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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피암터널, 춘천 대표 '인생샷' 성지 된다

 수많은 청춘의 낭만이 깃든 춘천 강촌이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한 대대적인 변신에 나섰다. 춘천시는 최근 '강촌 피암터널 일원 디자인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 착수보고회'를 열고, 깎아지른 절벽 아래 기차가 달리던 독특한 풍경의 피암터널을 강촌 관광의 핵심 아이콘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공개했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시설 정비를 넘어 강촌의 역사적 상징성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지역 상권에 실질적인 활력을 불어넣는 것을 목표로 한다.

 

피암터널은 본래 절벽 바위의 낙석을 방지하기 위해 석벽을 지탱하며 만든 반(半)터널 구조물로, 일정한 간격으로 뚫린 구멍이 마치 달리는 열차를 연상시키는 독창적인 외관을 자랑한다. 춘천시는 지난해 국가철도공단의 철도 유휴부지 활용사업에 선정된 것을 계기로, 이 터널을 예술적 감성이 흐르는 공간으로 단장할 기회를 잡았다. 시는 피암터널이 가진 건축적 특색을 극대화해 방문객들에게 강촌만의 독특한 시각적 경험을 선사할 계획이다.

 


이번 마스터플랜의 범위는 구 강촌역부터 신백양리역까지 이어지는 약 4km 구간의 폐철도 부지를 포괄한다. 이미 김유정역에서 옛 강촌역까지 운영 중인 레일바이크가 '문학 레일로드'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이번 사업은 그 흐름을 이어가며 강촌의 관광 지도를 확장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피암터널과 강촌상상역, 그리고 봄내길 5코스를 잇는 이 구간은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새로운 걷기 명소로 거듭날 전망이다.

 

춘천시의 이러한 움직임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맞물려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시는 최근 국토교통부의 지역특화 도시재생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150억 원의 국비를 확보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를 바탕으로 구곡폭포 관광지 개발과 강촌 골목형상점가 지정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입체적인 활성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이는 강촌을 단순히 지나가는 경유지가 아닌 사계절 내내 머무는 체류형 관광지로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지역 상권과의 상생을 위한 연계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시는 방하리 관광지 개발과 피암터널 자원화 사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강촌 전역의 관광 경쟁력을 높일 방침이다. 육동한 춘천시장은 이번 프로젝트가 디자인 계획에 그치지 않고 지역 상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실행력 있는 대안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관이 합심해 도출할 단계별 로드맵은 강촌의 쇠퇴한 이미지를 씻어내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마중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 연말 용역이 마무리되면 춘천시는 국가철도공단 및 코레일과의 최종 협의를 거쳐 본격적인 환경 개선과 콘텐츠 조성에 착수한다. 부모 세대가 통기타를 들고 찾았던 강촌의 피암터널이 이제는 그들의 자녀 세대가 카메라를 들고 찾는 감성적인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의 추억 위에 현대적인 예술의 옷을 입히는 강촌의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춘천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폐철도 활용의 성공 사례로 기록될 준비를 마쳤다.

 

판소리와 포크의 만남…구례 가을밤 울린 ‘시인의 마을’

추임새와 박수가 이어졌다. 전통 판소리의 깊은 울림에 이어 익숙한 포크음악이 흐르자 관객들은 노래와 함께 호흡하며 구례의 가을밤을 즐겼다.지난 17일 밤 열린 구례 동편제소리축제에서는 지역 명창들의 판소리와 가수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공연이 한자리에서 펼쳐졌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전통 소리와 한국 대중음악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가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무대를 선사했다.이날 구례 명창들의 공연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무대는 박정선 명창의 ‘적벽가’였다. 박 명창은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가 다급하게 달아나는 장면을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 힘 있는 소리로 풀어냈다.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고, 관객들은 추임새와 박수로 소리꾼의 무대에 호응했다. 판소리 특유의 해학과 긴장감이 무대를 채우면서 관객들은 이야기 속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꼈다. 소리꾼의 목소리와 몸짓에 관객의 반응이 더해지며 공연은 무대 위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객석과 함께 만들어지는 경험으로 이어졌다.공연의 분위기는 정태춘·박은옥 부부가 무대에 오르면서 또 한 번 달라졌다. 오랜 시간 삶과 시대의 이야기를 노래해 온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의 시선이 집중됐다.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시인의 마을’의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석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노래의 첫 소절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반응에는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노래에 대한 반가움이 담겼다. 앞선 판소리 무대에서 추임새로 공연에 참여했던 관객들은 이번에는 익숙한 선율을 따라가며 노래가 전하는 감정에 집중했다. 한 곡의 노래가 오랜 세월 쌓인 기억을 불러내고, 무대와 객석 사이에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정태춘·박은옥은 ‘북한강에서’ 등 자신들의 노래를 들려주며 공연의 여운을 이어갔다. 화려한 무대 연출 속에서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결국 노래에 담긴 이야기와 이를 전하는 목소리였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다시 듣고 싶은 노래가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자 객석은 박수로 화답했다.판소리와 포크음악은 표현 방식과 음악적 형식에서 차이가 있지만, 사람들의 삶과 시대를 이야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판소리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소리와 이야기로 전해왔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 역시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며 청중과 소통해 왔다.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이 한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었던 이유다.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지역으로, 동편제 판소리 문화가 이어져 온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지역 명창들의 전통 소리를 감상한 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를 만나는 구성은 이번 축제의 특별한 장면으로 남았다. 지역의 전통문화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가 한자리에서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첨단 조명과 대형 LED 화면이 설치된 무대 위에서는 오래된 판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어 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을 담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전통과 현대를 구분하는 경계보다 서로 다른 음악이 관객에게 어떤 감동을 전하는지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 무대였다.전통문화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서만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장르와 어우러질 때, 전통은 또 다른 방식으로 생명력을 얻는다. 판소리의 추임새와 대중가요를 향한 박수가 같은 밤에 이어진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구례 동편제소리축제의 가을밤은 그렇게 전통과 현대의 음악이 함께 만드는 공연장으로 변했다. 명창의 소리에 관객들은 “얼씨구”와 “좋다”를 외쳤고, ‘시인의 마을’이 시작되자 큰 박수로 화답했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에서 출발한 음악은 사람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통해 하나로 이어졌고, 관객들은 그 울림을 함께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