살과 새소리가 알람 역할을 대신한다. 자연광을 통한 점진적인 기상은 신체의 스트레스 반응을 줄이고 생체리듬을 정상화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이 리조트 측의 설명이다. 인위적인 기계음이 사라진 자리를 자연의 소리가 채우면서, 투숙객들은 평소 인지하지 못했던 바람 소리와 숲의 숨결을 느끼며 깊은 이완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단순히 소음을 없애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심신 회복을 돕는 구체적인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숲길을 걸으며 청각적 감각을 깨우는 '숲 테라피'를 비롯해, 시청각 자극이 제한된 공간에서 싱잉볼의 진동에 몸을 맡기는 '싱잉볼 명상'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활동들은 도시 생활에서 잔뜩 긴장해 있던 교감신경을 안정시키고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해 깊은 휴식을 유도한다. 방문객들 사이에서는 스마트폰 알림이 사라지자 비로소 뇌가 쉬는 기분이 들었다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소음도는 세계보건기구가 권고하는 불쾌감 방지 기준인 50dB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이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심각한 불쾌감'을 유발하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청각 피로가 누적되면 집중력이 저하되고 정서적 불안감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콰이어트케이션은 단순한 관광의 형태를 넘어, 도시 소음으로부터 청각과 뇌를 보호하려는 현대인들의 방어 기제라고 볼 수 있다. 고요함 속에서의 하룻밤이 주는 회복 탄력성은 그 어떤 화려한 관광지에서의 경험보다 강력한 치유력을 발휘한다.

 

결국 콰이어트케이션 트렌드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심각한 자극 과잉 상태에 놓여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인공적인 소리를 지워낸 공간에서 맞이하는 정적은 현대인들에게 가장 귀한 사치이자 보약이 되고 있다. 선마을과 같은 콰이어트케이션 명소들이 각광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채우는 여행이 아닌 비우는 여행을 통해 진정한 나를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여름, 도심의 소음을 뒤로하고 숲속의 고요를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여행의 패러다임은 '보는 것'에서 '듣지 않는 것'으로 진화하고 있다.

 

실학자 정약용, 이번엔 로봇·패션쇼로 돌아왔다

다. 올해 40회를 맞은 다산정약용문화제는 전통 인물 축제의 틀을 넘어, 과거의 지혜를 오늘의 놀이와 기술로 체험하는 방식으로 관람객을 맞는다.남양주시는 오는 17일부터 18일까지 조안면 정약용유적지와 다산생태공원 일대에서 ‘제40회 다산정약용문화제’를 연다. 주제는 ‘시대를 설계한 정약용, 오늘을 혁신하다’다. 조선 후기 대표 실학자인 정약용의 실사구시 정신을 현대적으로 풀어내고,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축제로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이번 축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체험’이다. 정약용을 기리는 의례 중심의 행사에서 벗어나, 아이와 부모가 함께 움직이고 만들고 생각하는 프로그램이 전면에 배치됐다. 가족 단위 참가자들은 ‘정약용 로봇창작대회’에서 아이디어를 직접 구현해볼 수 있다. 실용을 중시했던 다산의 정신을 오늘날의 창작 활동과 연결한 프로그램이다.‘정약용 미래공방’에서는 인공지능과 로봇을 만날 수 있다. 다산이 살던 시대의 혁신이 수원화성, 거중기, 행정 개혁이었다면, 오늘의 혁신은 AI와 로봇이라는 점에 착안한 구성이다.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실학의 가치를 미래 기술 체험으로 풀어낸다.정약용유적지는 하나의 야외 미션 공간이 된다. 보물찾기 프로그램 ‘다산의 마지막 제자’는 방문객이 유적지를 돌아다니며 단서를 찾고 미션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역사 공간을 조용히 관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걷고 찾고 해결하면서 정약용의 삶에 가까이 다가가게 한다.반대로 속도를 늦추는 프로그램도 있다. ‘디지털 디톡스 유배체험’은 스마트폰과 디지털 기기에서 잠시 벗어나 사색의 시간을 갖는 프로그램이다. 강진 유배 시절 수많은 저술을 남긴 정약용의 시간을 현대인의 쉼과 연결했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다산생태공원의 가을 풍경 속에서 생각을 정리해보는 경험이 될 수 있다.전통문화 프로그램도 빠지지 않는다. 한복 체험, 전통놀이, 문예대회, 어린이 퀴즈 프로그램 ‘도전! 장원급제’가 축제장을 채운다.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헌화와 헌다례도 마련돼 문화제 본연의 의미를 살린다. 세대별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나뉘어 있어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함께 머물기 좋은 구성이 됐다.40주년을 기념한 무대도 축제의 관전 포인트다. 남양주시는 시민 참여를 늘리기 위해 개막식 시간을 오후 3시로 옮겼다. 첫날인 17일에는 헌다례와 개막식에 이어 뮤지컬 ‘다산, 물 위의 별’ 갈라쇼가 펼쳐진다. 정약용의 삶을 음악과 무대 언어로 풀어내며 관람객에게 색다른 감동을 전할 예정이다.이상봉 디자이너가 참여하는 기념 패션쇼도 열린다. 이번 패션쇼는 정약용의 혁신 정신과 한국적 미감을 결합한 무대로 꾸며진다. 실학자의 이름을 내건 축제에서 패션쇼가 열린다는 점은 낯설지만, 바로 그 낯섦이 올해 문화제가 지향하는 변화의 방향을 보여준다. 전통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지금의 감각으로 다시 해석하겠다는 의도다.둘째 날인 18일에는 음악으로 축제의 분위기가 이어진다. 어반자카파, HYNN 박혜원, 억스가 출연하는 기념 콘서트가 오후에 열린다. 가을 정취가 깊어지는 다산생태공원에서 열리는 공연인 만큼, 축제의 마지막을 여유롭게 즐기려는 방문객들의 관심이 예상된다.행사장 곳곳에는 거리공연과 버스킹이 마련된다. 지역 농산물을 판매하는 팜마켓도 함께 운영돼 남양주의 먹거리와 농산물을 만날 수 있다. 축제장을 걷다가 공연을 보고, 체험에 참여하고, 지역 농산물을 둘러보는 방식으로 하루 일정을 채울 수 있다.방문객을 위한 교통편도 준비된다. 남양주시는 운길산역과 조안면 체육공원에서 행사장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프로그램별 일정과 공연 시간, 셔틀버스 운행 정보는 다산정약용문화제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남양주시 관계자는 “40회를 맞은 이번 문화제가 정약용 선생의 정신을 되새기고, 여러 세대가 함께 어울리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가족, 친구와 함께 다채로운 공연과 체험을 즐기며 가을의 여유를 느껴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