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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보다 맛있는 '오감자' 여행, 하남서 만난다

 강원특별자치도의 청정 내륙을 대표하는 5개 시군이 수도권 관람객의 오감을 사로잡기 위해 서울 근교로 출동한다. 원주, 횡성, 평창, 홍천, 영월로 구성된 '다섯발자국 관광마케팅 협의회'는 강원관광재단과 손잡고 오는 24일부터 26일까지 하남 스타필드에서 '오감자 페스타' 팝업스토어를 전격 운영한다. 이번 행사는 단순히 지역을 소개하는 수준을 넘어, 각 지역의 고유한 매력을 시각, 청각, 미각 등 다섯 가지 감각으로 치환해 체험하도록 설계된 몰입형 홍보의 장이다.

 

'오감자'라는 명칭은 강원의 대표 작물인 감자에 5개 시군의 개성을 더한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생태 트레킹과 역사 인문학적 가치가 뛰어난 이들 지역은 '다섯발자국'이라는 브랜드로 묶여 연계 관광의 시너지를 내고 있다. 지난해 권역별 투어 상품이 방문객들로부터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으면서, 올해는 수도권 잠재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유동 인구가 많은 대형 쇼핑몰에 팝업스토어를 마련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 것이다.

 


전시 공간은 '5감의 경험이 여행의 기억으로'라는 주제 아래 각 시군의 특화된 테마로 꾸며진다. 원주시는 시각을 테마로 소금산 그랜드밸리의 웅장함을 트릭아트로 구현했으며, 홍천은 웰니스 숲의 향기를 담은 후각 체험을 제공한다. 횡성은 명품 한우의 미각을, 영월은 고생대 지질 층의 질감을 느낄 수 있는 촉각을, 평창은 메밀꽃 필 무렵의 서정적인 소리를 담은 청각 콘텐츠를 선보이며 관람객들이 강원 내륙의 정취를 입체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방문객들을 위한 참여형 이벤트도 풍성하게 준비됐다. 각 부스를 돌며 오감 스탬프를 완성하고 체험 미션을 수행하면 럭키드로우 응모권이 주어진다. 경품으로는 권역별 숙박권을 비롯해 각 지역의 특산물과 관광 기념품이 마련되어 실질적인 방문으로 이어지도록 유도한다. 특히 원주시가 준비한 소금산 배경의 '인생네컷' 촬영 부스는 젊은 층의 감성을 자극하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자연스러운 확산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협력 모델은 지자체 간의 경계를 허물고 공동의 관광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횡성호수의 고즈넉한 정취와 영월 청령포의 역사적 발자취, 평창의 올림픽 유산 등 각기 다른 매력을 하나의 벨트로 묶어 여행객들에게 더 넓은 선택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협의회는 이번 팝업스토어를 기점으로 수도권 관광객 유치를 위한 연계 상품 발굴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며, 이는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이번 행사가 '강원 방문의 해'를 널리 알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권역 간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개발된 차별화된 관광 콘텐츠는 개별 시군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강원 내륙만의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하남에서 펼쳐지는 사흘간의 오감 체험은 단순한 홍보를 넘어, 수도권 시민들에게 강원도 다섯 시군으로 향하는 설레는 '다섯발자국'의 시작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