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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특급 레스토랑, 서울역 '그릴'의 위용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파노라마가 펼쳐지는 구 서울역사가 건립 한 세기를 넘어 새로운 문화적 심장박동을 전하고 있다. 사적 제284호로 지정되어 '문화역서울284'라는 이름으로 시민 곁에 돌아온 이 공간은 최근 개최된 <서울역 2026 : 다시 뛰는 심장> 전시를 통해 과거의 향수와 현대적 예술 감각을 잇는 가교 역할을 수행 중이다. 1925년 완공 당시의 르네상스 양식을 간직한 붉은 벽돌 외벽과 중앙 돔은 100년 전 경성역의 위용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이제는 기차를 타기 위한 장소가 아닌 문화를 향유하는 예술의 전당으로 그 정체성을 확립했다.

 

이번 전시는 서울역이라는 공간이 지닌 역사적 층위를 '진입'부터 '도착'에 이르는 여정의 흐름으로 재구성하여 관람객을 한 명의 승객으로 초대한다. 전시장 내부에는 우리나라 철도의 시발점인 경인선부터 최첨단 고속철도에 이르기까지의 발전사를 철도 모형과 함께 입체적으로 시각화했다. 관람객들은 단순히 유물을 관람하는 수준을 넘어, 철도가 한국 사회의 산업화와 근대화를 어떻게 견인했는지 체감하게 된다. 특히 과거 대합실의 낡은 의자와 빛바랜 사진들은 누군가에게는 설레는 여행의 시작을, 누군가에게는 아픈 이별의 기억을 소환하며 깊은 정서적 울림을 준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당시 이용객의 신분에 따라 엄격히 구분되었던 내부 공간의 복원이다. 1·2·3등 대합실은 물론,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던 여성 전용 '부인대합실'의 흔적은 근대 철도 문화의 단면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특히 2층에 자리한 국내 최초의 양식당 '그릴(Grill)'은 이번 전시의 백미로 꼽힌다. 높은 천장과 화려한 샹들리에, 음식을 운반하던 전용 엘리베이터 등은 당시 최고급 레스토랑으로서의 품격을 짐작하게 하며, 붉은 원탁 뒤로 펼쳐지는 과거의 풍경은 관람객들을 100년 전 경성의 미식 세계로 안내한다.

 

국가 귀빈과 고위 인사들만이 발을 들일 수 있었던 귀빈실의 개방 역시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는 요소다. 고풍스러운 벽난로와 절제된 화려함이 남아있는 이 공간은 서울역이 단순한 교통 요지를 넘어 대한민국의 관문이자 외교의 장이었음을 웅변한다. 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역장실과 대합실 구석구석을 살피다 보면, 건축물에 새겨진 한 세기의 세월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중앙홀 돔 상부에서 쏟아지는 햇살을 받은 스테인드글라스는 강강술래를 형상화한 도안과 어우러져 공간에 신비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전시는 과거의 기록에 머물지 않고 현대 예술가들의 시선을 통해 미래의 서울역을 조망한다. 철도와 도시, 그리고 인간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관통하는 미디어 아트와 설치 미술 작품들은 낡은 역사의 골조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기차를 기다리던 설렘과 새로운 삶을 향한 희망이 녹아있는 작품들은 관람객들에게 서울역이 여전히 우리 삶의 중심에서 함께 호흡하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다시 뛰는 심장'이라는 전시 제목처럼, 오래된 공간은 예술이라는 새로운 동력을 얻어 과거와 현재를 잇는 거대한 문화 엔진으로 작동하고 있다.

 

전시를 관람하고 다시 광장으로 나오면 눈부시게 발전한 현대 서울의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화려한 고층 빌딩 숲과 쉼 없이 오가는 열차의 소음 사이로, 광장 한편에는 여전히 삶의 무게를 견디는 노숙인들의 모습이 교차한다. 이는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서울역이 희망과 절망, 출발과 정착이 공존하는 우리 사회의 거울임을 보여준다. 시대는 변하고 열차의 속도는 빨라졌지만, 수많은 사람의 애환을 품어내는 서울역의 심장은 오늘도 변함없이 우리 곁에서 묵묵히 뛰고 있다.

 

“9월엔 여기”…경기도 숨은 힐링 명소 6곳

을 보내거나 숲길을 걷고, 역사의 현장을 돌아보며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여행지가 있다. 경기도는 9월을 맞아 몸과 마음에 잠시 휴식을 주고 복잡한 생각을 내려놓기 좋은 ‘비움 여행지’ 6곳을 소개했다. 고즈넉한 한옥부터 울창한 숲, 역사와 평화를 되새길 수 있는 공간, 도심 속 공원까지 다양한 장소가 포함됐다.첫 번째 장소는 수원화성 성곽 안쪽 남수동에 자리한 ‘남수헌’이다. 검은 기와와 단정한 담장이 이어지는 골목에 들어서면 전통 한옥의 분위기와 현대적인 편의시설을 함께 갖춘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지난 8월 정식 운영을 시작한 한옥 체험형 복합문화공간이다.대문을 지나면 골목을 중심으로 안채와 사랑채, 별당채가 자리해 작은 한옥마을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준다. 중정이 있는 마당과 나무 한 그루, 처마 아래로 들어오는 햇살이 어우러져 차분한 분위기를 만든다.남수헌에는 모두 12개의 한옥 객실이 있으며 객실에 따라 다실과 마당이 마련돼 있다. 일부 객실에서는 프라이빗 온탕도 이용할 수 있다. 1층에는 갤러리카페 ‘오스수원’과 한옥 라이브러리가 있어 숙박객이 아니더라도 방문할 수 있다. 수원화성 성곽길을 걸은 뒤 차와 책, 전시를 즐기며 쉬어가기 좋은 공간이다.남수헌은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남수동에 위치한다. 갤러리카페 오스수원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연중무휴로 운영된다.숲속에서 천천히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포천 국립수목원을 찾을 수 있다. 광릉숲 중심부에 자리한 이곳은 오랜 시간 보호돼 온 대표적인 산림 휴식 공간이다. 1468년 조선 세조의 능림으로 지정된 이후 보호돼 왔으며, 2010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수목원 안에는 산림박물관과 산림생물표본관, 열대식물자원연구센터 등 연구·전시 시설이 마련돼 있다. 다양한 생태 탐방로도 조성돼 있어 숲을 천천히 둘러볼 수 있다.특히 전나무가 곧게 이어지는 전나무 숲길과 고요한 풍경의 육림호 산책로가 대표적인 공간이다.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과 숲의 향기를 느끼며 천천히 걸을 수 있어 복잡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기 좋다.포천 국립수목원은 4월부터 10월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입장 마감은 오후 5시다. 차량을 이용할 경우 공식 홈페이지를 통한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대중교통과 자전거, 도보 방문객은 수용 가능한 입장 인원 범위에서 현장 입장이 가능하다.가평에는 잣나무가 가득한 ‘잣향기푸른숲’이 있다. 축령산과 서리산 자락 해발 450~600m에 자리한 산림치유 공간으로, 수령 80년 이상의 잣나무가 국내 최대 규모로 분포해 있다.숲에는 완만한 경사의 무장애 나눔길을 비롯해 여러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길을 따라 평상과 벤치 등 쉼터도 마련돼 있어 걷다가 잠시 쉬어갈 수 있다. 숲체험과 산림치유, 목공체험 등 산림복지 프로그램도 운영된다.잣향기푸른숲은 4월부터 10월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성인 입장료는 1000원이며 산림치유 프로그램은 사전 예약이 가능하다. 방문 전 프로그램 운영 일정과 예약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역사 속 아픈 기억을 돌아보며 평화의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는 곳도 있다. 화성 매향리평화기념관은 반세기 넘게 미군 폭격훈련장으로 사용됐던 매향리의 역사를 기록하고 평화의 가치를 알리는 역사·문화 공간이다.1950년대 쿠니사격장이 들어선 이후 매향리 주민들은 오랜 기간 폭격 소음과 불발탄 위험 속에서 생활했다. 주민들의 노력으로 2005년 사격장이 폐쇄되면서 이곳은 평화의 공간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설계한 기념관에서는 쿠니사격장의 역사와 당시 주민들의 삶, 평화를 되찾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옛 쿠니사격장 존치건축물에도 당시의 흔적이 남아 있다.기념관 관람을 마친 뒤에는 인근 매향리평화생태공원까지 함께 둘러볼 수 있다. 과거의 아픔이 평화의 공간으로 바뀌어가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으며 관람료는 무료다.도심 가까이에서 자연을 즐기고 싶다면 부천 자연생태공원도 선택지다. 지하철 7호선 까치울역 인근에 위치한 이곳에는 수목원과 식물원, 자연생태박물관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부천무릉도원수목원에는 약 1000종의 식물이 심어져 있으며 암석원과 약용식물원, 명상원, 하늘호수 등 다양한 테마 공간을 둘러볼 수 있다. 약 2㎞ 길이의 무장애 데크길인 ‘누구나숲길’도 마련돼 있어 편안하게 숲길을 걸을 수 있다.해가 지면 또 다른 방식으로 자연을 만날 수 있다. 야간 관광 콘텐츠인 ‘부천 루미나래 도화몽’은 약 1.5㎞의 수목원 산책로와 데크 숲길을 따라 12개 콘텐츠로 구성돼 있다. 조명과 영상이 자연경관과 어우러지면서 낮과는 다른 분위기를 보여준다.낮에는 초록빛 수목원을 걷고 밤에는 빛과 미디어아트가 결합된 숲을 둘러보는 방식으로 반일 여행을 즐길 수도 있다.마지막으로 의정부 직동근린공원은 먼 곳까지 이동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적합한 도심 속 휴식 공간이다. 도심과 가까우면서도 공원 안으로 들어서면 울창한 숲과 산책로가 이어진다.칸타빌라정원과 청파원, 힐빙정원, 피크닉정원 등 4개의 테마 공간이 조성돼 있으며 계절에 따라 다양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축구장 등의 체육시설과 어린이 야외체험장, 야외공연장도 마련돼 있다. 곳곳에는 정자와 숲속 쉼터가 있어 잠시 머물 수 있다.산책로는 북한산국립공원 사패산 일대의 안골계곡까지 이어진다. 도심 가까이에서 숲길을 천천히 걸으며 일상의 속도를 늦추기에 좋은 공간이다.직동근린공원은 24시간 연중무휴로 개방하며 이용료는 무료다. 비교적 한적한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에 방문하면 여유롭게 숲을 즐길 수 있다.한옥에서 조용한 밤을 보내거나 오래된 숲을 걷고, 과거의 역사를 되돌아보거나 도심 속 녹지를 거니는 방법까지 ‘비움 여행’의 방식은 다양하다. 경기도가 소개한 6곳은 멀리 떠나지 않고도 잠시 일상의 속도를 늦추고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여행지로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