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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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쇄된 예술의 충격, 뱅크시가 던진 질문들

 정체를 숨긴 채 전 세계 거리의 벽을 캔버스 삼아 활동해 온 영국의 그래피티 아티스트 뱅크시의 30년 예술 여정을 집대성한 특별전이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ALT.1에서 성황리에 개최 중이다. '뱅크시: 스틸 히어(BANKSY: Still Here)'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전쟁과 빈곤, 권력의 모순을 날카롭게 풍자해 온 그의 판화와 오브제, 벽화 사진 등 110여 점의 방대한 컬렉션을 선보인다. 거리의 낙서에서 시작해 현대 미술 시장의 가장 뜨거운 아이콘으로 부상한 뱅크시의 이미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대중문화의 정점에 서 있음을 다시 한번 입증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뱅크시의 이름을 내걸고 열렸던 수많은 비공식 전시와 차별화하기 위해 작품의 출처와 인증 여부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전시 측은 뱅크시가 설립한 공식 감정기관인 페스트 컨트롤 오피스(PCO)의 인증을 받은 판화부터 픽처스 온 월즈(POW) 에디션, 그리고 비인증 사진과 오브제에 이르기까지 각 작품의 성격을 명확히 구분하여 표기했다. 이는 뱅크시가 거리 벽화의 상업적 전시를 승인하지 않는 원칙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미술 시장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에디션 작품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해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한 조치다.

 


전시장의 중심을 차지하는 대표작은 단연 빨간 하트 모양의 풍선을 향해 손을 뻗는 아이의 모습을 담은 '풍선을 든 소녀(Girl with Balloon)' 판화다. 이 이미지는 지난 2018년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낙찰되는 순간 액자에 숨겨진 파쇄기가 작동해 작품 절반이 잘려 나가는 전대미문의 사건을 일으키며 전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던 작품과 궤를 같이한다. 당시 파쇄된 작품은 '사랑은 쓰레기통 안에'라는 새로운 제목으로 미술사에 기록되었으며, 이번 전시에 나온 판화 역시 뱅크시가 추구하는 예술의 일시성과 저항 정신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전시장 곳곳에서는 사회적 금기에 도전하고 기득권의 위선을 꼬집는 뱅크시 특유의 유머와 통찰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이어진다. 화염병 대신 꽃다발을 던지는 시위자의 모습을 통해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꽃을 던지는 사람(Love is in the Air)'은 폭력에 저항하는 예술의 힘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또한 인간 사회를 원숭이에 빗대어 풍자한 '지금은 웃어라(Laugh Now)'와 하수구 쥐를 모티브로 삼은 '러브 랫(Love Rat)' 등 뱅크시를 상징하는 주요 캐릭터들은 현대인의 삶과 사회 구조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뱅크시의 작업은 단순히 벽에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넘어, 예술이 자본과 권력에 편입되는 과정을 비판하는 하나의 거대한 퍼포먼스로 평가받는다. 그는 자신의 작품이 고가에 거래되는 미술 시장의 모순을 조롱하면서도, 역설적으로 그 시장의 가장 중심에 서 있는 기묘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뱅크시의 이중적인 면모와 그가 거리 예술을 통해 세상에 던지고자 했던 본질적인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관람객들이 직접 확인하고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여의도의 랜드마크에서 열리는 이번 특별전은 오는 11월 3일까지 관람객을 맞이하며 뱅크시라는 미스터리한 예술가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정을 지속할 예정이다. 거리의 벽에서 시작된 그의 저항 정신이 세련된 갤러리 공간 안에서 어떻게 대중과 호흡하고 새로운 의미를 생산해내는지 관찰하는 것은 이번 전시의 가장 큰 묘미다. 뱅크시가 던진 예술적 화두는 전시가 끝나는 순간까지 서울의 중심에서 현대 미술의 정의와 가치에 대한 끊임없는 토론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몽블랑 보러 갔다가 반한 프랑스 소도시 “샤모니”

지만 직접 샤모니를 여행해보면 거대한 산뿐 아니라 아기자기한 마을 풍경과 온천, 빙하까지 이곳을 즐기는 방법이 생각보다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난해 9월 찾은 샤모니는 맑고 쾌청한 날씨가 이어졌다. 파란 하늘 아래 하얀 산봉우리가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냈고, 케이블카를 타고 높은 곳으로 올라가서도 알프스의 풍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다.의외로 오래 기억에 남은 것은 산뿐만이 아니었다. 규모가 크지 않은 샤모니는 천천히 걸어서 둘러보기 좋았다. 알프스 특유의 아기자기한 건물 사이로 카페와 레스토랑, 아웃도어 숍이 이어지고, 골목을 조금만 걸어도 건물 사이로 거대한 산봉우리가 모습을 드러냈다.특별한 목적지를 정해놓지 않고 마을을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다. 카페에 앉아 잠시 쉬었다가 다시 걷고, 눈에 들어오는 예쁜 건물을 사진으로 남기고, 골목 끝에서 산이 보이면 걸음을 멈춰 바라보는 식이다. 유명 관광지를 빠짐없이 찾아가는 여행과는 또 다른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샤모니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표 코스는 에귀 뒤 미디다. 샤모니 시내에서 케이블카를 타면 약 20분 만에 해발 3,842m까지 올라갈 수 있다. 직접 산을 오르는 등반이 아니기 때문에 전문적인 등반 경험이 없어도 알프스의 높은 곳에 올라가 볼 수 있다.정상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역시 몽블랑이다. 주변으로 높은 봉우리와 빙하가 이어지고 탁 트인 전망이 펼쳐진다. 스위스와 이탈리아 방향의 알프스까지 바라볼 수 있으며, 유리 전망시설인 ‘스텝 인 더 보이드’도 유명하다. 하지만 직접 여행해보면 특별한 시설보다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산 자체가 더 강한 인상을 남긴다.빙하를 보고 싶다면 몽탕베르도 좋은 선택이다. 산악열차를 타고 올라가면 메르 드 글라스를 만날 수 있다. 톱니바퀴 산악열차를 타고 산을 오르는 과정부터 색다르고, 도착한 뒤에는 거대한 빙하와 주변의 알프스 봉우리를 한눈에 볼 수 있다.조금 더 걷고 싶다면 락 블랑도 있다. 에귀 루즈 자연보호구역에 있는 산정호수로, 몽블랑 산군을 배경으로 알프스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대표적인 하이킹 코스다. 긴 하이킹이 부담스럽다면 브레방이나 플레제르처럼 케이블카로 올라갈 수 있는 전망 포인트를 선택해도 된다. 특히 브레방에서는 몽블랑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다.샤모니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곳은 따로 있다. 바로 QC떼르메 샤모니 몽블랑이다. 산을 보고 걷는 것만 생각하고 떠났지만, 여행을 하다 보니 산을 바라보며 쉬는 시간도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QC떼르메에서는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근 채 알프스를 바라볼 수 있다. 특히 야외 풀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인상적이다. 눈앞에는 거대한 산이 펼쳐져 있고 몸은 따뜻한 물속에 있는 경험은 산 위 전망대에서 보는 풍경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총 일주일 동안 샤모니에 머무는 동안 저렴하지 않은 가격에도 두 번 방문할 만큼 만족스러웠다.샤모니에서는 의외의 음식도 만날 수 있다. 쿨캣의 김치 핫도그가 그중 하나다. 알프스 최고봉을 보기 위해 프랑스까지 찾아가 김치 핫도그를 먹는 것이 조금 뜻밖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낯선 여행지에서 익숙한 김치 맛을 만나는 순간은 생각보다 반갑다. 현지에서 무엇을 먹을지 고민한다면 한 번쯤 시도해볼 만하다.샤모니 여행에서 유명한 명소만 따라다닐 필요는 없다. 일정 중간에 아무 계획 없이 마을을 걷는 시간을 넣어도 좋다. 어느 길을 걷든 산이 보이고, 카페에 앉아 쉬는 순간에도 알프스가 배경이 된다.지난해 9월 샤모니가 좋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좋은 날씨 덕분에 높은 곳에서 몽블랑을 제대로 볼 수 있었고, 산과 마을을 오가며 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특별한 명소를 찾았던 순간만 기억에 남는 것은 아니었다. 예쁜 마을을 천천히 걷고, 눈앞의 산을 바라보고, 잠시 쉬었던 평범한 시간까지 모두 여행의 한 부분으로 남았다.샤모니에서는 케이블카를 타고 몽블랑을 바라볼 수도 있고, 산악열차를 타고 빙하를 만날 수도 있다. 체력이 된다면 하이킹을 즐길 수도 있고, 반대로 마을을 천천히 걸으며 여유를 누려도 된다. 하루의 마지막에는 온천에 몸을 담근 채 다시 알프스를 바라볼 수도 있다.알프스 최고봉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면서 걷고, 쉬고, 온천을 즐기는 곳. 지난해 9월 직접 만난 샤모니는 산 하나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아쉬운, 다양한 매력을 품은 소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