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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 케챂 55년, 1인당 100개씩 먹었다

 국내 식탁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오뚜기 케챂이 출시 55주년을 맞아 단순한 소스를 넘어선 요리의 핵심 재료로 재조명받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오키친 스튜디오에서는 케챂의 다양한 변신을 직접 체험하는 특별한 요리 수업이 진행됐다. 이번 행사는 1970년대 출시 이후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시장 점유율 90%를 수성해온 오뚜기가 소비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익숙한 제품의 숨겨진 활용법을 제안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의 시작은 다섯 가지 종류의 케챂을 눈을 가리고 맞히는 블라인드 테스트로 문을 열었다. 오리지널 제품부터 당 함량을 대폭 낮춘 저당 제품, 채소와 과일 알갱이가 씹히는 프리미엄 라인까지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 제품들이 조리대에 올랐다. 평소 케챂을 즐겨 먹던 참가자들도 미세한 맛의 차이를 구별해내는 데 어려움을 겪을 만큼, 건강과 취향을 고려해 진화해온 케챂의 다채로운 면모를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

 


이날 요리의 하이라이트는 케챂을 볶음이나 소스 재료로 활용한 이색 메뉴들이었다. 특히 스테이크 위에 얹는 '케챂 버터'는 버터의 부드러움과 케챂의 새콤함이 어우러져 고기의 풍미를 극대화하는 반전을 선사했다. 파스타 요리에서도 케챂은 연겨자와 섞여 깊은 감칠맛을 내는 핵심 비법 소스로 활약했다. 감자튀김에 찍어 먹는 부수적인 용도에서 벗어나, 메인 요리의 맛을 결정짓는 주연급 식재료로 거듭난 순간이었다.

 

오뚜기 케챂의 누적 생산량은 약 165만 톤에 달하며, 이는 전 국민이 1인당 100개 이상 소비한 것과 맞먹는 수치다. 이처럼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갖췄음에도 오뚜기가 쿠킹클래스를 지속하는 이유는 소비자와의 직접적인 소통을 위해서다.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게 되는 장수 제품의 한계를 극복하고, 직접 요리하고 맛보는 과정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신선한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오뚜기의 경험 마케팅은 2022년 시작된 이래 누적 신청자 5만 명을 돌파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클래스에서 개발된 레시피만 450여 개에 달하며, 최근에는 K-푸드에 관심이 높은 외국인들을 위한 전용 클래스도 운영 중이다. 한국의 식재료를 처음 접하는 외국인들에게 케챂은 친숙하면서도 독특한 한국식 요리법을 익힐 수 있는 훌륭한 매개체가 되고 있다.

 

오뚜기는 앞으로도 케챂뿐만 아니라 참기름, 후추 등 주방의 기본 식재료를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소비자들에게 요리의 즐거움을 알리고 제품의 활용 범위를 넓히는 작업은 브랜드 로열티를 강화하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익숙함 속에 숨겨진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려는 오뚜기의 시도는 장수 기업이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판소리와 포크의 만남…구례 가을밤 울린 ‘시인의 마을’

추임새와 박수가 이어졌다. 전통 판소리의 깊은 울림에 이어 익숙한 포크음악이 흐르자 관객들은 노래와 함께 호흡하며 구례의 가을밤을 즐겼다.지난 17일 밤 열린 구례 동편제소리축제에서는 지역 명창들의 판소리와 가수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공연이 한자리에서 펼쳐졌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전통 소리와 한국 대중음악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가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무대를 선사했다.이날 구례 명창들의 공연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무대는 박정선 명창의 ‘적벽가’였다. 박 명창은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가 다급하게 달아나는 장면을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 힘 있는 소리로 풀어냈다.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고, 관객들은 추임새와 박수로 소리꾼의 무대에 호응했다. 판소리 특유의 해학과 긴장감이 무대를 채우면서 관객들은 이야기 속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꼈다. 소리꾼의 목소리와 몸짓에 관객의 반응이 더해지며 공연은 무대 위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객석과 함께 만들어지는 경험으로 이어졌다.공연의 분위기는 정태춘·박은옥 부부가 무대에 오르면서 또 한 번 달라졌다. 오랜 시간 삶과 시대의 이야기를 노래해 온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의 시선이 집중됐다.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시인의 마을’의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석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노래의 첫 소절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반응에는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노래에 대한 반가움이 담겼다. 앞선 판소리 무대에서 추임새로 공연에 참여했던 관객들은 이번에는 익숙한 선율을 따라가며 노래가 전하는 감정에 집중했다. 한 곡의 노래가 오랜 세월 쌓인 기억을 불러내고, 무대와 객석 사이에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정태춘·박은옥은 ‘북한강에서’ 등 자신들의 노래를 들려주며 공연의 여운을 이어갔다. 화려한 무대 연출 속에서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결국 노래에 담긴 이야기와 이를 전하는 목소리였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다시 듣고 싶은 노래가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자 객석은 박수로 화답했다.판소리와 포크음악은 표현 방식과 음악적 형식에서 차이가 있지만, 사람들의 삶과 시대를 이야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판소리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소리와 이야기로 전해왔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 역시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며 청중과 소통해 왔다.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이 한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었던 이유다.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지역으로, 동편제 판소리 문화가 이어져 온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지역 명창들의 전통 소리를 감상한 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를 만나는 구성은 이번 축제의 특별한 장면으로 남았다. 지역의 전통문화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가 한자리에서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첨단 조명과 대형 LED 화면이 설치된 무대 위에서는 오래된 판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어 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을 담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전통과 현대를 구분하는 경계보다 서로 다른 음악이 관객에게 어떤 감동을 전하는지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 무대였다.전통문화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서만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장르와 어우러질 때, 전통은 또 다른 방식으로 생명력을 얻는다. 판소리의 추임새와 대중가요를 향한 박수가 같은 밤에 이어진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구례 동편제소리축제의 가을밤은 그렇게 전통과 현대의 음악이 함께 만드는 공연장으로 변했다. 명창의 소리에 관객들은 “얼씨구”와 “좋다”를 외쳤고, ‘시인의 마을’이 시작되자 큰 박수로 화답했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에서 출발한 음악은 사람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통해 하나로 이어졌고, 관객들은 그 울림을 함께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