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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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틀막법은 선동"… 김종철, 정통망법 정면 돌파

 정부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제기되는 '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에 대해 강력한 반박에 나섰다. 주무부처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김종철 위원장은 최근 불거진 '입틀막법' 논란을 정치적 선동으로 규정하며 법안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번 개정안은 허위조작정보의 유통을 막고 악의적인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으며, 정부가 직접 정보를 판단하기보다 민간 사업자의 자율적인 정정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었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개정법의 규제 대상이 경제적 이득을 목적으로 허위 정보를 유포하는 악의적 행위자에 한정되어 있다고 명시했다. 그는 비판을 위한 비판이 공론장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특히 사실 보도를 원칙으로 하는 언론사가 왜곡된 정보를 검증하는 공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는 이번 법안이 저널리즘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신뢰할 수 있는 정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새로운 법안의 핵심은 허위조작정보를 유통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거나 타인의 법익을 침해했을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다. 적용 대상은 파급력이 큰 기성 언론사와 유명 유튜버 등으로 좁혀졌으며, 단순한 오보나 공익적 목적의 정보는 배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는 무분별한 가짜뉴스로 수익을 올리는 이른바 '사이버 렉카'와 같은 행태를 근절하기 위한 강력한 법적 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일각에서 제기하는 정부의 정보 검열 우려에 대해서는 플랫폼 사업자의 자율규제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개정법에 따르면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대형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자체적인 운영 정책을 수립해 허위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정부가 직접 삭제를 강요하거나 형사처벌을 주도하지 않는 구조를 취함으로써 관치 규제라는 비판을 피하려는 전략이다. 다만 법적 정의가 모호한 허위 정보의 기준을 사업자가 임의로 해석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자율정책 가이드라인이 마련되고 있다. KISO는 정보의 일부 사실관계가 틀린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맥락과 기망적 의도를 기준으로 허위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기준을 세웠다. 또한 이용자 간의 사적인 메신저나 이메일 등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여 과잉 규제 논란을 차단하기로 했다. 개별 사업자가 독자적으로 판단하기보다 공동의 기준을 적용해 객관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향후 법 시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봉쇄 소송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사법적 구제 장치도 병행할 방침이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손해배상 책임을 면제하고, 악의적인 소송 제기를 조기에 각하하는 중간 판결 제도를 도입한다. 정부는 규제가 약하다는 일각의 비판과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우려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법안 안착에 주력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건강한 디지털 공론장이 형성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