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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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도 폭염에도 경기 강행, 사직서 쓰러진 선수들

 살인적인 가마솥더위가 기세를 떨치고 있는 가운데 강행된 프로야구 경기에서 결국 선수들이 쓰러지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31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의 맞대결은 경기 시작 전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날 부산 인근 양산 지역은 국내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은 41.4도를 기록했으며, 부산 역시 낮 최고 기온이 38.5도까지 치솟는 등 유례없는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특히 경기가 열린 사직구장의 인조잔디 지면 온도는 오후 3시 기준 70도라는 경이로운 수치를 기록하며 정상적인 경기 진행이 불가능함을 시사했다.

 

부산 전역에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상황이었음에도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경기 시작 시점의 기온이 다소 내려갈 것이라는 예보를 근거로 경기를 강행했다. KBO 규정상 폭염경보 발효 시 일 최고 기온이 35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 경기를 취소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의 열기를 간과한 결정이었다. 관중석의 더위 쉼터를 확충하고 그라운드에 물을 뿌리는 등 구단 차원의 노력이 이어졌으나, 달궈진 거대한 가마솥 같은 야구장의 열기를 식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우려는 경기 시작과 동시에 현실로 나타났다. 1회말 내야안타를 치고 나갔던 롯데의 황성빈이 베이스에 복귀한 직후 갑자기 그라운드에 주저앉으며 고통을 호소했다. 급히 물을 섭취하며 안정을 취한 뒤 경기를 이어갔으나, 이는 폭염이 선수들의 신체에 미치는 악영향을 보여주는 첫 번째 신호였다. 지면에서 올라오는 열기와 습도가 결합한 극한의 환경은 평소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던 프로 선수들에게도 견디기 힘든 고문과 다름없었다.

 

사태는 2회초 수비 과정에서 더욱 심각해졌다. 롯데의 주전 포수 손성빈이 갑작스러운 몸 상태 이상을 호소하며 경기를 중단시킨 것이다. 구단 트레이닝 파트의 긴급 점검 결과, 손성빈은 미열과 두통은 물론 구토 증세까지 보이는 전형적인 온열 질환 증상을 나타냈다. 결국 선수 보호를 위해 유강남으로 교체된 손성빈은 인근 대기실로 옮겨져 안정을 취해야 했다. 어지럼증을 호소했던 황성빈 역시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코칭스태프가 예의주시하는 긴박한 상황이 이어졌다.

 


롯데 구단은 폭염에 대비해 경기장 내외부에 냉방 효율을 높인 컨테이너 쉼터를 설치하고 온열 환자 전용 대기실을 운영하는 등 나름의 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보호 장비를 갖추고 격렬하게 움직여야 하는 포수나 전력 질주를 반복하는 야수들에게 이러한 편의 시설은 임시방편일 뿐이었다. 인조잔디 위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는 특수 제작된 신발 밑창을 뚫고 전달될 정도였으며, 습한 공기는 선수들의 호흡마저 가로막으며 경기력을 급격히 저하시켰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KBO의 경기 취소 기준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관중의 관람 편의와 중계권료 등 상업적 논리에 밀려 정작 경기의 주체인 선수들의 생명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만약 경기 도중 심각한 열사병으로 인해 더 큰 사고가 발생했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기후 위기로 인해 매년 폭염의 강도가 거세지는 만큼, 선수와 관중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유연하고 단호한 경기 운영 지침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판소리와 포크의 만남…구례 가을밤 울린 ‘시인의 마을’

추임새와 박수가 이어졌다. 전통 판소리의 깊은 울림에 이어 익숙한 포크음악이 흐르자 관객들은 노래와 함께 호흡하며 구례의 가을밤을 즐겼다.지난 17일 밤 열린 구례 동편제소리축제에서는 지역 명창들의 판소리와 가수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공연이 한자리에서 펼쳐졌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전통 소리와 한국 대중음악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가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무대를 선사했다.이날 구례 명창들의 공연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무대는 박정선 명창의 ‘적벽가’였다. 박 명창은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가 다급하게 달아나는 장면을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 힘 있는 소리로 풀어냈다.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고, 관객들은 추임새와 박수로 소리꾼의 무대에 호응했다. 판소리 특유의 해학과 긴장감이 무대를 채우면서 관객들은 이야기 속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꼈다. 소리꾼의 목소리와 몸짓에 관객의 반응이 더해지며 공연은 무대 위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객석과 함께 만들어지는 경험으로 이어졌다.공연의 분위기는 정태춘·박은옥 부부가 무대에 오르면서 또 한 번 달라졌다. 오랜 시간 삶과 시대의 이야기를 노래해 온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의 시선이 집중됐다.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시인의 마을’의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석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노래의 첫 소절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반응에는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노래에 대한 반가움이 담겼다. 앞선 판소리 무대에서 추임새로 공연에 참여했던 관객들은 이번에는 익숙한 선율을 따라가며 노래가 전하는 감정에 집중했다. 한 곡의 노래가 오랜 세월 쌓인 기억을 불러내고, 무대와 객석 사이에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정태춘·박은옥은 ‘북한강에서’ 등 자신들의 노래를 들려주며 공연의 여운을 이어갔다. 화려한 무대 연출 속에서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결국 노래에 담긴 이야기와 이를 전하는 목소리였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다시 듣고 싶은 노래가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자 객석은 박수로 화답했다.판소리와 포크음악은 표현 방식과 음악적 형식에서 차이가 있지만, 사람들의 삶과 시대를 이야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판소리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소리와 이야기로 전해왔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 역시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며 청중과 소통해 왔다.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이 한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었던 이유다.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지역으로, 동편제 판소리 문화가 이어져 온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지역 명창들의 전통 소리를 감상한 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를 만나는 구성은 이번 축제의 특별한 장면으로 남았다. 지역의 전통문화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가 한자리에서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첨단 조명과 대형 LED 화면이 설치된 무대 위에서는 오래된 판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어 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을 담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전통과 현대를 구분하는 경계보다 서로 다른 음악이 관객에게 어떤 감동을 전하는지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 무대였다.전통문화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서만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장르와 어우러질 때, 전통은 또 다른 방식으로 생명력을 얻는다. 판소리의 추임새와 대중가요를 향한 박수가 같은 밤에 이어진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구례 동편제소리축제의 가을밤은 그렇게 전통과 현대의 음악이 함께 만드는 공연장으로 변했다. 명창의 소리에 관객들은 “얼씨구”와 “좋다”를 외쳤고, ‘시인의 마을’이 시작되자 큰 박수로 화답했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에서 출발한 음악은 사람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통해 하나로 이어졌고, 관객들은 그 울림을 함께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