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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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수사권 폐지 충돌, 여야 '안조위' 정면대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검찰의 보완수사 기능을 박탈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심사를 앞두고 여야 간의 극심한 전면전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다수 의석을 앞세운 야권의 입법 독주를 저지하기 위해 안건조정위원회(안조위) 구성을 공식 요청하며 배수진을 쳤다. 여당 의원들은 이번 개정안이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특정 정당의 내부 정치 일정에 맞춰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29일 전체회의에 앞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의 단독 처리를 비판했다. 이들은 전날 소위원회에서 이루어진 법안 통과가 사실상 야당이 미리 짠 시나리오대로 흘러갔다며 자신들은 들러리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중차대한 법안을 민주당 전당대회 시점에 맞춰 서두르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여당 측은 보완수사권 폐지가 가져올 치안 공백과 국민적 피해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경찰이 수사를 지연하거나 부실하게 대응할 경우 이를 바로잡을 검찰의 수단이 사라져 결국 사건이 미궁에 빠질 것이라는 논리다. 또한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 기록을 단순히 경찰이 검찰로 넘기는 '전건송치' 방식은 실질적인 보완수사를 대체할 수 없는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야권 법사위원들은 여당의 주장을 근거 없는 선동으로 규정하며 맞불을 놓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미 수차례의 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거치며 충분한 토론이 이루어졌음을 강조했다. 오히려 여당이 고의로 심사를 외면하며 발목을 잡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와서 일방적인 처리라고 주장하는 것은 전형적인 책임 전가이자 정치적 공세라고 반박했다.

 


야권은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더라도 수사 체계에 혼선이 생기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검사가 영장 청구 단계부터 경찰과 긴밀히 협력하고 재수사 요구나 사실관계 확인 절차를 통해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현재의 갈등이 수사권의 문제가 아니라 검찰 조직의 무책임함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어떠한 방해 공작에도 흔들림 없이 개혁 입법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현재 국민의힘은 안조위 구성을 통해 최대 90일간의 심사 기간을 확보하여 법안 처리를 최대한 늦추겠다는 전략이다. 서영교 법사위원장을 향해 규정에 따른 심사 기간 보장을 압박하는 동시에 공청회 개최와 여야 합의 정신 복원을 요구하고 있다. 야권 역시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형사소송법 개정을 둘러싼 국회의 대치 정국은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