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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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10억' 망법 시행, 표현의 자유 논란

 온라인상의 허위조작정보 유통을 막기 위한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7일부터 전격 시행되면서 디지털 생태계에 거센 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허위정보를 반복적으로 게시할 경우 강력한 경제적 징벌을 가하는 데 있다. 특히 수익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유튜버나 인플루언서가 이미 법원에서 허위로 판명된 정보를 다시 유포할 경우 최대 10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정부는 가짜뉴스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자칫 정당한 비판이나 의견 표명마저 위축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법 시행과 함께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대목은 혐오표현에 대한 규제 기준이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는 단순한 불쾌감이나 정치적 비판은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특정 집단에 대한 직접적인 폭력 선동이나 인간의 존엄성을 현저히 훼손하는 경우에만 한정해 개입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혐오표현의 경계가 주관적일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작성 경위나 사회적 영향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정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부족한 상태에서 플랫폼 사업자들이 과잉 검열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쏟아지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부여된 관리 의무도 대폭 강화되었다. 네이버나 유튜브 같은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혐오표현 신고를 접수할 경우 자율 정책에 따라 삭제나 노출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만약 정당한 사유 없이 방미통위의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다만 플랫폼 기업 자체가 가중 손해배상의 대상이 되지는 않으며, 책임은 정보를 직접 게재한 당사자에게 집중된다. 이는 플랫폼의 자율 규제를 독려하면서도 게시자의 책임 의식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되지만, 플랫폼 기업 입장에서는 법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보수적인 운영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개인 창작자뿐만 아니라 언론사가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계정 역시 이번 법의 영향권에 들어왔다. 신문사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이 허위조작정보로 판단될 경우 언론사도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된다. 다만 공익적 관심사나 공공복리를 위한 정보는 배상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예외 조항이 마련되었다. 또한 대규모 플랫폼 사업자가 언론사나 인터넷뉴스서비스 사업자의 계정을 임의로 정지하거나 게시물을 삭제할 수 없도록 제한해 언론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익성의 판단 기준을 두고 향후 법적 분쟁이 잦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치권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야권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입막음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일부 의원들은 법 시행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검은 마스크를 쓰고 회의에 참석하는 등 항의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반면 여권과 정부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인격 살인과 사회적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적 장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법 시행 첫날부터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법 해석이 충돌하면서, 향후 실제 과징금 부과나 손해배상 청구가 이뤄지는 첫 사례가 법의 정당성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가짜뉴스 근절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릴지, 아니면 온라인 공론장을 위축시키는 족쇄가 될지는 향후 방미통위의 심의와 법원의 판결에 달려 있다. 이용자들은 허위정보 발견 시 구체적인 증빙자료를 갖춰 플랫폼에 신고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되었지만, 동시에 자신의 발언이 법적 책임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압박감도 안게 되었다. 디지털 주권과 표현의 자유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시작된 셈이다. 정부가 우려하는 '온라인 활동 위축'을 막기 위해서는 투명한 심의 절차와 객관적인 기준 확립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로 남게 되었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