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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 주의" 롯데월드 덮친 극한 공포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도심 속 테마파크가 등골 서늘한 공포 체험의 장으로 변신해 피서객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롯데월드 어드벤처는 올여름 관람객의 담력 수준에 맞춰 선택할 수 있는 단계별 호러 콘텐츠를 선보이며 무더위 사냥에 나섰다. 단순한 시각적 공포를 넘어 추리 요소와 관객 참여형 연극 기법을 도입한 이번 프로그램들은 테마파크를 찾는 이들에게 색다른 스릴을 선사하고 있다.

 

공포 체험의 문턱을 낮춘 입문용 콘텐츠로는 매직아일랜드의 '귀담'이 대표적이다. 적막이 흐르는 폐쇄된 저택을 배경으로 한 이 시설은 정체불명의 존재들이 예고 없이 나타나는 고전적인 공포의 묘미를 살렸다. 오는 11월 중순까지 매일 운영되는 이 공간은 1만 원이라는 합리적인 체험료와 함께 종합이용권 결합 할인을 제공해 가족 단위 방문객이나 호러 초보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한 단계 높은 몰입감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서는 올해 첫선을 보인 '마도신당'이 준비되어 있다. 실종된 무속인을 추적하는 취재진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이 콘텐츠는 관객이 직접 폐신당 내부를 탐색하며 숨겨진 단서를 찾아야 하는 추리형 공포물이다. 단순한 비명보다는 긴장감 넘치는 서사에 집중해 공포와 지적 유희를 동시에 즐기려는 젊은 층의 취향을 정확히 관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시즌 공포의 정점은 민속박물관에서 펼쳐지는 이머시브 공연 '스테이 얼라이브 인 뮤지엄'이 차지했다. 관객이 직접 공연팀의 신입 단원이 되어 박물관에 갇힌 채 저주를 풀어가는 이 공연은 배우들과 실시간으로 호흡하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독특한 형식을 취한다. 특히 관객 개개인의 선택에 따라 생존 여부와 결말이 달라지는 멀티 엔딩 시스템을 도입해, 서로 다른 결과를 확인하려는 재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야간 시간대에 집중된 이 공연은 본 공연 전 20분간의 프리쇼를 포함해 총 90분 동안 쉴 틈 없는 긴장감을 유지한다. 5만 원이라는 다소 높은 티켓 가격에도 불구하고, 민속박물관이라는 장소적 특수성과 결합한 한국적 공포 분위기가 압권이라는 입소문이 퍼지며 매회 매진 행렬을 기록 중이다. 어드벤처 방문객이나 재관람객에게는 별도의 할인 혜택이 주어져 실속 있는 관람을 돕고 있다.

 

롯데월드의 이번 호러 프로젝트는 테마파크가 단순한 놀이기구 이용 시설을 넘어 고도의 심리적 몰입을 제공하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단계별로 세분화된 공포 수위와 관객의 능동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기획은 올여름 가장 강력한 냉방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이달 말 종료를 앞둔 이머시브 공연부터 늦가을까지 이어지는 상설 호러 시설까지, 롯데월드의 서늘한 변신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