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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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용지 없는 선거? TK 청년들 '민주주의 장례식'

 지난 6월 실시된 지방선거의 공과를 분석하고 지역 정치의 미래를 모색하기 위해 영남권 청년 정치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대구경북청년회와 경북대학교 의정활동연구회는 최근 정책 토론회를 열고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구조적 결함과 청년 세대의 정치적 역할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회고를 넘어 기성 정치권의 관행을 비판하고 실질적인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성토의 장이 되었다는 점에서 지역 정가의 주목을 받았다.

 

토론회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한 사안은 선거 당일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였다. 참석한 기초의원들은 이번 사건을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 훼손된 심각한 결격 사유로 규정하며 선거관리위원회의 무능함을 강하게 질타했다. 특히 일부 의원은 이를 불법 선거의 범주로 해석하며 선관위가 외부의 감시를 받지 않는 폐쇄적인 구조 탓에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명예나 권력을 쫓기보다 선거 시스템의 근본적인 혁신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청년 정치인들이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보이지 않는 장벽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지역 정가에 뿌리 깊게 박힌 연공서열 중심의 문화가 청년들의 도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선거 과정에서 '다음 기회'를 종용하며 양보를 강요받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증언은 청년 정치가 여전히 기성 정치의 부속물로 취급받고 있음을 시사했다. 참석자들은 청년들이 지역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주체적인 주체로 활용될 수 있도록 유권자들의 인식 변화와 지지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지속 가능한 청년 정치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대안으로는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의 도입이 거론되었다. 이벤트성 인재 영입이나 일회성 오디션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별로 전문적인 정치 아카데미를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기초의원부터 차근차근 역량을 쌓아 광역단체장이나 국회의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이른바 '정치 사다리'를 정당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천 과정에서의 실질적인 인센티브 제공 등 청년들의 진입 문턱을 낮추는 제도적 보완책의 필요성도 강조되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지역 균형 발전과 영호남 화합을 위한 청년들의 역할론이 대두되었다. 수도권 일극 체제인 '서울공화국' 현상을 타파하기 위해 지방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특히 반도체 산업의 지역 유치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지방 생존이라는 대의 아래 영호남 청년 정치인들이 연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이는 지역 갈등의 프레임을 넘어 국가 전체의 균형 잡힌 성장을 도모하려는 청년 세대의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었다.

 

대구와 경북의 청년 정치인들은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스스로의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 사회의 변화를 주도하겠다는 다짐을 재확인했다. 가만히 앉아 기회가 오길 기다리기보다 정당과 지역 사회 내에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며 스스로 존재감을 증명해야 한다는 자성적 목소리도 높았다. 이들은 지방선거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지역의 현안을 발굴하며 기성 정치권에 끊임없는 긴장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