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타임

스포츠타임

'단순 타박' 문정빈, 오늘 선발 제외 후 휴식

 LG 트윈스가 전날 경기 중 투구에 손등을 맞아 교체되었던 외야수 문정빈을 보호하기 위해 휴식을 결정했다.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키움 히어로즈와의 시즌 12차전을 앞두고 LG 구단은 문정빈의 정밀 검진 결과를 발표했다. 전날 1차 엑스레이 검사에서 이상이 없었던 문정빈은 이날 오전 진행된 CT 촬영에서도 골절 등 추가적인 이상 소견 없이 단순 타박상 진단을 받았다.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는 소식에 LG 벤치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게 됐다.

 

문정빈은 지난 29일 키움전에서 4번 지명타자로 나서 맹활약하던 중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했다. 팀이 8-16으로 뒤지던 6회말, 상대 투수 김선기의 시속 143km 직구가 문정빈의 왼쪽 손등을 강타했다.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그라운드에 쓰러진 그는 트레이너의 부축을 받으며 1루까지 나갔으나 곧바로 대주자와 교체되어 경기를 마쳤다. 최근 팀 타선을 이끌던 주역의 부상 장면에 잠실구장에는 일순간 정적이 흐르기도 했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염경엽 감독은 문정빈의 상태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염 감독은 뼈에 이상이 없다는 보고를 받아 다행이라면서도, 통증이 남아있는 만큼 오늘 하루는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해 휴식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경기 상황에 따라 대타 출전 가능성은 열어두며 승부처에서의 기용 여지를 남겼다. 이는 선수의 장기적인 컨디션 관리와 팀의 승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이날 LG는 문정빈이 빠진 자리를 메우기 위해 홍창기를 지명타자로 배치하고 박해민을 중견수로 기용하는 등 라인업에 변화를 주었다. 오스틴과 송찬의가 중심 타선에서 문정빈의 공백을 메우며 키움 선발 안우진을 상대한다. 문정빈이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0.371, 3홈런을 몰아치며 절정의 타격감을 뽐냈던 만큼, 그의 부재가 경기 초반 타선의 응집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이번 위닝 시리즈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올 시즌 문정빈은 44경기에 출전해 타율 0.331, 10홈런을 기록하며 LG의 차세대 거포로서 입지를 확실히 굳혔다. 특히 후반기 들어 팀 내 타율과 홈런, 타점 부문에서 모두 1위를 휩쓸며 외국인 타자 오스틴과 함께 공포의 타선을 구축해왔다. OPS 1.111이라는 압도적인 수치는 그가 현재 LG 공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구단 입장에서는 단순 타박상이라는 진단이 천만다행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LG는 핵심 전력인 문정빈에게 무리한 출전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키움과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겠다는 각오다. 문정빈 역시 벤치에서 대기하며 회복에 전념한 뒤, 통증이 완화되는 대로 다시 타석에 들어서 팀의 상승세를 이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부상 악재를 털어낸 LG가 문정빈의 조기 복귀와 함께 선두권 싸움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을지 야구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