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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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 대장암으로 별세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별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한국과 일본 독자들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백야행’, ‘용의자 X의 헌신’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남긴 그는 장르문학을 넘어 대중문학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친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일본 출판사 고단샤는 27일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가 지난 23일 새벽 대장암으로 별세했다”고 밝혔습니다. 장례는 유족의 뜻에 따라 가족장으로 조용히 치러진 것으로 전해졌다. 고단샤는 고인의 작품 세계를 기리며 “1985년 9월 출간된 데뷔작 ‘방과후’부터 오는 8월 5일 발행 예정인 ‘영원의 기억’까지 히가시노 게이고의 저서는 모두 106권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정교한 트릭과 빠른 전개, 인간 심리를 파고드는 서사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특히 한국 독자들에게도 친숙한 작가다. 교보문고가 자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그는 2017년 해외 저자 가운데 도서 판매량이 가장 많았던 인물로 기록됐다. 또한 교보문고가 2009년 1월 18일부터 2019년 1월 17일까지 10년간 소설 누적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그의 작품은 약 127만 부가 판매되며 1위에 올랐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다. 해당 작품은 양장본 기준 약 36만 부가 팔리며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 흥행작으로 자리했다. 이 소설은 미스터리 형식 안에 시간, 후회, 구원, 위로의 정서를 담아 폭넓은 독자층을 사로잡았다.

 

최근에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한국 배우들이 출연하는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로 재탄생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류승룡, 김혜윤, 문상민, 이채민, 윤경호 등이 출연을 예고하면서 원작에 대한 관심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국내 최신 출간작은 지난 13일 발행된 소설 ‘투명한 나선’이다. 생전 마지막까지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온 그는 추리소설의 재미와 문학적 감동을 동시에 전한 작가로 기억될 전망이다.

 

독자들은 그의 별세 소식에 “청춘을 함께한 작가”, “책장 한 칸을 채운 이름”, “미스터리를 통해 인간을 보게 한 작가”라며 깊은 추모를 보내고 있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