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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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식 '연임 개헌' 파문, 여야 전면전 비화

 조정식 국회의장이 현직 대통령의 임기 연장을 포함한 개헌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여의도 정치권이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조 의장은 전날 취임 첫 간담회에서 연임 개헌에 대해 국민의 선택에 달린 문제라고 언급했으나, 하루 만에 자신의 의도가 왜곡되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야권의 거센 공세와 여권 내부의 엇갈린 반응이 이어지며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조 의장의 발언이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이었다며 사태 수습에 주력하고 있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의장의 발언이 개헌 과정에서 국민 여론 수렴이 필수적이라는 원칙을 강조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이를 대통령 연임 시도로 규정하며 정치적 공세를 펴는 것에 대해 억지 주장이라며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했다.

 


당내 대권 주자들 역시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에는 명확히 선을 긋는 분위기다. 전당대회에 출마한 후보들은 헌법 제128조 2항에 따라 개헌 당시의 대통령에게는 임기 연장 효력이 발생할 수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이들은 국회 내 200석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개헌의 현실적 어려움을 지적하며, 의장의 발언이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를 정권 연장을 위한 치밀한 사전 포석으로 규정하고 총공세를 퍼부었다. 장동혁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여권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연임 개헌에 집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대통령과 친명계가 연임 의사가 없다면 왜 명확하게 확답하지 않느냐고 따져 물으며, 개헌 시도가 정권의 몰락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청와대 또한 이번 논란이 정치적 정쟁으로 비화되는 것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대통령이 이미 연임 불가 입장을 밝힌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유감을 표했다. 청와대 정무라인 역시 현행 법체계상 현직 대통령의 임기 연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진화에 나섰다.

 

논란의 당사자인 조 의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권력구조 개편은 국민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기본 절차를 설명한 것이라고 재차 해명했다. 그러나 무소속 한동훈 의원 등 범야권 인사들이 이를 '독재'로 규정하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어, 개헌을 둘러싼 여야의 가파른 대치 국면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판소리와 포크의 만남…구례 가을밤 울린 ‘시인의 마을’

추임새와 박수가 이어졌다. 전통 판소리의 깊은 울림에 이어 익숙한 포크음악이 흐르자 관객들은 노래와 함께 호흡하며 구례의 가을밤을 즐겼다.지난 17일 밤 열린 구례 동편제소리축제에서는 지역 명창들의 판소리와 가수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공연이 한자리에서 펼쳐졌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전통 소리와 한국 대중음악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가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무대를 선사했다.이날 구례 명창들의 공연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무대는 박정선 명창의 ‘적벽가’였다. 박 명창은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가 다급하게 달아나는 장면을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 힘 있는 소리로 풀어냈다.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고, 관객들은 추임새와 박수로 소리꾼의 무대에 호응했다. 판소리 특유의 해학과 긴장감이 무대를 채우면서 관객들은 이야기 속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꼈다. 소리꾼의 목소리와 몸짓에 관객의 반응이 더해지며 공연은 무대 위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객석과 함께 만들어지는 경험으로 이어졌다.공연의 분위기는 정태춘·박은옥 부부가 무대에 오르면서 또 한 번 달라졌다. 오랜 시간 삶과 시대의 이야기를 노래해 온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의 시선이 집중됐다.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시인의 마을’의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석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노래의 첫 소절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반응에는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노래에 대한 반가움이 담겼다. 앞선 판소리 무대에서 추임새로 공연에 참여했던 관객들은 이번에는 익숙한 선율을 따라가며 노래가 전하는 감정에 집중했다. 한 곡의 노래가 오랜 세월 쌓인 기억을 불러내고, 무대와 객석 사이에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정태춘·박은옥은 ‘북한강에서’ 등 자신들의 노래를 들려주며 공연의 여운을 이어갔다. 화려한 무대 연출 속에서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결국 노래에 담긴 이야기와 이를 전하는 목소리였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다시 듣고 싶은 노래가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자 객석은 박수로 화답했다.판소리와 포크음악은 표현 방식과 음악적 형식에서 차이가 있지만, 사람들의 삶과 시대를 이야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판소리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소리와 이야기로 전해왔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 역시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며 청중과 소통해 왔다.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이 한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었던 이유다.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지역으로, 동편제 판소리 문화가 이어져 온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지역 명창들의 전통 소리를 감상한 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를 만나는 구성은 이번 축제의 특별한 장면으로 남았다. 지역의 전통문화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가 한자리에서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첨단 조명과 대형 LED 화면이 설치된 무대 위에서는 오래된 판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어 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을 담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전통과 현대를 구분하는 경계보다 서로 다른 음악이 관객에게 어떤 감동을 전하는지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 무대였다.전통문화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서만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장르와 어우러질 때, 전통은 또 다른 방식으로 생명력을 얻는다. 판소리의 추임새와 대중가요를 향한 박수가 같은 밤에 이어진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구례 동편제소리축제의 가을밤은 그렇게 전통과 현대의 음악이 함께 만드는 공연장으로 변했다. 명창의 소리에 관객들은 “얼씨구”와 “좋다”를 외쳤고, ‘시인의 마을’이 시작되자 큰 박수로 화답했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에서 출발한 음악은 사람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통해 하나로 이어졌고, 관객들은 그 울림을 함께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