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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 8m 슬라이드 떴다, 도심 속 비치 개장

 서울 광화문광장이 뜨거운 태양 아래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는 도심 속 휴양지로 변신했다. 서울관광재단이 주최하는 여름 축제 ‘2026 서울썸머비치’가 20일 개막하며 21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한 것이다. 세종대왕 동상부터 광화문 앞까지 이어지는 넓은 광장에는 대형 수영장과 야자수, 비치의자가 배치되어 마치 해외 유명 해변에 온 듯한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이번 축제는 지난해보다 규모를 더욱 키워 광화문광장은 물론 인근 세종로공원까지 축제 공간을 확대해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축제의 중심인 ‘워터웨이브존’에는 길이 30m에 달하는 대형 풀장이 설치되어 성인들도 충분히 수영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 특히 8m 높이에서 광화문 대로를 내려다보며 활강하는 워터슬라이드는 짜릿한 스릴을 즐기려는 이들에게 최고의 인기 코스로 꼽힌다. 아이들은 워터탱크에서 쏟아지는 물벼락을 맞으며 연신 웃음꽃을 피웠고, 수영복과 수모를 갖춰 입은 시민들은 빌딩 숲 사이에서 즐기는 특별한 물놀이에 매료된 모습이었다.

 


세종대왕상 앞에 설치된 거대한 돔 구조물인 ‘샌드 아지트’는 이번 축제의 백미다. 강화와 부산, 양양 등 전국 5대 명소에서 직접 공수해온 실제 모래를 깔아 실내 백사장을 구현했다. 바다 특유의 향기까지 재현한 이 공간은 이중문과 냉방 시스템을 갖춰 비가 오거나 무더운 날씨에도 쾌적하게 모래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됐다. 도심 한복판에서 전국의 유명 해변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는 독특한 콘셉트 덕분에 가족 단위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세종로공원에 마련된 ‘플레이마켓존’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 다양한 메뉴를 갖춘 푸드트럭과 편안한 휴식 공간이 조성되어 물놀이 후 허기를 달래기에 안성맞춤이다. 소상공인들이 참여하는 플리마켓과 브랜드 협업 부스에서는 다채로운 볼거리와 게임 이벤트가 진행되어 축제의 활기를 더한다. 스페인 등 해외에서 온 관광객들도 브랜드 부스에서 증정품을 받으며 한국의 독특한 여름 축제 문화를 즐기는 등 글로벌 축제로서의 면모도 과시했다.

 


운영 측은 많은 인파가 몰리는 만큼 안전과 수질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모든 구역은 사전 예약을 통해 회차별 입장 인원을 엄격히 제한하며, 매 회차가 끝날 때마다 전문 장비를 동원해 수질 테스트를 실시한다. 특히 매일 오후 5시에는 전체 용수를 교체하고 염소 소독을 진행하는 집중 관리 시간을 두어 시민들이 안심하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개막 당일 갑작스러운 소나기로 개막식이 취소되는 변수 속에서도 철저한 현장 관리 덕분에 운영은 차질 없이 진행됐다.

 

지난해 100만 명의 방문객을 기록했던 서울썸머비치는 올해 120만 명 이상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관광재단은 이번 축제가 여름철 광화문광장의 방문객 수를 평소보다 6배 이상 끌어올리는 경제적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심 속 유휴 공간을 창의적인 관광 콘텐츠로 탈바꿈시킨 이번 행사는 겨울의 빛초롱축제와 더불어 서울을 대표하는 사계절 축제 브랜드로 확고히 자리 잡으며 시민들에게 잊지 못할 여름 추억을 선사할 전망이다.

 

판소리와 포크의 만남…구례 가을밤 울린 ‘시인의 마을’

추임새와 박수가 이어졌다. 전통 판소리의 깊은 울림에 이어 익숙한 포크음악이 흐르자 관객들은 노래와 함께 호흡하며 구례의 가을밤을 즐겼다.지난 17일 밤 열린 구례 동편제소리축제에서는 지역 명창들의 판소리와 가수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공연이 한자리에서 펼쳐졌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전통 소리와 한국 대중음악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가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무대를 선사했다.이날 구례 명창들의 공연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무대는 박정선 명창의 ‘적벽가’였다. 박 명창은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가 다급하게 달아나는 장면을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 힘 있는 소리로 풀어냈다.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고, 관객들은 추임새와 박수로 소리꾼의 무대에 호응했다. 판소리 특유의 해학과 긴장감이 무대를 채우면서 관객들은 이야기 속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꼈다. 소리꾼의 목소리와 몸짓에 관객의 반응이 더해지며 공연은 무대 위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객석과 함께 만들어지는 경험으로 이어졌다.공연의 분위기는 정태춘·박은옥 부부가 무대에 오르면서 또 한 번 달라졌다. 오랜 시간 삶과 시대의 이야기를 노래해 온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의 시선이 집중됐다.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시인의 마을’의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석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노래의 첫 소절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반응에는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노래에 대한 반가움이 담겼다. 앞선 판소리 무대에서 추임새로 공연에 참여했던 관객들은 이번에는 익숙한 선율을 따라가며 노래가 전하는 감정에 집중했다. 한 곡의 노래가 오랜 세월 쌓인 기억을 불러내고, 무대와 객석 사이에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정태춘·박은옥은 ‘북한강에서’ 등 자신들의 노래를 들려주며 공연의 여운을 이어갔다. 화려한 무대 연출 속에서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결국 노래에 담긴 이야기와 이를 전하는 목소리였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다시 듣고 싶은 노래가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자 객석은 박수로 화답했다.판소리와 포크음악은 표현 방식과 음악적 형식에서 차이가 있지만, 사람들의 삶과 시대를 이야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판소리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소리와 이야기로 전해왔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 역시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며 청중과 소통해 왔다.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이 한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었던 이유다.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지역으로, 동편제 판소리 문화가 이어져 온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지역 명창들의 전통 소리를 감상한 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를 만나는 구성은 이번 축제의 특별한 장면으로 남았다. 지역의 전통문화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가 한자리에서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첨단 조명과 대형 LED 화면이 설치된 무대 위에서는 오래된 판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어 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을 담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전통과 현대를 구분하는 경계보다 서로 다른 음악이 관객에게 어떤 감동을 전하는지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 무대였다.전통문화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서만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장르와 어우러질 때, 전통은 또 다른 방식으로 생명력을 얻는다. 판소리의 추임새와 대중가요를 향한 박수가 같은 밤에 이어진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구례 동편제소리축제의 가을밤은 그렇게 전통과 현대의 음악이 함께 만드는 공연장으로 변했다. 명창의 소리에 관객들은 “얼씨구”와 “좋다”를 외쳤고, ‘시인의 마을’이 시작되자 큰 박수로 화답했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에서 출발한 음악은 사람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통해 하나로 이어졌고, 관객들은 그 울림을 함께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