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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정상회의 휩쓴 젤렌스키, 위상 달라진 비결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올해 나토 정상회의에서 동맹국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확인하며 국제 무대에서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했다. 지난 7일부터 이틀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진행된 이번 회의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독일, 이탈리아 등 주요국 정상들과 20차례에 달하는 연쇄 회담을 소화하며 광폭 행보를 보였다. 특히 이번 회의는 전쟁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으로 우크라이나 이슈가 뒷전으로 밀려났던 지난해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어 눈길을 끌었다.

 

전황의 변화는 동맹국들의 태도를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자체 개발한 장거리 드론을 앞세워 러시아 내 에너지 시설과 보급로를 정밀 타격하며 푸틴 정권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러시아가 연료난을 인정하고 디젤 수출을 금지하는 등 수세에 몰리자, 국제사회에서는 전쟁의 끝이 보인다는 기대감이 확산됐다. 이러한 실질적인 성과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동맹국들로부터 더 큰 지원을 끌어낼 수 있는 강력한 외교적 지렛대가 됐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에서 나타났다. 그간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패트리엇 미사일의 우크라이나 현지 생산을 허용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방공망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주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부정적이었던 입장을 번복하고 우크라이나의 드론 기술력을 극찬하며 직접 구매 의사까지 밝혀, 우크라이나가 방산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인정받았음을 시사했다.

 

비회원국 수장인 젤렌스키 대통령이 나토 방산포럼 기조연설자로 나선 장면도 상징적이다. 그는 유럽 각국이 자체적인 탄도미사일 방어체계와 생산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하며, 우크라이나가 단순히 도움을 받는 국가를 넘어 유럽 안보의 전략적 파트너임을 강조했다. 이에 화답하듯 나토 정상들은 올해 700억 유로 규모의 군사 장비와 훈련을 제공하고 내년에도 같은 수준을 유지한다는 내용의 공동 선언문을 채택하며 우크라이나에 힘을 실어줬다.

 


정상회의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우크라이나의 공세는 멈추지 않았다. 러시아 트베리시와 스타브로폴의 석유 시설이 우크라이나 드론의 공격으로 화염에 휩싸였고, 아조우해에서는 연료를 실어 나르던 유조선들이 타격받았다. 세계 2위 원유 수출국인 러시아가 인도와 카자흐스탄에서 휘발유를 수입해야 할 정도로 몰린 경제적 궁지는 우크라이나의 드론 전술이 거둔 실질적인 승리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전장의 승전보는 앙카라에 모인 정상들의 지원 의지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우크라이나가 국제 사회의 원조 대상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기술력과 전술을 보유한 안보 주체로 거듭났음을 증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독보적인 드론 기술을 매개로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서방 지도자들의 전폭적인 신뢰를 다시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러시아의 에너지 인프라를 마비시키며 종전의 시계를 앞당기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행보는, 국제 사회의 전폭적인 지원과 맞물려 향후 전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판소리와 포크의 만남…구례 가을밤 울린 ‘시인의 마을’

추임새와 박수가 이어졌다. 전통 판소리의 깊은 울림에 이어 익숙한 포크음악이 흐르자 관객들은 노래와 함께 호흡하며 구례의 가을밤을 즐겼다.지난 17일 밤 열린 구례 동편제소리축제에서는 지역 명창들의 판소리와 가수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공연이 한자리에서 펼쳐졌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전통 소리와 한국 대중음악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가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무대를 선사했다.이날 구례 명창들의 공연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무대는 박정선 명창의 ‘적벽가’였다. 박 명창은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가 다급하게 달아나는 장면을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 힘 있는 소리로 풀어냈다.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고, 관객들은 추임새와 박수로 소리꾼의 무대에 호응했다. 판소리 특유의 해학과 긴장감이 무대를 채우면서 관객들은 이야기 속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꼈다. 소리꾼의 목소리와 몸짓에 관객의 반응이 더해지며 공연은 무대 위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객석과 함께 만들어지는 경험으로 이어졌다.공연의 분위기는 정태춘·박은옥 부부가 무대에 오르면서 또 한 번 달라졌다. 오랜 시간 삶과 시대의 이야기를 노래해 온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의 시선이 집중됐다.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시인의 마을’의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석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노래의 첫 소절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반응에는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노래에 대한 반가움이 담겼다. 앞선 판소리 무대에서 추임새로 공연에 참여했던 관객들은 이번에는 익숙한 선율을 따라가며 노래가 전하는 감정에 집중했다. 한 곡의 노래가 오랜 세월 쌓인 기억을 불러내고, 무대와 객석 사이에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정태춘·박은옥은 ‘북한강에서’ 등 자신들의 노래를 들려주며 공연의 여운을 이어갔다. 화려한 무대 연출 속에서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결국 노래에 담긴 이야기와 이를 전하는 목소리였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다시 듣고 싶은 노래가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자 객석은 박수로 화답했다.판소리와 포크음악은 표현 방식과 음악적 형식에서 차이가 있지만, 사람들의 삶과 시대를 이야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판소리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소리와 이야기로 전해왔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 역시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며 청중과 소통해 왔다.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이 한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었던 이유다.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지역으로, 동편제 판소리 문화가 이어져 온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지역 명창들의 전통 소리를 감상한 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를 만나는 구성은 이번 축제의 특별한 장면으로 남았다. 지역의 전통문화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가 한자리에서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첨단 조명과 대형 LED 화면이 설치된 무대 위에서는 오래된 판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어 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을 담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전통과 현대를 구분하는 경계보다 서로 다른 음악이 관객에게 어떤 감동을 전하는지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 무대였다.전통문화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서만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장르와 어우러질 때, 전통은 또 다른 방식으로 생명력을 얻는다. 판소리의 추임새와 대중가요를 향한 박수가 같은 밤에 이어진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구례 동편제소리축제의 가을밤은 그렇게 전통과 현대의 음악이 함께 만드는 공연장으로 변했다. 명창의 소리에 관객들은 “얼씨구”와 “좋다”를 외쳤고, ‘시인의 마을’이 시작되자 큰 박수로 화답했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에서 출발한 음악은 사람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통해 하나로 이어졌고, 관객들은 그 울림을 함께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