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타임

정치타임

'피습 자작극' 정이한 구속, 10년지기와 짠 연극

 지난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부산시장 후보 피습 사건이 당선 목적의 치밀한 자작극이었음이 수사 결과 드러났다. 부산경찰청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정이한 전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를 구속하고 공모 관계를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수사 당국에 따르면 정 전 후보는 선거 국면에서 유권자들의 동정표를 얻고 인지도를 급격히 끌어올리기 위해 지인과 모의해 허위 테러 상황을 연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4월 27일 부산 금정구 구서 나들목 인근 유세 현장이었다. 당시 정 전 후보는 차량 운전자가 던진 오물에 맞아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고 주장하며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의료진으로부터 뇌진탕 진단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정치권에서는 배후 세력에 대한 엄단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경찰이 현장 주변 CCTV와 통신 기록을 분석한 결과, 가해자로 지목된 헬스 트레이너 A씨와 정 전 후보가 범행 직전까지 긴밀히 소통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사건은 반전됐다.

 


두 사람은 10년 지기 지인 사이로, 범행 당일에도 같은 헬스장에 머물렀던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테러 피의자와 피해자가 사전에 수차례 통화하고 함께 시간을 보냈다는 점을 근거로 자작극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했다. 정 전 후보는 초기 조사에서 A씨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부인했으나, 경찰이 확보한 물증 앞에서는 결국 고개를 숙였다. 그는 선거일 전인 5월 중순경 이미 경찰에 출석해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충격적인 사실은 혐의 시인 이후에도 정 전 후보의 행보가 계속됐다는 점이다. 그는 범행을 자백한 뒤에도 목 보호대를 착용한 채 선거 운동 현장을 누비며 피해자 이미지를 고수했다. 특히 TV 토론회 배제에 항의하며 단식 농성을 벌이거나, 선관위 허가 없이 거짓말탐지기를 토론장에 반입하려 시도하는 등 기행에 가까운 행동으로 언론의 관심을 유도했다. 선거 막판에는 돌연 잠적하며 지지층의 결집을 호소하는 등 유권자를 기만하는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정 전 후보는 선거가 종료되고 수사망이 좁혀오자 그제야 개혁신당을 탈당하고 정계 은퇴를 선언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소속 정당이었던 개혁신당 측은 이번 사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당 차원의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경찰은 정 전 후보와 A씨 사이에 오간 자금 흐름을 추적하며 자작극의 대가로 금전적 거래가 있었는지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선거 방해를 넘어 조직적인 매수 행위가 포함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부산경찰청과 금정경찰서는 구속된 정 전 후보를 상대로 추가 범행 여부와 구체적인 공모 과정을 보강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자작극에 동원된 소품과 사전에 준비된 시나리오 등을 토대로 범죄의 계획성을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사팀은 이번 사건이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 제도를 농락한 중대 사안인 만큼, 다음 주 중으로 수사를 마무리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