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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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다르크' A씨 영장 기각, 20대 B씨는 구속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개표소 봉쇄 시위의 핵심 가담자들에 대한 사법부의 첫 판단이 나왔다. 서울동부지법 서범준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업무 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30대 여성 A씨에 대해 증거 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A씨는 지난달 중순 성조기를 몸에 두른 채 경기장 출입구를 막아서며 대한체육회 산하 종목단체 직원들의 사무실 진입을 물리적으로 저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극단적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잔 다르크에 비유된 별명으로 불리며 시위대의 상징적인 인물로 활동해왔다.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법원에 모습을 드러낸 A씨는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법정으로 향했다. 그는 심사 전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사법부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법적 절차에 따라 차분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시위 현장에서 보여준 강경한 태도와 달리 법정에서는 차분함을 유지했으나, 개표소 봉쇄라는 불법적 행위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본인의 행위가 정당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사회적 비판에서는 자유롭지 못한 처지다.

 


함께 영장 심사를 받은 다른 참여자들의 운명은 엇갈렸다. 경찰관을 모욕하고 이동을 방해하는 등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은 20대 남성 B씨는 결국 구속됐다. 법원은 B씨의 범죄 혐의가 중대하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나머지 가담자 2명에 대해서는 A씨와 마찬가지로 도주 우려가 낮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번 결정으로 시위 지도부 격인 인물들은 신신의 자유를 얻었으나, 물리적 충돌을 빚은 하부 가담자는 인신속박을 당하는 대조적인 결과가 초래됐다.

 

이번 시위는 지난달 초부터 시작되어 한 달이 넘도록 핸드볼경기장 일대를 마비시키고 있다. 시위대는 선거 부정 의혹을 제기하며 개표소가 설치된 경기장 진입을 원천 차단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해당 건물을 사무실로 사용하는 체육 단체 직원들은 정상적인 업무 수행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공공시설이 특정 집단의 정치적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점거지로 변질되면서,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다.

 


경찰은 이번 영장 심사 결과를 바탕으로 시위 현장에서 발생하는 불법 행위에 대해 더욱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구속된 B씨의 사례처럼 공권력에 정면으로 도전하거나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사법 처리를 진행할 계획이다. 영장이 기각된 A씨 등에 대해서도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이어가며 구체적인 업무 방해 경위와 배후 세력 여부를 면밀히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개표소 봉쇄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향후 추가적인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위 참여자들은 SNS와 유튜브를 통해 결집력을 과시하며 투쟁 수위를 높이겠다고 예고하고 있어, 법원의 이번 판단이 시위 동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경찰과 법무당국은 공공의 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강제 집행 카드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핸드볼경기장 일대의 긴장감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판소리와 포크의 만남…구례 가을밤 울린 ‘시인의 마을’

추임새와 박수가 이어졌다. 전통 판소리의 깊은 울림에 이어 익숙한 포크음악이 흐르자 관객들은 노래와 함께 호흡하며 구례의 가을밤을 즐겼다.지난 17일 밤 열린 구례 동편제소리축제에서는 지역 명창들의 판소리와 가수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공연이 한자리에서 펼쳐졌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전통 소리와 한국 대중음악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가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무대를 선사했다.이날 구례 명창들의 공연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무대는 박정선 명창의 ‘적벽가’였다. 박 명창은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가 다급하게 달아나는 장면을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 힘 있는 소리로 풀어냈다.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고, 관객들은 추임새와 박수로 소리꾼의 무대에 호응했다. 판소리 특유의 해학과 긴장감이 무대를 채우면서 관객들은 이야기 속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꼈다. 소리꾼의 목소리와 몸짓에 관객의 반응이 더해지며 공연은 무대 위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객석과 함께 만들어지는 경험으로 이어졌다.공연의 분위기는 정태춘·박은옥 부부가 무대에 오르면서 또 한 번 달라졌다. 오랜 시간 삶과 시대의 이야기를 노래해 온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의 시선이 집중됐다.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시인의 마을’의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석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노래의 첫 소절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반응에는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노래에 대한 반가움이 담겼다. 앞선 판소리 무대에서 추임새로 공연에 참여했던 관객들은 이번에는 익숙한 선율을 따라가며 노래가 전하는 감정에 집중했다. 한 곡의 노래가 오랜 세월 쌓인 기억을 불러내고, 무대와 객석 사이에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정태춘·박은옥은 ‘북한강에서’ 등 자신들의 노래를 들려주며 공연의 여운을 이어갔다. 화려한 무대 연출 속에서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결국 노래에 담긴 이야기와 이를 전하는 목소리였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다시 듣고 싶은 노래가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자 객석은 박수로 화답했다.판소리와 포크음악은 표현 방식과 음악적 형식에서 차이가 있지만, 사람들의 삶과 시대를 이야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판소리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소리와 이야기로 전해왔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 역시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며 청중과 소통해 왔다.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이 한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었던 이유다.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지역으로, 동편제 판소리 문화가 이어져 온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지역 명창들의 전통 소리를 감상한 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를 만나는 구성은 이번 축제의 특별한 장면으로 남았다. 지역의 전통문화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가 한자리에서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첨단 조명과 대형 LED 화면이 설치된 무대 위에서는 오래된 판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어 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을 담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전통과 현대를 구분하는 경계보다 서로 다른 음악이 관객에게 어떤 감동을 전하는지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 무대였다.전통문화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서만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장르와 어우러질 때, 전통은 또 다른 방식으로 생명력을 얻는다. 판소리의 추임새와 대중가요를 향한 박수가 같은 밤에 이어진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구례 동편제소리축제의 가을밤은 그렇게 전통과 현대의 음악이 함께 만드는 공연장으로 변했다. 명창의 소리에 관객들은 “얼씨구”와 “좋다”를 외쳤고, ‘시인의 마을’이 시작되자 큰 박수로 화답했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에서 출발한 음악은 사람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통해 하나로 이어졌고, 관객들은 그 울림을 함께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