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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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3명 중 1명 폭음, 한국은 '술 권하는 사회'

 우리나라 성인 인구의 절반 이상이 매달 정기적으로 술을 마시는 가운데, 여성과 중년층을 중심으로 위험 수위의 음주 행태가 확산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최근 지역사회건강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6명은 월 1회 이상 술자리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점은 단순한 음주를 넘어 건강을 위협하는 수준인 폭음과 고위험 음주로 이어지는 비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성별에 따른 음주 추이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지난 10년간 남성의 경우 모든 연령대에서 알코올 의존 위험이 높은 고위험 음주율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반면 여성은 30대 이상 모든 연령층에서 월간 폭음률과 고위험 음주율이 일제히 상승하며 남성과 대조적인 행보를 나타냈다. 이는 사회 활동 참여 확대와 스트레스 인지율 상승 등 복합적인 요인이 여성의 음주 습관에 영향을 미친 결과로 풀이된다.

 


경제적 여건과 직업군에 따른 음주 양상도 차별화된 특징을 보였다. 가구 소득이 높거나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술을 마시는 빈도 자체는 높았으나, 실제 신체적 손상을 초래할 정도의 고위험 음주는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거나 단순 노무직에 종사하는 계층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사무직 종사자들의 경우 잦은 회식 등으로 인해 음주 기회는 많지만, 극단적인 폭음으로 이어지는 비중은 특정 직군에서 더 두드러지는 경향을 보였다.

 

건강 위해 요인 간의 상관관계도 뚜렷하게 확인되었다. 흡연자가 고위험 음주를 할 확률은 비흡연자에 비해 2배 이상 높았으며, 비만이나 우울 증상을 겪는 경우에도 문제적 음주 행태를 보일 가능성이 유의미하게 높았다. 특히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조차 상당수가 위험 수준의 음주를 지속하고 있어, 기저질환 악화와 합병증 유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별 격차 역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한 부분으로 지목되었다. 울산과 강원, 충북 지역은 음주율과 폭음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반면, 세종과 전북 등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음주 지표가 높은 지역일수록 해당 지역 주민들의 스트레스 인지율과 현재 흡연율이 동시에 높게 나타나는 특징을 보였으며, 이는 지역별 보건 정책 수립 시 통합적인 건강 증진 프로그램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보건 당국은 이번 분석 결과를 토대로 지자체별 맞춤형 음주 예방 관리 대책을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여성과 중년 남성 등 음주 위험군을 세분화하여 교육과 홍보를 집중하고, 휴가철과 연말연시 등 음주 사고가 잦은 시기에 맞춰 캠페인을 전개하기로 했다. 질병관리청은 각 지역 보건소와 협력해 만성질환자와 고위험 음주자를 연계한 건강 상담 서비스를 확대하고, 관련 지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여 정책에 반영할 예정이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