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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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인천서 반전 노려, 2주차 경선 요동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당권을 향한 후보들의 경쟁이 최대 승부처인 호남 지역에서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오는 17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영길, 정청래, 김민석 후보는 당의 심장부인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모습이다. 이번 주말 예정된 순회 경선지보다 전체 권리당원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호남의 표심이 수도권 경선 결과까지 좌우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후보들은 각자의 연고와 강점을 내세우며 호남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후보들 사이의 신경전은 과거 행적을 둘러싼 '적통 경쟁'으로 번지며 과열되고 있다. 정청래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당심을 자극하며 자신이 진정한 친노 정신의 계승자임을 자처했다. 특히 과거 대선 국면에서 후보 단일화를 주장하며 탈당했던 김민석 후보의 이력을 겨냥해 정통성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 측은 정 후보의 과거 정책 반대 행보를 거론하며, 진정성 없는 마케팅이라고 맞받아치는 등 감정 섞인 설전이 오갔다.

 


정책적 실효성을 둘러싼 난타전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정 후보는 김 후보가 총리 재임 시절 도입했던 특정 금융 상품이 시장 혼란을 야기했다는 점을 파고들며 책임론을 제기했다. 또한 호남 지역의 핵심 사업인 반도체 클러스터 추진에 있어 자신의 돌파력이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내 성과를 내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행정 경험을 앞세운 김 후보의 강점을 무력화하고 자신의 추진력을 부각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민석 후보는 국정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안정감을 내세워 정 후보의 공세에 대응하고 있다. 김 후보는 당과 정부가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하는 시점에 정 후보와 같은 강경파가 당 대표가 될 경우, 국책 사업의 입법 지원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정 후보의 공격을 '자기 정치를 위한 무책임한 행태'로 규정하며 당의 결속을 강조했다. 김 후보 진영에서는 정 후보가 당정 간의 불협화음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당원들에게 확산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제3지대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는 송영길 후보는 두 후보를 동시에 비판하며 틈새 공략에 나섰다. 송 후보는 총리 출신인 김 후보와 대통령의 의지에 맞서는 정 후보 모두 당 대표로서 적절하지 않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특히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인천에서의 대규모 득표를 발판 삼아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계산이다. 6선 의원과 광역단체장을 지낸 중량감을 바탕으로 호남과 인천의 연고를 최대한 활용해 지지율 반등을 노리는 전략이다.

 

경선 2주차를 앞둔 각 진영은 투표 결과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으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정 후보 측은 강성 당원들이 포진한 지역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김 후보 측은 현 정부를 지지하는 온건파 당원들의 결집으로 근소한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송 후보의 인천 득표율이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호남권 투표 결과가 발표되는 시점이 이번 전당대회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각 후보는 주말 경선 직후 곧바로 호남 현장으로 이동해 막판 표심 잡기에 매진할 계획이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