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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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생리대' 한 달, 29만 팩 쏟아졌다

 여성의 기본적인 건강권 보장을 위해 도입된 성평등가족부의 공공생리대 지원 사업인 '모두의 생리대'가 시행 한 달을 경과하며 전국적인 확산 단계에 진입했다. 정부는 최근 정례 브리핑을 통해 당초 계획했던 수동 지급기 300대의 설치를 전국 주요 거점에 모두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수동형 모델은 복잡한 인증 절차 없이 누구나 즉시 꺼내 쓸 수 있는 상자 형태로 제작되어 접근성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당황할 수 있는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생활 밀착형 복지로 평가받는다.

 

기계적인 편의성을 더한 자동 지급기 역시 순차적으로 보급되고 있다. 현재 서울 은평구와 광진구를 비롯해 경기 수원, 광명, 대전 중구 등 전국 8개 지역에 132대가 설치를 마친 상태다. 자동형은 전면 버튼을 누르면 중형 생리대 2개가 담긴 1팩이 나오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성평등가족부는 오는 9월까지 총 400대 규모로 설치 대수를 늘릴 계획이다. 이는 공공시설 내 생리대 비치를 의무화하거나 권장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정부 차원에서 뒷받침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사업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지역별 수요는 뜨겁게 나타나고 있다. 8월 초 기준으로 전국에서 요청된 생리대 납품 물량은 이미 29만 팩을 넘어섰다. 특히 광주광역시와 전남 목포, 경기 광명 지역에서 가장 활발한 이용률을 보이며 공공 복지에 대한 높은 갈증을 증명했다. 하루 평균 약 600여 팩이 소진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는 생리대 구매 비용에 부담을 느끼거나 긴급한 상황에 처한 여성들에게 이 사업이 든든한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정책의 실효성을 더 높이기 위해서는 사업 인지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과제도 남아있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의 소진량이 당초 목표했던 기대치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더 많은 시민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단순히 기기를 설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필요한 사람이 적시에 이용할 수 있도록 정보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사업 성공의 관건이라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 지자체와 협력하여 이용 안내를 확대하는 노력이 병행되고 있다.

 


시민들의 이용 편의를 돕기 위한 디지털 정보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현재 '모두의 생리대' 지급기가 설치된 구체적인 장소는 네이버 지도 검색이나 성평등가족부 공식 누리집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내 주변의 가장 가까운 지급기 위치를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찾을 수 있게 함으로써, 공공 복지 서비스가 디지털 기술과 결합해 사용자 편의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정보의 투명한 공개는 이용자들의 심리적 문턱을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다.

 

성평등가족부는 이번 사업이 단순한 물품 지원을 넘어 보편적 건강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9월까지 예정된 추가 설치가 완료되면 전국적인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사각지대 없는 지원 체계가 구축될 전망이다. 정부는 향후 운영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해 지급기 설치 장소를 최적화하고, 예산의 효율적 집행을 통해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 나갈 방침이다. 누구나 부담 없이 기본적인 권리를 누릴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이번 사업의 최종 목적지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