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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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막고 공급 확대? 안철수 "앞뒤 안 맞아"

 이재명 정부가 공언했던 대규모 주택 공급 계획이 실제 실적에서 참담한 수준을 기록하며 정치권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발표된 상반기 주택 통계를 근거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안 의원은 정부가 당초 약속했던 물량의 채 5분의 1도 채우지 못한 현 상황을 두고, 사실상 공급을 포기한 상태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이는 단순한 정책 비판을 넘어 정부의 신뢰도 자체를 흔드는 정무적 공세로 풀이된다.

 

구체적인 수치를 살펴보면 상황의 심각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안 의원의 지적에 따르면 올해 서울 지역 주택 착공 목표는 6만 8,000호였으나, 상반기 실제 실적은 1만 3,000여 호에 불과해 목표 대비 19% 수준에 머물렀다. 수도권 전체를 놓고 봐도 목표치의 24%에 그치는 등 공급 가뭄이 현실화되고 있다. 안 의원은 이를 기업 경영에 비유하며, 목표 매출의 극히 일부만을 달성한 사실상의 부도 위기 상황이라고 규정하며 정부의 무능함을 꼬집었다.

 


정부의 금융 규제가 오히려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었다. 재건축과 재개발 현장에서는 이주비 대출 규제로 인해 사업이 멈춰 섰고, 실수요자들을 위한 주택담보대출마저 차단되면서 시장의 선순환 구조가 파괴되었다는 지적이다. 안 의원은 인허가와 착공에 필요한 금융 지원을 동시에 막아놓고 공급 확대를 외치는 정부의 태도를 모순적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투자 없이 성과만을 바라는 무책임한 행정의 전형이라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공급 지연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으로 전이되고 있다. 신규 주택 공급이 원활하지 않고 대출 문턱까지 높아지면서, 내 집 마련을 포기한 수요자들이 전월세 시장으로 대거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안 의원은 이러한 연쇄적인 수요 이동이 임대료 폭등을 유발해 서민들이 안정적인 주거권을 박탈당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국민이 집을 사는 것은 물론, 머무를 곳조차 찾기 힘든 극한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여권 내에서도 정부의 '남 탓' 정치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주택 공급 지연의 책임을 야당에 전가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을 국민 기만이라고 일축했다. 최 대변인은 거대 여당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에 부합하는 법안들은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 처리해왔음을 상기시켰다. 정작 민생과 직결된 주택 관련 법안 처리가 늦어지는 것을 야당 탓으로 돌리는 것은 전형적인 이중잣대라는 비판이다.

 

정부의 세제 개편안 역시 정책적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여당 측은 정부가 주장하는 유예 기간이 국민의 세금 부담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고통의 시점만 뒤로 미루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이 느끼는 불안의 실체는 야당의 비판 때문이 아니라, 이미 작동 불능 상태에 빠진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에서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은 향후 실효성 있는 공급 대책 마련과 합리적인 조세 정책 수립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