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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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패스트트랙 90일로 단축 강행

 제22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이 완료됨과 동시에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쟁점 법안 처리를 위한 속도전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신속처리안건의 심사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소위원회에서 단독으로 통과시키며 입법 주도권을 확실히 쥐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와 함께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까지 본회의 상정 절차를 밟으면서 여야 간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민주당은 개혁 과제 완수를 위해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다수 의석을 앞세운 일방적인 독주라며 거세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국회 운영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의 핵심은 패스트트랙의 처리 기한을 기존 최장 330일에서 약 90일로 대폭 줄이는 데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소관 상임위원회 심사는 60일,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 및 자구 심사는 30일 이내에 마쳐야 하며 이후 열리는 첫 본회의에 법안이 자동 상정된다. 민주당은 제도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 기간 단축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 위원들은 충분한 숙의 과정 없이 수적 우위로 밀어붙이는 것은 의회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고 비판하며 회의 도중 전원 퇴장했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여야의 대립은 평행선을 달렸다. 민주당은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확정하고 법안 심사 순서까지 변경하며 처리를 서둘렀다. 당초 선관위 특검법을 먼저 논의하기로 했던 의사일정이 사전 협의 없이 바뀌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강하게 항의하며 자리를 떴다. 결국 회의는 범여권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었으며, 민주당은 경찰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권을 실질화함으로써 수사 공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검찰 수사권 축소를 둘러싼 실효성 논란도 정치권을 넘어 법조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국민의힘은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없게 되면 경찰 수사의 부실을 바로잡을 수단이 사라져 결국 피해자 구제가 늦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보완수사권 폐지가 가져올 범죄 대응 역량 약화는 고스란히 국민의 피해로 돌아갈 것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반면 민주당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대원칙을 완성하기 위해 이번 법안 처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야당은 민주당의 이러한 입법 행보를 국회를 거수기로 전락시키는 행위로 규정하고 총력 저지를 선언했다. 국민의힘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무제한 토론인 필리버스터를 통해 법안의 부당함을 알리겠다는 방침이다. 여야 합의 정신이 실종된 채 다수당의 의사대로만 국회가 운영되는 상황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민생과 직결된 법안들까지 정쟁의 도구로 쓰이면서 국회의 협치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오는 29일 운영위 전체회의를 거쳐 이달 말 본회의에서 관련 법안들을 최종 처리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국민의힘의 반발이 거세지만 의석수 차이를 고려할 때 법안의 본회의 통과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여당은 후반기 국회 시작부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 국정 운영의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지만, 야당과의 협치를 외면한 대가는 향후 정국 운영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입법 독주와 의회 폭거라는 프레임이 충돌하는 가운데 국회는 다시 한번 극한 대치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