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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년 목공예와 온천욕… 오감 깨우는 산악 피서

 일본의 지붕이라 불리는 북알프스 산맥의 웅장한 품속에 자리한 기후현 오쿠히다 온천마을이 새로운 산악 피서지로 각광받고 있다. 사방이 험준한 산줄기로 둘러싸인 이곳은 고도가 높아 한여름에도 산에서 내려오는 서늘한 바람이 마을 전체를 감싼다. 최근 이곳에 문을 연 카이 오쿠히다는 풍부한 용출량을 자랑하는 히라유 온천의 열기와 산맥의 차가운 공기를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안뜰에 조성된 족욕탕에 발을 담그면 초여름의 짙은 녹음이 내려앉은 산세가 한눈에 들어와 시각적인 청량감까지 선사한다.

 

카이 오쿠히다의 가장 큰 매력은 객실마다 마련된 노천탕에서 북알프스의 능선을 파노라마 뷰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온천수에 몸을 맡긴 채 시시각각 변하는 산의 표정을 바라보는 경험은 도심의 번잡함을 잊게 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이곳은 단순히 머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13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계승되어 온 히다 지방의 전통 목공예를 직접 체험하며 나무의 질감과 향기를 느끼는 과정은 오감을 깨우는 특별한 휴식을 제공한다.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는 해발 500m 고원에 위치한 리조나레 나스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도쿄에서 신칸센과 셔틀버스를 이용해 90분이면 닿을 수 있는 이곳은 자연과 농업이 어우러진 친환경 농장형 리조트를 표방한다. 울창한 숲과 드넓은 들판이 펼쳐진 나스 고원의 쾌적한 기후는 아이들과 함께 야외 활동을 즐기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곳은 인위적인 놀이시설 대신 흙을 만지고 식물을 관찰하는 자연 친화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가족 간의 유대를 강화하는 데 집중한다.

 

리조나레 나스의 핵심 공간인 '아그리 가든'에서는 50여 종의 다양한 허브와 채소가 재배되고 있다. 투숙객들은 이곳에서 직접 농작물을 수확해보는 체험을 통해 식탁에 오르는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몸소 배운다. 갓 따온 허브로 직접 차를 우려 마시는 시간은 고원 지대의 여유로움을 만끽하게 해준다. 이러한 농장 체험은 도시 생활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생태계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교육적인 효과까지 거두고 있어 부모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해가 저무는 저녁 시간이 되면 나스 고원의 풍경은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황금빛으로 물드는 벼 이삭이 물결치는 논을 바라보며 수제 맥주를 즐길 수 있는 '논뷰 비어 가든'이 운영되기 때문이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논둑길 옆에서 즐기는 맥주 한 잔은 고원 리조트에서만 누릴 수 있는 사치다. 포코포코 라운지 등 감각적인 건축물들이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루며 배치되어 있어, 어디서든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만 하면 화보 같은 풍경을 담아낼 수 있다.

 

이처럼 북알프스의 산악 온천과 나스 고원의 농장 리조트는 무더위에 지친 여행객들에게 자연의 품 안에서 얻는 진정한 쉼을 제안하고 있다. 고도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서늘한 기온과 지역의 특색을 살린 창의적인 프로그램들은 여름휴가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산맥의 정기를 받으며 온천욕을 즐기고, 흙의 생명력을 느끼며 농작물을 수확하는 경험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삶의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소중한 시간이 된다. 북알프스와 나스 고원이 선사하는 시원한 여름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판소리와 포크의 만남…구례 가을밤 울린 ‘시인의 마을’

추임새와 박수가 이어졌다. 전통 판소리의 깊은 울림에 이어 익숙한 포크음악이 흐르자 관객들은 노래와 함께 호흡하며 구례의 가을밤을 즐겼다.지난 17일 밤 열린 구례 동편제소리축제에서는 지역 명창들의 판소리와 가수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공연이 한자리에서 펼쳐졌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전통 소리와 한국 대중음악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가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무대를 선사했다.이날 구례 명창들의 공연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무대는 박정선 명창의 ‘적벽가’였다. 박 명창은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가 다급하게 달아나는 장면을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 힘 있는 소리로 풀어냈다.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고, 관객들은 추임새와 박수로 소리꾼의 무대에 호응했다. 판소리 특유의 해학과 긴장감이 무대를 채우면서 관객들은 이야기 속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꼈다. 소리꾼의 목소리와 몸짓에 관객의 반응이 더해지며 공연은 무대 위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객석과 함께 만들어지는 경험으로 이어졌다.공연의 분위기는 정태춘·박은옥 부부가 무대에 오르면서 또 한 번 달라졌다. 오랜 시간 삶과 시대의 이야기를 노래해 온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의 시선이 집중됐다.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시인의 마을’의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석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노래의 첫 소절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반응에는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노래에 대한 반가움이 담겼다. 앞선 판소리 무대에서 추임새로 공연에 참여했던 관객들은 이번에는 익숙한 선율을 따라가며 노래가 전하는 감정에 집중했다. 한 곡의 노래가 오랜 세월 쌓인 기억을 불러내고, 무대와 객석 사이에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정태춘·박은옥은 ‘북한강에서’ 등 자신들의 노래를 들려주며 공연의 여운을 이어갔다. 화려한 무대 연출 속에서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결국 노래에 담긴 이야기와 이를 전하는 목소리였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다시 듣고 싶은 노래가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자 객석은 박수로 화답했다.판소리와 포크음악은 표현 방식과 음악적 형식에서 차이가 있지만, 사람들의 삶과 시대를 이야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판소리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소리와 이야기로 전해왔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 역시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며 청중과 소통해 왔다.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이 한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었던 이유다.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지역으로, 동편제 판소리 문화가 이어져 온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지역 명창들의 전통 소리를 감상한 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를 만나는 구성은 이번 축제의 특별한 장면으로 남았다. 지역의 전통문화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가 한자리에서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첨단 조명과 대형 LED 화면이 설치된 무대 위에서는 오래된 판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어 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을 담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전통과 현대를 구분하는 경계보다 서로 다른 음악이 관객에게 어떤 감동을 전하는지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 무대였다.전통문화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서만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장르와 어우러질 때, 전통은 또 다른 방식으로 생명력을 얻는다. 판소리의 추임새와 대중가요를 향한 박수가 같은 밤에 이어진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구례 동편제소리축제의 가을밤은 그렇게 전통과 현대의 음악이 함께 만드는 공연장으로 변했다. 명창의 소리에 관객들은 “얼씨구”와 “좋다”를 외쳤고, ‘시인의 마을’이 시작되자 큰 박수로 화답했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에서 출발한 음악은 사람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통해 하나로 이어졌고, 관객들은 그 울림을 함께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