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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방문의 해 시동, 1500만 관광객 유치 박차

 수원특례시가 수원화성 축성 230주년과 세계유산 지정 30주년이라는 역사적 분기점을 맞아 도시의 관광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대규모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시는 '2026-2027 수원 방문의 해'를 선포하고, 연평균 7.2%의 관광객 성장률을 달성해 2027년까지 연간 1,50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일회성 행사에 치중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글로벌 마케팅과 고부가가치 비즈니스 관광 유치, 그리고 도시 전반의 인프라 개선을 결합한 입체적인 도시 경영 전략을 담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초기 공세는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시는 중국 최대 여행 플랫폼인 트립닷컴과 협력해 400만 명 이상의 동시 접속자를 대상으로 이원 생방송을 진행하는 등 실질적인 방한 외국인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특히 2027년 초 예정된 1만 5,000명 규모의 '암웨이 차이나 리더십 세미나' 포상관광 유치는 이번 프로젝트의 강력한 마중물이 될 전망이다. 지출 규모가 큰 대규모 비즈니스 관광객을 선점함으로써 지역 경제에 확실한 활력을 불어넣고, 수원을 글로벌 MICE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각인시키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수원화성이라는 역사적 자산에 먹거리와 즐길 거리를 결합한 로컬 콘텐츠의 고도화도 눈에 띈다. 시는 수원의 대표 먹거리인 치킨 거리를 K-푸드 글로벌 랜드마크로 조성하고, 지역 양조장과 연계한 브루어리 사업을 통해 외식 소비를 적극적으로 유도할 계획이다. 여기에 프로야구 등 연고 스포츠와 전통문화를 융복합한 투어 상품을 개발해 축제 기간에만 반짝하는 관광이 아닌 연중 상시적인 수익 체계를 구축한다. 이는 서울과의 높은 인접성 때문에 발생하는 '경유형 관광'의 한계를 극복하고, 관광객들이 지역에 머물며 소비하는 '체류형 관광'으로의 전환을 꾀하는 전략이다.

 

지속 가능한 관광 도시로의 도약을 위해 시가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20억 원이 투입되는 '무장애 인프라' 구축 사업이다. 2026년부터 2028년까지 추진되는 '모두' 시리즈는 교통약자도 불편 없이 이동할 수 있는 핵심 동선 정비에 초점을 맞춘다. 플라잉수원 대기 공간 리모델링을 포함한 '모두즐김' 동선, 주요 문화시설과 민간 상권을 연결하는 '모두누림' 동선, 서장대 쉼터 조성과 교통약자 미니버스 도입을 골자로 하는 '모두힐링' 동선이 예산의 3대 축이다. 물리적 장벽을 허무는 이러한 투자는 도시의 수용 태세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행정 주도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민관 협력 체계도 촘촘하게 짜였다. 50명 규모의 추진위원회와 더불어 SNS 서포터즈, 상인회, 이주민 등으로 구성된 277명의 '시민추진단'이 직접 환대 분위기를 조성하고 현장 모니터링을 담당한다. 시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에 참여함으로써 도시 전체가 관광객을 맞이하는 따뜻한 분위기를 형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스마트 결제 시스템 도입과 우체국 물류망을 연계한 감성 마케팅 등 다각도의 업무 협약을 통해 관광객의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세밀한 행정 지원도 병행된다.

 

이재준 수원시장은 최근 열린 추진위원회 회의에서 정조대왕의 유산부터 첨단산업까지 연결하는 관광 자원을 통해 다시 찾고 싶은 도시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오는 9월 '수원화성 미디어아트'를 시작으로 10월 수원화성문화제와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 등 굵직한 축제들이 줄지어 개최될 예정이다. 첨단 기술인 확장현실(XR) 버스 체험부터 인디뮤직 페스티벌까지 아우르는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은 수원의 가을 밤을 화려하게 수놓을 준비를 마쳤다. 수원은 이제 단순한 역사 도시를 넘어, 모든 이에게 열린 첨단 관광 도시로의 대전환을 시작했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