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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미국 관세 딛고 이익 체력 회복세 뚜렷

 기아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수요 둔화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전동화 전략을 앞세워 역대급 판매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올해 2분기 기아의 글로벌 도매 판매는 85만 대를 넘어서며 지난해보다 4.5% 증가했고, 현지 판매 역시 5.8%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러한 상승세에 힘입어 기아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상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인 4.0%를 달성했다. 특히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인 중국을 제외할 경우 점유율이 5%에 육박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실질적인 경쟁력이 최고조에 달했음을 입증했다.

 

이번 실적 견인의 일등 공신은 단연 전동화 차량(xEV) 라인업이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아우르는 전동화 모델 판매량은 전년 대비 60%나 폭증하며 전체 판매 비중의 35.3%를 차지했다. 전기차 분야에서는 EV2부터 EV5까지 이어지는 촘촘한 보급형 라인업과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인 PV5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판매량을 88% 이상 끌어올렸다. 하이브리드 시장 또한 텔루라이드와 셀토스 하이브리드 등 신차 효과가 폭발하며 미국 시장 내 하이브리드 비중을 30%까지 확대시켰다.

 


기아 경영진은 이번 성과가 지역별 수요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조우형 기아 IR실장은 컨퍼런스콜을 통해 선제적으로 구축한 전동화 라인업과 적기 신차 투입이 분기 기준 최대 판매와 매출을 가능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산업 수요가 전반적으로 가라앉는 상황에서도 기아가 독자적인 성장 곡선을 그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고부가가치 차량 위주의 판매 믹스 개선과 전동화 전환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깔려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대외적인 변수로 인해 다소 부침을 겪었다. 유럽 시장에서 중국 전기차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센티브 지출이 늘어났고, 미국 관세 영향과 환율 변동에 따른 판매보증충당금 증가가 영업이익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 이로 인해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 하락했으나, 관세 여파가 가장 컸던 지난해 3분기를 저점으로 3분기 연속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일회성 환평가 영향을 제외하면 본연의 이익 체력은 여전히 견고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반기 기아는 미국과 유럽 등 핵심 시장을 중심으로 공세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미국에서는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통해 생산되는 스포티지 하이브리드의 본격적인 인도가 시작되며, 멕시코산 EV3도 투입되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유럽에서는 현지 생산 체제를 갖춘 EV2와 EV4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PBV 모델인 PV5로 유럽 경상용차 시장의 틈새를 공략한다. 중동 지역 역시 리스크 완화에 따른 수요 회복을 기대하며 신차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기아는 고부가가치 차량 중심의 판매 전략과 철저한 비용 절감을 통해 하반기에도 안정적인 이익 구조를 가져가겠다는 전략이다. 정성국 기아 IR·전략투자담당 전무는 신차 경쟁력이 충분하고 전동화 차량에 대한 수요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연간 실적 목표 달성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시기에 기아가 보여준 유연한 대응력과 공격적인 전동화 행보는 하반기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판도를 가르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