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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의 월드컵 지분 매각, 유럽이 멈춰 세웠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의 민간 투자 유치를 추진하자 유럽축구연맹(UEFA)이 '대회 불참'이라는 초강수를 두며 정면충돌했다. UEFA는 31일 공식 성명을 통해 월드컵 지분을 민간 투자자에게 이전하려는 FIFA의 계획을 만장일치로 거부한다고 발표했다. UEFA는 월드컵이 세대를 거쳐 만들어진 축구의 위대한 유산임을 강조하며, 자본의 논리에 따라 축구의 본질이 훼손되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이번 갈등의 발단은 FIFA가 설립하려는 'FIFA 포워드 엔터프라이즈(FFE)'라는 법인이다. FIFA는 월드컵 등 주요 대회의 운영권을 이 법인으로 넘긴 뒤 지분 30%를 민간에 개방해 약 28조 원의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투자 그룹을 이끄는 '스라이브 이터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의 동생, 조슈아 쿠슈너가 운영하는 기업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축구 자본의 정치적 사유화 논란까지 거세게 일고 있다.

 

UEFA는 FIFA가 축구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사안을 실질적인 협의 없이 비밀리에 추진했다고 비판했다. 민간 투자자가 지분을 보유하게 되면 축구의 모든 의사결정이 스포츠 정신이 아닌 투자자의 이익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는 우려다. 이에 UEFA는 해당 계획이 완전히 철회되고 민간 매각 금지에 대한 법적 보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모든 회원국이 FIFA 주관 대회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배수의 진을 쳤다.

 


유럽의 반발에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도 즉각 동참하며 FIFA를 압박하고 있다. 두 연맹의 회원국은 전체 FIFA 회원국의 약 45%에 달해, 이들이 이탈할 경우 월드컵은 반쪽짜리 대회로 전락하거나 개최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FIFA의 계획이 성사되려면 211개 회원국 과반의 찬성이 필요하지만, 축구의 중심축인 유럽과 북중미가 강력히 반대하고 나서면서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의 리더십도 거센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축구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축구의 공공성과 거대 자본의 탐욕이 충돌하는 역사적 사건으로 보고 있다. 월드컵이라는 인류 공동의 자산이 특정 투자 그룹의 수익 모델로 전락할 위기에 처하자, 축구의 가치를 지키려는 세력이 결집하고 있는 모양새다. FIFA가 자금 확보라는 명분과 축구 유산 보호라는 명분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내릴지에 따라 세계 축구의 지형도가 완전히 뒤바뀔 것으로 보인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