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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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들러리 거부" 퇴장, 30일 본회의 충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보완수사 기능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처리하며 여야 대치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28일 열린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야당의 거센 반발 속에 의결된 이번 개정안은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하고 수사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당은 이번 입법이 사법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필수 과정이라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의회 민주주의의 파괴라며 거세게 맞서고 있다.

 

새로운 개정안의 핵심은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진행하던 기존 방식을 버리고 오로지 경찰에 수사를 요구하는 권한만 갖도록 제한한 점이다. 경찰은 검찰의 요구를 받은 날로부터 한 달 이내에 수사를 마쳐야 하며, 부득이한 경우에만 한 차례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또한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복원하고 수사 기록의 전면 전자화를 의무화하는 등 피의자와 피해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장치들도 함께 포함되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이 미리 작성된 시나리오에 따라 속전속결로 법안을 밀어붙였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충분한 검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은 채 들러리 노릇만 강요받았다고 주장하며 표결 직전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특히 특정 정당의 내부 정치 일정에 맞춰 국가 형사사법 체계를 졸속으로 개편하려는 시도는 법률가로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폭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민주당 측은 야당이 구체적인 대안 논의를 거부하고 회의장을 이탈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소위원장을 맡은 김승원 의원은 검찰의 중립성을 확보하고 수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온 법안임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소위를 통과한 개정안을 29일 전체회의에 상정하고, 이어지는 30일 본회의에서 최종적으로 통과시키겠다는 강행 처리 의지를 분명히 했다.

 


야당은 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저지하기 위해 사흘간의 비상 대기령을 선포하고 무제한 토론인 필리버스터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국회법 개정안까지 묶어 처리하려는 야권의 움직임에 맞서 31일 자정까지 국회 본회의장에서 끝장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극심한 대치 속에서도 지난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한 '선관위 특검법'에 대해서는 여야가 수사 규모와 기간 등 상당 부분에서 합의점을 찾아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현재 여야 원내지도부는 특검법의 막판 쟁점인 수사 범위 확정을 위해 물밑 협상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둘러싼 본회의 충돌이 기정사실화되면서 국회 내 긴장감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민주당은 본회의 상정 절차를 밟기 위한 내부 단속에 들어갔으며, 국민의힘은 소속 의원 전원에게 국회 주변 대기를 지시하며 전면적인 입법 전쟁에 대비하고 있다.

 

판소리와 포크의 만남…구례 가을밤 울린 ‘시인의 마을’

추임새와 박수가 이어졌다. 전통 판소리의 깊은 울림에 이어 익숙한 포크음악이 흐르자 관객들은 노래와 함께 호흡하며 구례의 가을밤을 즐겼다.지난 17일 밤 열린 구례 동편제소리축제에서는 지역 명창들의 판소리와 가수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공연이 한자리에서 펼쳐졌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전통 소리와 한국 대중음악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가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무대를 선사했다.이날 구례 명창들의 공연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무대는 박정선 명창의 ‘적벽가’였다. 박 명창은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가 다급하게 달아나는 장면을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 힘 있는 소리로 풀어냈다.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고, 관객들은 추임새와 박수로 소리꾼의 무대에 호응했다. 판소리 특유의 해학과 긴장감이 무대를 채우면서 관객들은 이야기 속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꼈다. 소리꾼의 목소리와 몸짓에 관객의 반응이 더해지며 공연은 무대 위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객석과 함께 만들어지는 경험으로 이어졌다.공연의 분위기는 정태춘·박은옥 부부가 무대에 오르면서 또 한 번 달라졌다. 오랜 시간 삶과 시대의 이야기를 노래해 온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의 시선이 집중됐다.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시인의 마을’의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석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노래의 첫 소절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반응에는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노래에 대한 반가움이 담겼다. 앞선 판소리 무대에서 추임새로 공연에 참여했던 관객들은 이번에는 익숙한 선율을 따라가며 노래가 전하는 감정에 집중했다. 한 곡의 노래가 오랜 세월 쌓인 기억을 불러내고, 무대와 객석 사이에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정태춘·박은옥은 ‘북한강에서’ 등 자신들의 노래를 들려주며 공연의 여운을 이어갔다. 화려한 무대 연출 속에서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결국 노래에 담긴 이야기와 이를 전하는 목소리였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다시 듣고 싶은 노래가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자 객석은 박수로 화답했다.판소리와 포크음악은 표현 방식과 음악적 형식에서 차이가 있지만, 사람들의 삶과 시대를 이야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판소리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소리와 이야기로 전해왔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 역시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며 청중과 소통해 왔다.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이 한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었던 이유다.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지역으로, 동편제 판소리 문화가 이어져 온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지역 명창들의 전통 소리를 감상한 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를 만나는 구성은 이번 축제의 특별한 장면으로 남았다. 지역의 전통문화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가 한자리에서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첨단 조명과 대형 LED 화면이 설치된 무대 위에서는 오래된 판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어 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을 담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전통과 현대를 구분하는 경계보다 서로 다른 음악이 관객에게 어떤 감동을 전하는지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 무대였다.전통문화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서만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장르와 어우러질 때, 전통은 또 다른 방식으로 생명력을 얻는다. 판소리의 추임새와 대중가요를 향한 박수가 같은 밤에 이어진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구례 동편제소리축제의 가을밤은 그렇게 전통과 현대의 음악이 함께 만드는 공연장으로 변했다. 명창의 소리에 관객들은 “얼씨구”와 “좋다”를 외쳤고, ‘시인의 마을’이 시작되자 큰 박수로 화답했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에서 출발한 음악은 사람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통해 하나로 이어졌고, 관객들은 그 울림을 함께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