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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싹쓸이"…외국인 매출 2배 껑충

 국내 해안 관광지를 찾는 외국인 여행객들이 급증하면서 바닷가 인근 편의점들이 유례없는 대목을 맞이하고 있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에 접어든 이달 들어 강릉과 속초, 부산 해운대 등 주요 해변 점포의 외국인 매출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하며 폭발적인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방한 관광객 2,000만 명 시대를 맞아 편의점이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식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가장 밀착해서 경험하는 필수 관광지로 자리매김한 결과다.

 

편의점 업계의 분석에 따르면 해안가 점포의 외국인 결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0%를 상회하는 높은 신장률을 보였다. 무더위 속에 해변을 즐기려는 외국인들이 생수와 음료수 등 기본적인 품목은 물론, 물놀이에 필요한 튜브와 모자 등 레저 용품까지 편의점에서 한꺼번에 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서울 명동이나 홍대 등 특정 도심 지역에 국한됐던 외국인 소비 거점이 전국 해안가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외국인들이 편의점에서 바구니에 담는 상품 면면을 살펴보면 K-푸드에 대한 깊은 애정이 드러난다. 바나나우유와 그릭요거트 같은 유제품부터 참깨라면, 불닭볶음면 등 매운맛 라면류가 판매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한국 편의점의 ‘꿀조합’ 레시피가 공유되면서 얼음컵과 간편식을 조합해 자신만의 간식을 만들어 먹는 외국인들의 모습은 이제 해안가 점포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됐다.

 

단순한 물건 구매를 넘어 편의점이 제공하는 각종 여행 편의 서비스의 이용률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입국 직후 대중교통 이용을 위한 교통카드 구매와 휴대전화 유심 개통은 물론, 현장에서 즉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부가세 환급 서비스 이용 건수는 전년보다 3배 이상 폭발적으로 늘었다. 외화 환전 키오스크 역시 언어 장벽 없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필수 인프라로 꼽힌다.

 


유통업계는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외국인 맞춤형 마케팅을 강화하며 고객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요 관광 거점 점포를 중심으로 유니온페이 등 해외 결제 수단에 대한 대대적인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한편, 한국의 전통문화나 지역 특색을 담은 차별화된 기념품 코너를 별도로 운영 중이다. 인천공항과 성수동, 제주도 등 외국인 밀집 지역 매장들은 이미 단순한 상점을 넘어 하나의 문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방한 관광 시장의 구조적 변화는 편의점의 역할을 소매업에서 서비스 플랫폼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관광객들이 한국에 머무는 동안 가장 자주 방문하는 장소라는 점을 활용해 결제 시스템 고도화와 상품 다변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추세다. 해안가 점포의 매출 증가는 일시적인 현상을 넘어 한국 편의점이 글로벌 관광 인프라의 핵심 축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지표가 되고 있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