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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란 발전소 파괴"... 통행료는 하루 만에 철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국가 기간 시설 파괴를 언급하며 전례 없는 수준의 군사적 압박을 가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협상 테이블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다음 주부터 발전소와 교량 등 주요 기반 시설을 공격 대상으로 삼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지난달 체결된 종전 양해각서가 사실상 무력화된 상황에서 나온 최후통첩성 발언으로 풀이된다. 미군은 대통령의 경고와 발맞추어 이란 항구와 연안을 오가는 선박에 대한 해상 봉쇄를 즉각 재개하고,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이란 군사 시설에 대한 추가 공습을 단행하며 실력 행사에 돌입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번 해상 봉쇄 조치가 중동 지역의 안전한 항행을 위협하는 이란의 능력을 약화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재 중동 전역에는 20척 이상의 미 해군 군함과 수백 대의 군용기가 배치되어 작전을 수행 중이며, 이는 이란의 경제적 숨통을 조이는 동시에 군사적 도발 의지를 꺾겠다는 미국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해상 봉쇄를 해제했던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도, 이란이 먼저 공격을 감행해 합의를 깨뜨린 것이 큰 실수였다고 주장하며 모든 책임을 이란 측으로 돌렸다.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국제 해운 시장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호르무즈 통행료 20%' 부과 방침은 발표 하루 만에 전격 철회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미군의 호송 대가로 선적 화물 가치의 20%를 징수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걸프 지역 동맹국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대통령은 중동 지도자들과의 생산적인 대화를 통해 통행료 대신 걸프 국가들의 대미 투자 확대로 합의를 보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통행료라는 개념보다 미국의 경제 성장에 기여할 막대한 투자를 받는 방식이 훨씬 마음에 든다며 정책 번복의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걸프 국가들의 신규 투자 약속이 실재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와 블룸버그 등 주요 경제 매체들은 대통령의 발표 직후 중동 국가들로부터 구체적인 투자 확대 약속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최소 한 개 이상의 중동 국가가 통행료 면제의 대가로 기존 투자 계획을 늘리기로 합의한 사실이 없다는 내부 관계자의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들의 반발과 국제 해운업계의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명확한 실체 없이 투자 유치를 명분으로 내세웠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행정부 내부에서도 이번 통행료 소동을 두고 상당한 혼선이 빚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돌발적으로 수수료 부과 방침을 발표했을 당시, 어느 부처가 징수 업무를 담당할지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또한 워싱턴의 컨설팅 업체들은 20%의 수수료가 실제로 부과될 경우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이 급등해 오히려 자국 경제에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국제 해운업계 역시 이러한 조치가 국제 해양법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며 강력히 비판했고, 이러한 대내외적 압박이 결국 대통령의 철회 결정을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국제 유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널뛰기 행보에 따라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통행료 부과 발표 직후 10% 가까이 폭등했던 유가는 철회 소식에 잠시 주춤했으나, 미군의 공습 재개와 해상 봉쇄 소식이 전해지며 다시 반등하는 양상을 보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중동 정책이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란에 대한 군사적 압박이 실제 전면전으로 확대될지, 아니면 새로운 협상을 이끌어내기 위한 극한의 압박 전술에 그칠지를 두고 전 세계 금융 시장과 물류 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