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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일가에 30억 건넨 한국 기업... NYT 폭로

 김성집 회장이 이끄는 베이스그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족 기업에 거액의 자금을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파장이 일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보도를 통해 베이스그룹이 지난해 트럼프 오거니제이션 측에 약 200만 달러를 지급한 사실을 폭로했다. 이번 금전 거래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례 재산 공개 문서를 통해 처음 세상에 알려졌으며, 문서상에는 '환불 불가 개발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외국 기업이 대통령 일가와 금전적 이해관계로 얽혀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이해충돌 가능성이 지적된다.

 

의혹의 중심에 선 베이스그룹의 계열사 한국알루미늄은 현재 미국 상무부로부터 중국산 제품의 우회 수출 혐의로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다. 알루미늄 포일 제품을 주력으로 하는 이 회사는 미·중 무역 갈등의 틈바구니에서 규제 대상에 오를 위기에 처해 있었다. 뉴욕타임스는 베이스그룹이 트럼프 일가에 지급한 자금이 이러한 무역 분쟁 해결을 위한 로비 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김성집 회장이 지난 10년간 트럼프 일가와 와인 및 골프 사업을 매개로 끈끈한 관계를 구축해왔다는 점이 이러한 의구심을 뒷받침한다.

 


김 회장과 트럼프 일가의 밀착 행보는 최근 들어 더욱 두드러졌다. 김 회장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 직접 참석한 것은 물론, 올해 초에는 마이애미 소재 트럼프 소유 골프장에서 차남 에릭 트럼프를 만나는 등 고위급 접촉을 이어왔다. 지난 2월에는 에릭 트럼프를 한국으로 초청해 국내 주요 대기업 임원들과의 회동을 주선하기도 했다. 베이스그룹 측은 이 자리가 양국의 무역 확대를 논의하기 위한 순수한 비즈니스 목적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대통령 일가와의 사적 만남이 공적인 무역 현안과 섞여 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트럼프그룹 측은 이번 금전 거래가 순수하게 부동산 및 골프장 개발 사업과 관련된 정당한 수수료라고 해명했다. 트럼프그룹의 법률 자문은 수십 년간 이어온 부동산 사업의 일환일 뿐 무역 분쟁과는 전혀 무관한 거래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재임 중인 대통령이 외국 기업과 30건에 가까운 사업 관계를 유지하며 경제적 이익을 얻는 구조 자체가 현대 미국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기형적인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대통령의 사적 이익이 국가의 무역 결정에 개입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금전적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에는 트럼프 일가가 운영하는 가상자산 사업을 통해 천문학적인 소득을 올린 사실이 드러나며 행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과의 연관성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 베이스그룹 사례 역시 대통령이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외국 기업으로부터 간접적인 대가를 받았다는 의혹의 연장선에 있다. 백악관 대변인은 이해충돌은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결정은 오직 미국 국민의 이익을 위해 이루어진다고 강조했으나, 야권과 시민단체의 조사 요구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현재까지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이 베이스그룹이나 한국알루미늄을 위해 구체적으로 정책에 개입했다는 명확한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베이스그룹 또한 미국의 무역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 가족 기업으로 흘러 들어간 거액의 자금과 해당 기업이 처한 무역 위기 사이의 묘한 시점 일치는 향후 미 의회 차원의 조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건은 공직자의 윤리적 경계가 어디까지인지를 묻는 국제적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