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최신

경제최신

중국산 수입차 40% 돌파, 테슬라 효과 톡톡

 국내 수입차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독일차의 위상이 흔들리고 그 자리를 중국산 전기차들이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테슬라와 BYD 등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들이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점유율을 끌어올린 결과, 중국이 사상 처음으로 독일을 밀어내고 국내 최대 자동차 수입국 지위에 올랐다. 이는 단순한 브랜드 선호도의 변화를 넘어 글로벌 전기차 공급망의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가 공개한 올해 상반기 통계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시장은 친환경차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되었다. 신규 등록 차량 중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포함한 전기동력차의 비중이 처음으로 50%를 돌파하며 내연기관차 시대를 끝내고 과반을 점유했다. 특히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폭증하며 전체 시장의 20%를 상회하는 기염을 토했다. 가성비를 앞세운 보급형 모델의 잇따른 출시가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한 결과다.

 


수입차 부문에서의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상반기 수입차 등록 비중이 전체의 20%를 넘어선 가운데, 중국산 차량의 비중은 무려 41.2%에 달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위를 지켰던 독일산 차량은 30% 초반대로 내려앉으며 2위로 밀려났다. 테슬라의 주력 모델들이 중국 생산 물량으로 대체되고 BYD와 폴스타 등 중국계 브랜드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국내 도로 위 수입차 열 대 중 네 대가 중국산인 시대가 열린 셈이다.

 

내연기관차의 퇴조는 더욱 뚜렷해졌다. 한때 승용차 시장의 주류였던 디젤차는 모델 축소와 공급 제한이 겹치며 판매량이 60% 가까이 급감하는 수모를 겪었다. 가솔린차 역시 하이브리드차의 인기에 밀려 점유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하이브리드차는 부품 수급난 속에서도 견조한 판매 실적을 올리며 전기차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시장에서 가장 확실한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산 전기차의 공습은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가 공세를 펼치는 중국산 차량이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국내 제조 기반과 부품 공급망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국내 생산 시설을 갖춘 완성차 업체들이 역차별을 받지 않도록 세제 지원과 보조금 체계를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정부와 관련 협회는 하반기 전기차 수요 둔화를 막기 위한 선제적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지자체의 보조금이 조기에 소진될 경우 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수 있는 만큼, 추가 예산 확보와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세제 혜택 연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전동화 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국내 자동차 산업이 제조 경쟁력을 유지하며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중국발 물량 공세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적 뒷받침과 기술 혁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