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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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1인극 전성시대, 무대 위 홀로 선 함성

 무대 위 홀로 선 여성이 쏟아내는 거친 대사와 압도적인 연기가 대학로와 한남동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최근 공연계는 여성 배우의 독무대로 꾸며지는 1인극들이 잇따라 개막하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문을 연 ‘플리백’에 이어, 오는 31일 한남동 더줌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소녀소년들’이 그 주인공이다. 두 작품 모두 영국에서 탄생해 현지 평단의 극찬을 받은 수작들로, 국내 초연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무엇보다 점잖은 언어나 수동적인 태도와는 거리가 먼, 강렬하고 파격적인 여성 캐릭터를 앞세워 관객들의 숨겨진 심연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영국 극작가 피비 월러 브리지가 쓰고 연기해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던 ‘플리백’은 런던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20대 여성의 위태로운 삶을 다룬다. 주인공은 친구의 죽음과 뒤틀린 가족 관계 속에서 죄책감과 자기혐오에 시달리며, 이를 거침없는 성적 농담과 욕설로 배설하듯 쏟아낸다. 한국 초연 무대에서는 김히어라와 김주연, 김규남이 각기 다른 개성으로 주인공을 연기한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대본임에도 불구하고 세 배우의 특성에 맞춰 무대 디자인과 연출 구성을 각각 달리했다는 것이다. 배우의 역량에 따라 극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는 1인극의 묘미를 극대화한 전략이다.

 

 

 

이어지는 여성 1인극의 바통은 ‘소녀소년들’이 이어받는다. 뮤지컬 ‘마틸다’의 작가 데니스 켈리가 집필한 이 작품은 평범해 보이는 한 여성의 삶이 가족 안의 권력과 폭력에 의해 어떻게 무너져 내리는지를 섬뜩하게 그려낸다. 주인공 ‘여자’ 역에는 배우 윤소희가 캐스팅되어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거는 형식으로 극을 이끈다.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 가정을 꾸리는 일상의 이야기가 재치 있게 펼쳐지다가, 극 후반부에 이르러 마주하게 되는 충격적인 진실은 관객들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이들 작품이 관객을 매료시키는 힘은 여성의 욕망과 실수를 미화하지 않고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는 데 있다. ‘플리백’의 주인공이 보여주는 지독한 자기혐오나 ‘소녀소년들’이 다루는 가정 내 은밀한 폭력은 그간 무대 위에서 여성의 언어로 충분히 다뤄지지 못했던 영역이다. 배우들은 100분 안팎의 러닝타임 내내 홀로 무대를 책임지며 관객의 멱살을 부여잡듯 극적 긴장감을 유지한다. 관객들은 무대 위 인물의 고통과 분노에 공감하며, 그간 사회적 통념 아래 억눌러왔던 자신들의 감정을 투영하게 된다.

 


제작 환경의 변화도 이러한 1인극 열풍에 한몫하고 있다. ‘소녀소년들’의 경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창작주체 사업 지원작으로 선정되어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대규모 인원이 투입되는 뮤지컬이나 화려한 무대 장치 대신, 오직 배우의 연기력과 탄탄한 텍스트만으로 승부하는 1인극의 가치가 재조명받고 있는 것이다. 이는 배우들에게는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도전의 장이 되고, 관객들에게는 배우의 숨소리 하나까지 놓치지 않는 밀도 높은 관극 경험을 선사한다.

 

여성 배우들의 '매운맛 연기'를 앞세운 이들 작품은 올여름 공연계의 지형도를 새롭게 그리고 있다. ‘소녀소년들’은 8월 9일까지, ‘플리백’은 9월 6일까지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무대 위에서 홀로 외치는 여성들의 목소리는 단순한 독백을 넘어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아픔과 욕망을 대변하는 함성이 되어 극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배우의 개성에 따라 매번 다른 색깔로 변주되는 1인극의 매력은 무더운 여름, 관객들에게 서늘한 전율과 뜨거운 위로를 동시에 전하며 장기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해외여행 새 코스 된 ‘현지 장보기’

이 확산하는 모습이다.최근 여행업계에서는 이를 ‘식료품점 관광’으로 부른다. 해외 슈퍼마켓을 단순한 장보기 공간이 아니라 여행 코스의 하나로 즐기는 방식이다. 현지인들이 자주 먹는 간식, 음료, 조미료, 즉석식품 등을 직접 고르고 맛보며 여행지의 생활문화를 체험하는 것이다.영국 BBC는 글로벌 호텔 기업 힐튼의 ‘2026년 트렌드 보고서’를 인용해 여행객 10명 중 7명 이상이 해외 식료품점 방문을 즐긴다고 전했다. 미국 여행 전문지 콘데 나스트 트래블러도 ‘식료품점 관광’을 2026년 주목할 여행 트렌드로 꼽았다. 마트 방문이 더 이상 여행 중 남는 시간에 들르는 일정이 아니라, 목적지에서 해봐야 할 경험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다.이 같은 흐름은 업계의 움직임에서도 확인된다. 핀란드의 대형 식료품 체인 K-슈퍼마켓은 자사 매장을 여행 플랫폼 트립어드바이저에 관광 명소로 등록했다. 일부 매장은 옥상 벌통에서 직접 생산한 꿀을 판매하거나, 지역 특색을 살린 수제 맥주 라인업으로 관광객의 관심을 끌고 있다. 평범한 장보기 공간이 지역성과 체험 요소를 갖춘 관광 콘텐츠로 변신한 셈이다.여행객들이 해외 마트에서 찾는 것은 거창한 상품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편의점 달걀 샌드위치, 스페인에서는 피스타치오 스프레드, 미국에서는 트레이더 조의 시즈닝처럼 현지에서만 쉽게 구할 수 있는 먹거리가 인기다. 저렴하지만 개성이 뚜렷하고, 여행 후에도 기억에 남는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특히 젊은 세대는 SNS를 통해 현지 먹거리 탐색을 여행의 핵심 콘텐츠로 만들고 있다. 해외 편의점 간식, 마트 추천템, 길거리 노점 음식 등을 소개하는 짧은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스낵패킹’이라는 문화도 확산하고 있다. 스낵패킹은 여행지에서 현지 간식과 음료를 찾아다니고, 이를 먹어보거나 챙겨 오는 방식의 여행 소비를 뜻한다.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2026 글로벌 여행 트렌드 보고서’에서도 이런 경향은 뚜렷하게 나타났다. MZ세대의 대다수는 현지 음식 체험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여긴다고 답했다. 현지 간식을 찾는 장소로는 길거리 노점, 빵집, 슈퍼마켓 등이 많이 꼽혔다. 유명 레스토랑 예약보다 현지인이 자주 가는 생활 공간을 찾아가는 데 더 큰 흥미를 느끼는 여행객이 늘고 있는 것이다.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한국 편의점은 이미 하나의 체험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바나나우유, 컵라면, 삼각김밥, 얼음컵 음료 조합 등은 SNS에서 자주 소개되는 인기 콘텐츠다. 바나나우유와 파우치형 커피를 얼음컵에 섞어 마시는 이른바 ‘뚱바라떼’도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시도해볼 만한 편의점 메뉴로 공유되고 있다.현지 슈퍼마켓 관광이 인기를 얻는 이유는 비용 부담이 낮으면서도 여행지의 특징을 쉽게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급 식당이나 유명 관광지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지만, 마트나 편의점은 누구나 부담 없이 들어갈 수 있다. 진열된 과자, 조미료, 즉석식품, 음료만 봐도 그 나라 사람들이 어떤 맛을 좋아하고 어떤 방식으로 식생활을 즐기는지 엿볼 수 있다.소비자 심리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을 ‘익숙하지만 낯선 경험’으로 설명한다. 장바구니를 들고 물건을 고르고 계산대에 서는 과정은 어느 나라에서나 익숙하다. 하지만 진열대에 놓인 상품, 포장 디자인, 식재료 조합, 가격표는 모두 다르다. 익숙한 행동 속에서 낯선 문화를 발견하는 재미가 여행객을 끌어들이는 것이다.다만 마트와 편의점이 관광지화되면서 부작용도 나타난다. 일본 가와구치코의 한 로손 편의점은 후지산을 배경으로 한 사진 명소로 알려지며 관광객이 몰렸다. 편의점 지붕 위로 후지산이 보이는 구도가 SNS에서 퍼지면서 방문객이 급증했고, 인근 교통 혼잡과 무단 촬영 문제가 이어졌다. 결국 당국은 경비원과 교통 통제 인력을 배치했고, 사진 촬영을 막기 위한 대형 가림막까지 설치했다.전문가들은 현지 슈퍼마켓 관광이 여행의 새로운 즐거움이 될 수 있지만, 그 공간이 지역 주민의 일상 공간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사진 촬영이나 대량 구매, 통행 방해 등으로 현지 생활에 불편을 주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해외여행의 기준은 달라지고 있다. 유명 명소를 찍고 돌아오는 여행에서, 현지의 작은 일상을 맛보고 기록하는 여행으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슈퍼마켓과 편의점은 그 변화의 가장 가까운 현장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